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삼성과의 3연전을 1승 1패로 마친 롯데는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필승 불펜진의 붕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났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시즌 초반 많은 우려 속에 시즌을 시작한 롯데는 타선의 약화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 내며 기대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롯데다.
6월 상승세 역시 마운드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타선의 득점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들쑥날쑥하던 라인업이 고정되고 선수들이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것에 눈을 뜨면서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졌다. 롯데 타선의 가장 고민이었던 1번 타자 자리는 황재균이 확실하게 적응했고 그와 짝을 이룰 테이블세터진 중 한 명인 이승화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손아섭 강민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도 팀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여기에 전준우가 소리 없이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본래의 타격감을 되찾았고 신본기, 정훈으로 구성된 하위 타선도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롯데 타선에 부상을 털로 복귀한 장성호의 가세는 여러가지 면에서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호는 팀이 패했지만, 화요일 삼성전에서 3안타 경기로 화끈한 복귀 신고식을 했고 수요일 경기에서는 팀 대량 득점의 물꼬는 트는 2루타 포함 2안타를 때려내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롯데는 수요일 삼성전 대승과 함께 타선의 아쉬운 부분이었던 5번 타순을 확실하게 지켜줄 베테랑 타자의 부활이 반가웠다. 타격감을 회복한 전준우와 함께 손아섭, 강민호, 장성호, 전준우로 구성된 중심 타선은 좌우 밸런스는 물론이고 각자의 개성이 잘 조합된 이상적인 타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성호의 본격 가세는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전격 트레이드 불안한 시즌 초반
장성호는 수년간 부상에 시달렸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개인 통산 안타 2,000개를 넘겼고 3할대의 통산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정교함을 갖춘 타자였지만,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와 부상, 이에 따른 노쇠화를 피할 수 없었다. 연봉대비 그 활약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따라왔다. 올 시즌 부활을 준비 중이던 장성호는 트레이드로 한화를 떠나 롯데로 팀을 옮겼다.
롯데는 약해진 타선을 메워줄 베테랑 타자가 필요했고 한화는 포지션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젊은 유망주 투수가 필요했다. KIA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될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장성호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다시 팀을 옮기는 처지가 되었다. 분명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에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존재감을 잃을 수도 있었다. 장성호는 온 힘을 다해 시즌을 준비했다.
시즌 시작은 좋았다. 그동안 그를 괴롭히던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부터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롯데는 장성호를 중심 타선에 배치했고 장성호는 특유의 눈 야구와 결정력 있는 타격으로 팀 공헌도를 높였다. 장타력은 떨어졌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타격은 약해진 롯데 타선에 큰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그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이 이어졌고 타격감도 덩달아 떨어졌다. 그 사이 차세대 거포 김대우가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했다. 장성호의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지명타자 자리는 김대우가 붙박이로 고정되었다. 장성호는 2군에서 타격감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강한 의욕을 가지고 1군에 복귀했지만, 부상으로 다시 제 기량을 펼칠 수 없었다.
다시 장성호는 2군에서 부상 회복과 타격감 회복에 주력해야 했다. 롯데는 6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그런 롯데에 장성호는 없었다. 같은 베테랑 2루수 조성환은 1군에 다시 콜업되었지만, 장성호는 2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롯데는 물론이고 장성호 자신도 예상치 못한 상항이었다.
1군 복귀, 존재감 과시한 장성호
7월이 되자 장성호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 지명타자 자리를 지키던 김대우가 깊은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서 그 자리를 메울 좌타자가 필요했다. 한층 치열해진 순위싸움에서 노련한 선수의 필요성도 커졌다. 장성호는 그런 롯데의 필요에 들어맞는 타자였다. 롯데는 장성호가 충분히 부상과 타격감을 회복할 시간을 주었다.
롯데는 김대우를 2군으로 내리고 장성호를 1군에 복귀시켰다. 장성호는 지명타자로 롯데 타선에 가세했다. 복귀 경기에서 3안타를 때려낸 장성호는 그 다음 날 경기에서도 롯데의 대승을 이끄는 2루타로 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롯데는 첫날 경기에서 7번 타순에 기용했던 장성호를 5번 타순에 배치하며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장성호는 기대를 100% 충족시켰다.
롯데는 타선의 부족한 부분이었던 지명타자 자리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삼성과의 주중 2경기에서 장성호는 투수의 유형과 구질을 가리지 않는 활약을 했다. 화요일 3안타 경기는 좌우 투수 모두에서 나왔고 수요일 경기의 2루타는 몸쪽 빠른 직구를 때려낸 결과였다. 그의 몸 상태와 타격감이 정상으로 올라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과거 그의 전성기 때 별명인 스나이퍼 다운 타격이었다.
롯데 가을 야구 가는 길 이끌까?
장성호의 가세는 롯데에 큰 의미가 있다. 당장 중심 타선의 힘이 좋아졌다. 장성호가 좋은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손아섭, 강민호가 상대의 견제에서 조금 가벼워질 수 있다. 중심 타선에서 부담이 많았던 박종윤을 하위 타선에 배치하면서 하위 타선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장성호가 5번에서 제 역할을 한다면 장성호, 전준우, 박종윤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중심 타선 구축도 가능하다. 타선의 짜임새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더 치열해질 순위 경쟁에서도 베테랑 장성호의 존재는 소중하다. 그가 가진 경험은 분명 큰 경기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다.
장성호 자신도 선수 생활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장성호는 수년간 침체기에 있었다. 한 때 부상으로 좌절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은퇴를 생각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로의 이적은 동기부여의 계기가 되었다. 시즌 중간 2군에 머물면서도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일 수도 있다. 다시 팀에 복귀한 장성호는 2군에서의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해마다 그를 따라다니는 부상의 공포와 체력적인 약점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올 시즌에도 장성호는 잔 부상에 시달렸다. 부상의 그림자는 타격감 유지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2군에서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가졌다는 점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체력적인 부분 역시 지명타자로 그 포지션이 정해진다면 어려움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은 삼성과의 주중 3연전 활약은 플래툰의 족쇄에서도 장성호를 벗어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상위권 순위 다툼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긴장된 승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해줘야 할 선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장성호는 올 시즌 롯데가 타선 강화를 위해 영입했다. 시즌 초반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 있었지만, 최근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활약을 했다. 장성호가 그 활약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 그렇게 된다면 롯데의 가을 야구 가는 길을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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