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수요일 경기에서 4위권 팀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넥센은 4번 타자 박병호의 극적인 역전 2점 홈런을 앞세워 LG에 연승하며 공동 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6위 SK는 9회 말 끝내기 승으로 한화에 연승했다. 반면 5위 롯데는 불펜 총력전에도 초반 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KIA에 4 : 5로 역전패당했다.
다른 두 팀이 연승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와중에 롯데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롯데는 공동 3위 그룹과의 격차가 3게임으로 벌어진 것은 물론이고 6위 SK에 한 게임 차로 쫓기며 아래위로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롯데는 전날 경기 막판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던 타선이 초반에 득점을 이어가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었지만, 잘 던지던 선발 송승준이 경기 중반 이후 급격히 난조에 빠지면서 경기가 꼬였다.
롯데는 정대현을 5회 말에 투입하는 강수로 꼬인 실타래를 풀려 했지만, 타선이 초반 4득점 이후 KIA 마운드에 고전하며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고 정대현 이후 불펜진이 부진하면서 경기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롯데의 불펜 승부수는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 이런 롯데와 달리 KIA는 전날 경기의 무기력함을 극복하는 활기찬 플레이로 초반 열세를 반전시켰다.
선발 빌로우는 초반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KIA 역전승을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노장 최향남은 2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빛나는 호투로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다. 마무리 윤석민도 1점 차 터프한 상황을 극복하며 귀중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런 마운드의 분전에 타선 역시 4점 차를 극복하는 공격을 보였다. KIA로서는 모처럼 투.타가 조화를 이룬 경기였다.
(아쉬운 투구 선발 송승준)
순조로운 출발 롯데, 불안한 출발 KIA
경기 시작은 롯데가 좋았다. 롯데는 1회 초 4안타를 집중시키며 3득점 했고 전날 경기의 타격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KIA 선발 빌로우는 롯데 상위 타선에 고전하며 초반 크게 흔들렸다. 공의 구위나 변화구의 예리함이 없었고 제구의 정교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승세의 롯데 타선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롯데는 여세를 몰아 3회 초 조성환, 손아섭의 연속 안타로 잡은 기회에서 박종윤의 희생타로 다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롯데가 초반 득점력을 높인 데 비해 KIA 타선은 롯데 선발 송승준에 고전했다. 송승준은 주 무기 포크볼을 중심으로 3회까지 단 1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초반 실점 후 마음이 급해진 KIA 타자들은 변화구 유인구에 쉽게 스윙을 하면서 송승준 공략 해법을 찾지 못했다.
송승준의 갑작스러운 난조, 추격 성공한 KIA
순조롭던 롯데의 경기 흐름은 선발 송승준의 갑작스러운 난조로 급격히 그 흐름이 바뀌었다. 한 타순이 돈 이후 KIA 타자들은 송승준의 유인구에 방망이를 내지 않고 끈질기게 승부하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KIA 타자들의 끈질긴 타격에 송승준은 스스로 흔들렸다. 4회 말 KIA는 선두 안치홍은 안타로 잡은 기회에서 3득점 하며 일방적으로 밀리던 경기 흐름을 반전시켰다.
무사 1루에서 긴 승부 끝에 신종길을 볼넷으로 내보낸 송승준은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송승준은 실점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고 어려운 공으로 승부를 하려 했지만, 이는 볼카운트 싸움을 불리하게 했다. 송승준으로서는 타격감이 좋은 KIA 4번 타자 나지완 앞에 두 명의 주자를 출루시킨 것이 실책이었다. 무사 1, 2루에서 나온 나지완의 1타점 안타는 KIA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범호의 삼진으로 주춤하는 듯했던 KIA의 공격은 1사 후 이종환, 김주형의 연속 적시안타가 이어지며 롯데를 4 : 3으로 바짝 추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만약 주전 포수 강민호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용덕한의 몸을 아끼지 않는 홈 블로킹이 없었다면 KIA의 공격은 더 많은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KIA는 4회 말 3득점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5회 말 공격에서 1사 후 이용규의 2루타와 안치홍의 적시안타로 이어지며 4 : 4 동점에 성공했다. 이용규의 2루타는 빗맞은 안타가 이용규의 빠른 발로 2루타가 되었고 안치홍의 안타는 송승준의 정면으로 향했지만, 송승준의 수비가 늦으면서 적시 안타가 되었다. 결국, 이 안타 허용으로 송승준은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되고 말았다.
