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S 넥센 1, 2위 접전 빛낸 투수전, 더 빛난 박병호

프로야구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만난 1위 넥센과 2위 KIA의 대결은 한 점차의 치열한 접전이었다. 양 팀 마운드가 중심이 된 투수전이기도 했다. 넥센 선발 벤헤켄, KIA 선발 양현종은 근래 보기 드문 0 : 0의 팽팽한 선발 대결을 펼쳤다. 결국, 경기는 박병호의 솔로 홈런 한 방으로 승패가 엇갈렸다.

 

넥센은 5회 말 박병호의 솔로 홈런으로 얻은 1점을 끝까지 지켜내며 1 : 0로 KIA에 승리했다. 넥센은 단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선발 벤헤켄은 시즌 3승에 성공했다. 3일 연속 등판으로 경기 출전이 어려웠던 손승락을 대신해 마무리 투수로 나선 노장 송신영은 9회 초 큰 위기를 넘기며 소중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반면 KIA 선발 양현종은 탈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완투했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패전의 멍에를 써야 했다. KIA타선은 팀 4안타에 그친 넥센보다 2배 더 많은 10안타를 기록하고도 득점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양 팀 선발 투수의 시즌 분위기를 고려하면 투수전이 예상되는 경기였다. KIA 선발 양현종은 수년간의 부진을 씻어내고 팀의 에이스로 거듭난 투수였다. 경기 전까지 양현종은 4승 무패에 방어율은 1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발 투수로서는 경이적인 기록이었다. 이제 맞서는 넥센 선발 벤헤켄 역시 시즌 2승 2패였지만 2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유지하며 짠물 투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예상대로 두 투수의 컨디션이 좋았다. 양 팀 모두 상대 선발투수 공략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같은 무실점이었지만, 투구 내용은 양현종이 우위에 있었다. 양현종은 공 끝이 살아 들어오는 직구와 각이 큰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으며 힘으로 넥센 타선을 막았다. 강타선의 넥센이었지만, 양현종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5회 말 공격에 들어갈 때까지 넥센은 단 1안타에 그쳤다. 삼진은 6개나 당했다.

 

 

 

(승부를 결정지은 한 방 4번 타자 힘 보여준 박병호)

 

 

 

넥센 타선이 고전했지만, KIA 타선은 꾸준히 주자를 출루시키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출루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벤헤켄은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선두 타자를 잡아내며 실점 가능성을 줄였다. 실제로 벤헤켄은 5회까지 4피안타 볼넷 2개를 내주었지만, 모두 산발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각도 큰 변화구가 힘을 발휘했다. 경기는 벤헤켄의 기교와 양현종의 힘이 맞서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0 : 0의 균형을 깬 것은 넥센의 4번 타자 박병호의 홈런이었다. 5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양현종의 낮은 변화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려냈다. 쉽지 않은 공이이었지만, 박병호의 힘과 기술이 겸비된 타격으로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호투하던 양현종은 홈런을 허용하며 잠시 흔들렸다. 이어나온 강정호의 2루타는 넥센의 추가 득점 가능성을 높였다.

 

넥센은 강타자 이성열에 보내기 번트를 시키며 1사 3루의 추가 득점 기회를 잡았다. 1점이 소중한 경기 분위기상 두 점 차 리드는 승부의 추를 넥센으로 급격히 기울게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양현종은 마음을 다잡았다. 양현종은 과감한 승부로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민성, 유한준을 삼진과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1실점 했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넥센의 1 : 0 리드는 이후 계속 이어졌다. 한 점의 차이가 점점 더 무게감이 더해졌다. KIA 타선은 좀처럼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KIA로서는 6회 초 득점 기회를 놓친것이 결정적이었다. 1사 후 KIA는 이범호, 나지완의 연속 안타로 1,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나온 타자 최희섭은 올 시즌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는 중이었다. 전 타석에서 벤헤켄을 상대로 안타도 있었다. 

 

이미 투구 수 100개를 넘긴 벤 헤켄으로서는 6회가 마지막 이닝이었다. 사실상 최희섭이 마지막 타자였다. 벤헤켄은 떨어지는 변화구로 땅볼을 유도했고 넥센 내야진의 깔끔한 수비는 병살 플레이를 만들었다. 벤헤켄은 6회까지 무실점 투구로 자신의 투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KIA 타선은 선발 양현종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면서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이후 대결은 넥센 불펜과 양현종의 대결이었다. 넥센은 7회 초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이정훈은 7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주었고 8회 초에는 한현희를 마운드에 올리며 승리를 굳히려 했다. 하지만 2사 후 KIA는 이범호, 나지완이 6회 초에 이어 또다시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1, 2루 기회를 잡았다. 넥센은 한현희를 내리고 노장 송신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손승락이 등판하기 힘든 상황에서 송신영이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부담이 큰 상황이었지만, 송신영은 침착했다. 최희섭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김상현과의 승부를 택한 송신영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김상현을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넥센은 승리로 가는 문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었다. 반대로 KIA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KIA 선발 양현종은 흔들림 없는 투구로 8회 말까지 역투했다. 과감한 승부로 투구 수까지 줄인 양현종은 4피안타 2볼넷, 10탈삼진의 빛나는 투구로 마운드를 단단히 지켰다. KIA가 승리했다면 그 주인공은 양현종이 되어야 했다.

 

KIA는 호투한 양현종과 팀의 패배를 막을 기회를 9회 초 다시 잡았다. 1사 후 차일목의 2루타는 경기장 분위기를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김선빈이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KIA는 동점을 넘어 역전을 노릴 수 있었다. 넥센은 송신영에게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분명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송신영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외로운 호투 양현종)

 

 

 

송신영은 까다로운 좌타자 이용규, 김원섭과의 대결에서 송신영은 모두 땅볼 유도에 성공하며 1 : 0 리드를 지켜냈다. 넥센은 환호했고 KIA는 긴 한숨을 내실 수밖에 없었다.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1 : 0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박병호의 홈런 한 방은 그를 경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포수 박동원은 타격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안정된 투수 리드와 원바운드 공 블로킹으로 투수들의 호투를 도우며 승리에 보이지 않게 기여했다. 이렇게 넥센은 투타에서 단단한 조직력을 유지하며 접전의 경기를 잡아냈다. 그들의 1위 질주가 우연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반대로 KIA는 에이스 양현종의 호투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전날 두산전에 이어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불펜소모를 줄였다는 것으로 위안 삼기에는 타선의 집중력 부재가 아프게 다가온 경기였다. 특히 김상현, 최희섭 두 중심 타자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결정타였다. KIA는 넥센의 방패를 뚫지 못하면서 1위 추격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넥센과 KIA의 1, 2위 대결은 많은 득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접전이었다. 실책이 없는 깔끔한 경기 내용도 상위팀 간 대결다웠다. 아직 양 팀은 주말 2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넥센은 금요일 경기 승리 여세를 몰아 연승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KIA 역시 금요일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넥센의 선두 질주를 막을 힘을 가지고 있다. 남은 주말 경기 역시 접전이 예상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넥센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