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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부터 열리는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에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와중에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한 레전드가 스스로 무대에서 퇴장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박경완이 23년간 이어온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스스로 찍었다. 수년간 잦은 부상을 이겨내며 현역 선수로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박경완이었지만, 세월의 흐름을 완전히 거스를 수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 은퇴다. 박경완은 풀타임 시즌을 소화할 체력은 아니지만, 포수가 약한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가 쌓아온 경기운영 능력과 포수로서의 노하우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그만의 자산이다. 포수 기근에 빠져있는 프로야구 현실에서 박경완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포수였다. 박경완은 팀을 옮겨서라도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었지만, 계속된 부상과 재활이 반복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소속팀 SK 역시 팀의 상징과도 같은 박경완이 타 팀에서 선수생활을 끝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SK는 40살이 넘은 박경완을 보호선수에 넣으면서까지 그를 지키려 노력했다. SK는 박경완이 건강한 모습을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팀의 풍부한 포수자원은 박경완의 빈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조인성, 정상호에 유망주 이재원이 지키는 1군 포수 엔트리는 단단했고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박경완은 올 시즌 2군에 머물러야 했다.

 

 

 

(SK,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 된 박경완)

 

 

팬들의 비판도 있었다. 선수생활 연장 의지가 강한 노장 선수를 사장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쓰지도 않을 선수를 타 팀에 주기 싫어 2군에만 머물게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박경완의 존재는 SK에 뜨거운 감자와 같았다. 현 이만수 감독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오해도 있었다. 올 시즌 이후 박경완이 선수생활 연장 의지를 계속 보인다면 SK가 그를 잡아둘 명분이 부족했다.

 

이런 SK의 고민을 박경완은 스스로 결정으로 덜어주었다. 분명 소속팀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그였지만, 화려한 선수생활를 보낸 SK를 저버릴 수 없었다. SK는 이런 박경완을 파격적인 대우로 예우했다. 팀의 레전드가 은퇴하면 해외 야구 연수 후 팀의 코치로 새롭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SK는 그에게 2군 감독의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만큼 그의 지도자로서 능력을 믿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박경완은 SK에서 코치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투수리드와 수비 조율 능력에서 박경완은 발군이었다. 그의 전성기 때 SK 전력의 반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그의 비중은 상당했다. 1991년 지금은 사라진 쌍방울에서 시작해 전성기를 구가하던 현대 유니콘스, 2000년대 최강팀 SK를 거치는 동안 쌓아온 내공은 어느 지도자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지도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경완의 선수 생활은 풍부한 경험과 더불어 화려함 그 자체였다. 당시로는 드물게 고졸 선수로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박경완은 강한 어깨가 있는수비형 포수로 주목받았지만, 쌍방울에서 현대로 팀을 옮긴 이후 숨겨왔던 타격 재능까지 마음껏 발휘했다. 박경완은 포수로서는 드물게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고 전무후무한 4연타석 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는 SK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박경완은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 수비능력까지 두루 갖춘 완벽한 포수였다.

 

이런 박경완 마스크를 쓴 현대와 SK가 강팀으로 자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박경완의 소속되었던 현대와 SK는 리그를 지배하는 팀이었다. 아울러 단단한 마운드가 강점이었다. 그 저변에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박경완의 투수 리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어떤 것보다 그의 가치를 높여주는 그의 능력이었다.

 

 

길고 화려했지만 아쉬웠던 선수생활 마무리

파격적인 2군 감독선임, 또 다른 능력 보일까?

 

 

이렇게 박경완은 리그 최고 포수로서 우리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가 포수 포지션에서 남긴 314개의 홈런과 995타점의 기록은 당분간 깨기 힘든 통산 기록이도 하다. 박경완은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화려한 과거를 뒤로하고 박경완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그의 미래뿐만 아니라 SK의 미래도 함께 이끌어야 하는 박경완이다.  

 

SK가 박경완은 2군 감독으로 선임한 것에는 그에 대한 예우차원도 있지만, 그의 리더십과 지도력으로 SK의 미래 자원들을 잘 성장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선수 은퇴와 함께 과거의 향수 속에만 박경완이 머물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마무리 훈련을 지휘해야 하고 유망주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 2군 육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SK이기에 박경완의 어깨는 무겁다.

 

당장 SK는 내년 시즌을 앞둔 FA 시장에서 주전 2루수 정근우가 나서고 2014년 시즌 이후에는 간판타자 최정을 비롯해 SK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전 상당수가 FA 시장에 나서게 된다. 인근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의 1군 입성과 맞물려 상당한 전력 누수가 예상된다. SK는 올 시즌 가을야구 실패에 대한 충격을 벗어하는 것 이상으로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의 주전들을 대신할 선수 육성이 필수적이다.

 

박경완은 SK의 이런 당면 과제를 해결해줘야 임무를 부여받았다. 2군 감독자리를 결코 과거 명성만으로 해낼 수 있는 자리고 아니다. 박경완은 지금까지 화려한 과거를 지닌 은퇴 선수에서 SK의 미래를 책임지는 위치가 되었다. 과연 박경완이 화려했던 선수생활의 기억을 그가 지도할 선수들에게서 재현할 수 있을지 박경완이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와 SK의 미래가 기대된다.

 

사진 : SK 와이번스, 글 : 김포맨(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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