개막 2연전이 끝난 2013프로야구는 지난 시즌 1, 2위 팀 삼성, SK의 연패와 두산, LG의 연승이 강한 대비를 이뤘다. 같은 2연승 팀 롯데는 불만족스러운 경기력으로 연승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없었다. 넥센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KIA를 상대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1승 1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한화는 2경기 모두 자멸하는 경기로 시즌 전망을 어둡게 했다. 예상과 다른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이런 결과와 함께 개막 2연전에서 나타난 특징은 시즌 시작 전부터 우려되었던 리그 수준의 질적 저하가 현실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NC의 가세로 9개 구단 체제 출범 당시부터 반대론자들은 리그 수준 저하를 크게 우려했다. 선수 저변이 두텁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력의 하향 평준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2경기만을 치른 상황이지만, 경기 내용은 이런 우려를 현실화했다. 특히 투수진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개막 2연전에서 대부분의 투수, 특히 선발 투수들은 상대 타선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판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국내 선수들을 대신한 외국인 선수들 역시 인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 이는 곧바로 난타전의 경기가 되는 원인이 되었다.
보통 시즌 초반에는 투고 타저 현상이 대부분이다. 시범경기 동안에도 투수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개막전까지 타자들의 타격감은 최고조로 올라왔고 투수들은 시범경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각 팀의 원투펀치가 대부분 나선 개막 2연전에서 난타전이 많았다. 기존 투수들은 부진했고 이들을 대신할 신진급 투수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각 팀 모두 4월 한 달 마운드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위 팀 삼성은 외국인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 속에 배영수, 윤성환 두 국내파 투수가 선발로 나섰지만, 두산의 강타선을 당하지 못했다. 그 뒤를 받칠 불펜진 역시 정비가 덜 된 모습이었다. 젊은 불펜진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고 경기 흐름을 되돌리는 투구가 없었다. 삼성은 홈에서 열린 개막 2연전에서 두산의 힘이 밀리며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삼성에 2연승 한 두산 역시 마운드가 불안했다. 1차전 선발로 나선 니퍼트는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지난해와 같은 압도적 투구가 아니었다. 피안타가 많았고 투구 내용도 좋지 못했다. 한 경기 등판이지만 에이스의 모습은 아니었다. 두산이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게리 올슨 역시 그 기량에 확신을 주지 못했다. 구위나 제구 모두 아직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범등판의 성격이 짙었지만, 리그 적응에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두산은 홍성흔 영입 효과와 함께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는 불꽃 타격으로 마운드의 불안을 잠재웠고 김상현, 이혜천, 이재우, 정재훈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불펜진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세하면서 불펜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마무리 홍상삼이 제 페이스를 찾을 때까지 충분히 상위권을 유지할 힘을 보여준 두산이었다. 상위권 판도를 이끌 팀으로 손색이 없는 전력을 보여준 두산이었다.
이런 두산에 매 시즌 성적에서 밀려 고개를 숙였던 LG의 연승도 눈에 띈다. LG는 SK의 개막 2연전에서 투타 조화 속에 연승에 성공했다. 삼성에서 온 현재윤 손주인, 정현욱이 투타의 핵으로 자리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젊은 선수들의 투지는 베테랑들과 조화를 이뤘다. 리즈와 우규민 두 선발 투수들은 내용 있는 투구로 경기를 잘 이끌어주었고 유원상, 정현욱, 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도 단단했다.
항상 시즌 초반 잘 나가다 여름 이후 미끄러지곤 했던 LG였지만, 개막 2연전에서 일부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최상의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올 시즌 기대를 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끈질긴 면모를 보였다. 상대 SK가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고 해도 두 경기 모두 역전에 성공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했다.
두산과 LG의 연승에 가려졌지만, 넥센의 선전도 인상적이었다. 넥센은 KIA를 상대로 절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면서 시리즈의 균형을 맞혔다. 첫 경기에서 믿었던 에이스 나이트의 부진과 불펜의 붕괴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던 넥센은 2차전에서 4번 박병호의 맹타와 김병현의 쾌투 를 앞세워 설욕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오랜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진했던 김병현이 첫 선발 등판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김병현은 퀄리티 스타트를 하지 못하고 사사구 5개로 여전한 제구력 불안을 드러냈지만, 팀의 초반 리드를 지켜내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관록이 묻어나는 투구였다. 전날 승리를 날렸던 불펜은 이정훈, 한현희, 손승락의 신구 조화로 김병현과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넥센은 개막전 역전패가 아쉬웠지만, 시범 경기 1위 팀 KIA의 상승세에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넥센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페이스를 보인 밴헤켄을 홈 3연전으로 돌리면서도 원정 1승 1패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력은 지난해와 같이 여전히 날카로웠다. 넥센 마운드의 고질적 문제인 볼넷 남발현만 줄인다면 어느 팀에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2013프로야구는 2경기만을 치렀지만, 상위권 판도의 변화 조짐이 보였다. 롯데와 SK의 전력이 떨어져 있고 서울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을 보였다. 수년간 서울은 가장 큰 야구 시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포스트시즌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두산이 꾸준한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 시리즈와는 거리가 있었다. LG와 넥센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개막 2연전에서 나타난 두산, LG, 넥센의 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우승후보로까지 평가되는 두산과 함께 LG, 넥센도 상위권 판도를 흔들 가능성을 보였다. 물론, 이제 시즌이 시작된 단계일 뿐이다. KIA의 전력이 여전히 강하고 삼성 역시 2연패 후 4일 휴식으로 전력을 추스를 시간을 벌었다. 다음 3연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이 기대된다. 롯데와 SK 역시 수 년간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룬 노하우가 있다.
서울팀들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그렇기에 서울팀들의 반전은 프로야구 흥행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의 세개팀이 상위권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면 야구의 흥행 열기는 더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상위권에서 두산만이 분전하던 기존 틀을 깨고 다른 두 팀이 상위권 판도를 흔들 태풍으로 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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