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월의 첫 경기에서 상위 3개 팀 중 1위 삼성만 웃었다. 삼성은 압도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한화에 8 : 2로 승리했다. 반면 삼성을 추격하는 2위와 3위팀은 하위 팀에 덜미가 잡혔다. LG는 연장 접전 끝에 5위 롯데에 3 : 4로 패했고 넥센은 시즌 10승에 성공한 NC 선발 이재학의 호투에 밀리며 NC에 2 : 6으로 승리를 내줬다. 엇갈린 승패는 삼성의 정규리그 3연패를 한층 더 가깝게 했다.
삼성은 남은 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시즌과 달리 힘겨운 후반기 레이스를 펼쳤지만, 삼성의 우승 본능은 시즌 막판 빛났다. 삼성이 1위를 굳힌 가운데 이제 프로야구는 2위 싸움으로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2위 LG와 LG를 반게임, 한 게임차로 뒤쫓는 넥센과 두산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 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때 우승까지 노렸던 LG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변화다. 화요일 롯데전 패배는 그만큼 LG에 치명적이었다.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동점 상황에서 등판시키는 등 주력 불펜을 모두 동원하며 승리 의지를 다졌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총력전의 결과가 좋지 못하면서 LG는 남은 경기 부담도 커졌다. 남은 3경기를 치르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LG다.
(LG에 치명상 안긴 무명의 반란, 연장 끝내기 안타 김준태)
LG의 일격을 가한 롯데는 시즌 막판 연승을 이어가며 고춧가루 부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투.타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고 선수들의 승리 의지도 충만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는 올 시즌 절대 열세에 있던 LG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롯데는 경기 후반 2 : 1로 리드하던 경기를 2 : 3으로 역전당하며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의 끈질긴 추격은 LG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미 1위 삼성의 한화에 앞서고 있는 상황, LG 선수들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LG는 공격에서 평소답지 않게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수비 역시 흔들렸다. 8회 말 동점을 허용하는 장면은 병살타가 되어야 할 투수 땅볼이 송구 실수로 실책이 되면서 발생했다. 다잡은 경기를 놓치 LG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고 연장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롯데는 선발 투수 대결에서 열세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롯데 김사율은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 이후 인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LG선발 신정락은 올 시즌 프로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에 신정락은 롯데전 3승에 1점대 방어율로 천적과 같은 존재였다. 최근 투구 내용도 신정락이 훨씬 좋았다.
초반 분위기 역시 예상대로 LG기 우세했다. LG는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며 롯데 선발 김사율에게 부담을 주었다. 김사율은 좌타자를 대거 기용한 LG 타선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1회 초 1사 1, 2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김사율은 2회 초 2사 1, 2루 위기는 넘지 못했다. 박용택에 적시안타를 허용한 김사율은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초반 불펜 가동이 불가피보였다.
흔들리던 김사율을 살린 건 롯데 우익수 손아섭의 호수비였다. 손아섭은 2회 초 1실점 후 나온 LG 오지환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낸 데 이어 3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병규의 펜스를 맞히는 타구를 잡아내면서 LG 공격 흐름을 끊었다. 손아섭의 호수비에 힘을 얻은 김사율은 3회 이후 안정을 되찾았다. 과감한 직구 승부로 타자와의 승부에서 주도권을 잡았고 변화구 제구도 살아났다.
김사율은 초반 불안을 이겨내고 6이닝 1실점 호투로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LG 선발 신정락에 고전했다. 이전 경기과 마찬가지로 신정락의 변화가 심한 구질에 적응하지 못했다. LG의 2회 초 1득점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았다. 답답한 롯데 타선의 돌파구를 열어준 건 중심 타자들의 활약이었다.
근성으로 가져온 끝내기 승리 롯데
조급함이 불러온 끝내기 패배 LG
4회 말 롯데는 4번 전준우의 2루타에 이은 박종윤의 적신 안타로 동점에 성공했다. 동점 이후 롯데는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6회 말 롯데는 2사 후 황재균의 적시 타로 2 : 1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LG 벤치는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롯데 좌타자들을 피해가는 수비작전을 펼쳤지만, 신정락이 황재균과의 승부에 실패하면서 실점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LG는 7회 초 롯데의 두 번째 투구 강영식 공략에 성공하며 다시 3 : 2 리드를 잡았다. 롯데는 LG 좌타선을 의식해 좌완 강영식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강영식은 LG 이진영에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LG 이동현, 봉중근이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LG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롯데가 7회 말 병살타로 득점 기회를 놓치자 LG의 승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LG의 승리가 예상되던 8회 말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LG는 7회 말 위기를 넘긴 이동현을 8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승리를 굳히기 위한 불펜 운영이었다. LG의 의도는 8회 말 1사 후 롯데 장성호의 2루타가 나온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LG는 타격감이 좋은 황재균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며 롯데 하위타선과의 승부를 노렸다.
롯데는 베테랑 조성환을 대타로 기용하며 승부를 걸었다. 이 상황에서 나온 조성환의 투수 땅볼은 LG의 무실점 위기 탈출을 의미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LG 투수 이동현의 송구 실책은 양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베테랑 투수 답지 않은 수비였다. 롯데는 행운의 동점에 성공했고 LG는 다잡은 승리를 어렵게 끌고가야 했다. 다시 3 : 3 동점, 이후 양 팀은 필승 불펜진을 마운드에 올리며 연장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롯데는 강영식, 이명우에 이어 마무리 김성배를 마운드에 올려 실점을 막았다. LG는 이동현, 류택현에 이어 마무리 봉중근을 연장까지 이어 던지게 하면서 롯데에 맞섰다. LG 마무리 봉중근은 10회 말 2사까지 무난히 잡아냈고 연장 승부가 더 길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2사 후 황재균에 허용한 볼넷이 화근이었다. 롯데는 문규현의 안타로 2사 1, 3루의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문제는 봉중근과 맞설 타자였다. 이미 대타를 모두 소지한 상황에서 롯데는 교체 포수로 출전한 김준태를 그대로 타석에 들어서게 해야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경기 타석에 들어서는 김준태는 이미 전 타석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삼진으로 물러났었다. 승패에 걸린 긴장된 상황에서 베테랑 봉중근과의 대결이 쉽지 않아 보였다.
(초반 위기 극복한 역투, 김사율)
하지만 LG 베터리의 방심이 신인 김준태의 깜짝 활약을 불러왔다. 끈질기게 봉중근과 대결하던 김준태는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연장 승부의 종결자가 되었다. LG 베터리는 상황을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 탓인지 변화구에 약점이 있는 김준태에 직구로 승부를 걸었다. 그 공이 높게 제구되면서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결국, LG는 롯데 신인 타자의 한 방에 쓰라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LG를 좌절시킨 깜짝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김준태는 고졸 신인으로 입단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1군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LG는 불펜진을 모두 투입하는 소모전 속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1위 추격이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수비불안으로 경기를 그르쳤다는 점도 패배를 더 아프게 했다.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부담에 긴장했고 조급했다. 결과를 먼저 생각한 경기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제 LG는 2위 수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반대로 롯데는 시즌 막판 연승을 이어가게 되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승리를 가져왔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롯데는 팀 승리와 더불어 타격왕 경쟁을 하는 간판 타자 손아섭이 2안타를 때려내며 LG 이병규를 제치고 다시 타격 1위에 복귀하는 또 다른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시즌 내내 약세를 유지하던 LG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롯데의 기쁨은 반대로 더 풍성한 가을 걷이를 기대하던 LG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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