1승이 아쉬운 롯데는 미련없이 송승준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롯데의 승부수였지만, 선발 투수의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경기 초반 4점을 손에 쥐어주었음에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승부로 위기를 자초한 장면은 최근 송승준의 좋은 투구내용과 크게 다른 점이었다. 송승준은 4.1이닝 7피안타 4실점의 기록을 남기고 자신의 역할을 마쳤다.
롯데의 불펜 대 노장 최향남의 대결
롯데는 5회 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린 강영식이 신종길에 안타를 허용하자 불펜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던지게 했다. 승리를 위해서는 더 밀리면 안 된다는 상황 인식에 따른 불펜 당겨쓰기였다. 타선이 충분히 추가 득점을 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불펜 운영이었다.
팀의 기대대로 정대현은 5회 말 1사 1, 2루 위기에서 KIA 4번 나지완에 병살타를 유도하며 실점 위기를 벗어난 데 이어 2이닝 무실점 투구로 마운드를 단단하게 지켜주었다. 롯데는 정대현에 이어 이명우까지 필승 불펜진을 연달아 투입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타선이 살아나지 않았다.
KIA는 초반 실점 이후 구위가 살아난 빌로우가 6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킨 데 이어 노장 최향남이 2이닝 무실점 호투로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전날 경기 막판 속절없이 무너졌던 KIA 불펜이었지만, 최향남은 홀로 롯데 불펜과 맞서며 대등한 마운드 싸움을 해주었다. 이는 KIA 승리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최향남의 호투로 마운드의 안정을 가져온 KIA는 8회 말 공격에서 나지완, 이범호의 연속안타와 1사 후 김주형의 적시 2루타가 이어지며 5 : 4 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필승 불펜 조를 당겨쓴 롯데는 마지막 필승불펜 김승회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김승회는 최근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직구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 김승회는 변화구로 승부를 걸었지만, KIA 타선은 김승회의 변화구에 대비하고 있었다.
1사 1, 3루에서는 타격감을 올라와 있는 김주형과 좀 더 신중한 승부가 필요했지만, 너무 쉽게 적시안타를 허용하는 수비 전략의 아쉬움도 있었다. 이어진 위기에서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은 막았지만, 이미 승기를 빼앗긴 다음이었다. KIA는 9회 초 수비에서 마무리 윤석민을 마운드에 올렸고 윤석민은 롯데의 잇따른 대타 승부수를 이겨내며 시즌 4세이브에 성공했다.
(빛나지 못한 2이닝 역투 정대현)
필승 불펜의 한 조각이 아쉬운 롯데
그동안 마무리 전환 이후 팀의 부진으로 세이브 기회를 잡지 못했던 윤석민은 장기인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팀의 역전승을 완성했다. 롯데는 2사 후 대타 박준서가 2루타를 때려내며 마지막 희망을 가졌지만, 대타로 나선 강민호가 쉽게 아웃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롯데로서는 불펜의 소모가 극심했던 경기인 만큼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지만, 경기 후반 타선이 침묵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불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김승회가 여전히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최근 계속된 실점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김승회는 또 다시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롯데로서는 필승 불펜조의 마지막 퍼즐을 잊어버린 채 다음 한화전을 위해 사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롯데는 중요한 고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앞으로 행보에 어려움이 더해졌다.
롯데는 조성환의 2안타, 손아섭의 3안타로 타선을 이끌었지만, 4번 전준우의 무안타 부진이 아쉬웠고 경기 초반과 후반 공격력에 큰 차이를 보이고 말았다. 반면 KIA는 초반 공격에서 부진했지만, 중반 이후 집중력을 보이며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4번 나지완은 3안타 1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이용규, 안치홍의 테이블 세터진도 멀티히트로 제 역할을 해주었다.
하위 타선의 김주형은 결정적인 순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2안타 2타점의 순도 높은 타격을 했다. KIA는 수요일 경기 역전승으로 롯데전 약세를 극복할 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고 남은 경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스포츠 > 롯데자이언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롯데 옥스프링 5년의 기다림, 3전 4기만에 거둔 10승 (1) | 2013.08.31 |
---|---|
롯데가 필요할 때 빛난 새내기 선발 홍성민의 역투 (1) | 2013.08.30 |
롯데 승리를 부르는 대타 박준서, 화려한 복귀 홈런포 (2) | 2013.08.28 |
롯데 송승준, 팀이 필요할 때 빛난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 (1) | 2013.08.21 |
10년 세월 넘어선 선발승 김사율, 롯데 4선발 고민 덜어줄까? (0) | 2013.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