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후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를 종종 볼 수 있다. 국민타자로 최근 통산 홈런 기록을 깬 이승엽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투수 출신들의 야구 감각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학생야구에서 투수들은 야구 감각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다. 그 팀의 주전 투수가 4번 타자를 하기도 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예우도 있다.
하지만 프로에서 상당기간 투수로 활약한 이후 타자 전향은 그 성공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선수층이 과거보다 많이 두터워졌고 투수들의 수준도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적응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롯데 김대우는 이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던 선수였다.
아마야구시절 특급 투수였던 김대우는 해외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 성과 없이 국내로 복귀해야 했다. 그 사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롯데와 입단 계약을 맺고 프로에 발을 내디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구위나 제구 모든 면에서 김대우는 낙제점을 받았다. 가능성만으로 투수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김대우는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타자전향을 선택했다.
희미한 가능성의 선수에서 4번타자로
김대우는 스타성을 지닌 선수다. 타고난 야구 센스를 지니고 있고 훤칠한 외모에 우월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우투좌타라는 장점이 있었다. 타자 전향 이후 김대우는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어느 선수에도 뒤지지 않는 힘은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로 그를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2군에서 경기 경험을 쌓아가면서 차세대 중심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 4번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롯데는 미래의 4번 타자 후보였던 김대우를 4번 타자로 전격 기용했다. 모험이나 다름없었지만, 김대우는 성공적으로 4번 타순에 안착했다. 4월 한 달 김대우는 3할이 넘는 타율과 함께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보여주었다. 타 팀은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기용되었던 롯데 4번 타자는 김대우로 고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롯데의 시즌 초반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특히 공격력에서 롯데는 김주찬, 홍성흔의 빈자리를 크게 느껴야 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졌다. 김대우는 손아섭과 함께 중심 타선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타자 전향 이후 첫 풀타임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었지만, 팀의 부진으로 그의 활약상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팀의 상승세와 반비례한 성적
5월이 되고 날이 더위지면서 롯데는 다시 팀 성적을 끌어올렸다. 집단 부진에 빠졌던 타선이 살아났고 롯데의 강점이 불펜진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김대우의 성적은 팀 상승세와 반대였다. 상대 투수들의 변화구 공략에 김대우는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타율과 함께 각종 성적지표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롯데는 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위 타선으로 타순을 조정해주기도 했지만, 김대우의 타격 부진은 점점 깊어졌다. 상위권 진출의 희망을 되살린 롯데는 김대우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기 어려웠다. 롯데는 김대우를 플래툰 시스템 틀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2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이던 우타자 김상호를 1군에 올려 김대우와 함께 좌.우 지명타자 체제를 구축했다.
베테랑 조성환이 팀에 복귀하면서 김대우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김대우는 시즌 초반과 달리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늘어났다. 떨어진 타격감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는 조급증을 키웠다. 이는 김대우의 장점인 선구안마저 무너뜨렸다. 어이없는 공에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는 경우가 늘었고 삼진 개수도 크게 증가했다.
6월의 되어서도 김대우의 타격감을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치열한 상위권 다툼 속에 있던 팀은 가능성을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김대우는 전력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벤치의 신뢰는 여전했지만, 김대우는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6월 마지막 주 팀은 김대우를 2군으로 내리는 결정을 했다. 미래의 4번 타자로 키워낼 선수라면 더 많은 경기에 나서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다시 원점으로
7월, 롯데의 1군 엔트리에 그의 이름을 없다. 그가 타격감을 회복한다면 조기에 다시 1군에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상당기간 2군에서 조정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부상 등의 이유로 2군에 머물렀던 장성호가 1군 복귀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장성호가 경기감각을 되찾고 1군에 합류한다면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1군 복귀가 더 힘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타 대타 전문 요원으로 콜업되었던 김상호가 만만치 않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도 김대우의 1군 복귀에 어려움을 높일 수 있다. 자칫 조급함이 더해진다면 부진이 더 깊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김대우의 상황은 가능성을 선수로 1군 엔트리 진입을 위해 경쟁하던 그때와 같다.
김대우는 여전히 팀의 미래 중심타자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롯데 팬들은 그를 올스타전 지명타자 부분 1위에 올려놓으며 여전한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올스타로 선정되어도 2군 선수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올스타 선수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당장은 잃어버린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다시 한번 자신의 타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그의 약점을 모두 노출되어 있다. 변화구 대응력과 좌투수 적응력에서 김대우는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이 모든 것이 경험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팀 사정을 김대우에게 시즌 초반과 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김대우로서는 떨어진 타격감을 되살리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대타 또는 우투수 전문 지명타자로서 그 가치를 다시 높여가야 한다. 타격 능력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수비능력도 더 향상시켜 한다. 김대우는 올 한해가 아닌 몇 년 후를 기약하는 선수다. 그 점을 본인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2군 강등은 김대우에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다.
과연 김대우가 2군행을 위기탈출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롯데 팬들은 여러 선수들이 경험한 상동 자이언츠 효과가 그에게도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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