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과 2차 드래프트가 끝난 시점에 프로야구 각 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시즌 최하위 한화는 류현진이 남긴 포스팅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이용규, 정근우로 이어지는 최강 테이블 세터진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도 의미 있는 전력보강을 했다. 기존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을 포기하며 더 좋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 나서고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와 달리 전력 누수가 극심한 팀도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놀라운 투혼을 보여준 두산은 FA 시장과 2차 드래프트에서 상당수 선수를 타 팀에 내줬다. 그 선수들의 대부분은 두산의 과거와 현재까지 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의 대부분이었다. FA 3인방이었던 이종욱, 최준석, 손시헌은 오랜 기간 팀의 주력 선수들이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팀을 떠난 김상현, 이혜천은 최근 부상과 부진으로 역할 비중이 떨어졌지만, 두산 불펜에서 전천후로 큰 역할을 했던 선수였다.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은 아직 공.수에서 수준급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40인 보호선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임재철은 잠실 라이벌 LG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게 되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떠나보낸 또 한 명의 투수 서동환 역시 그 잠재력 만큼은 인정받고 있었고 보내기엔 미련이 남는 투수였지만, 그도 보호받지 못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두산은 팀 최고참 투수 김선우와도 결별했다. 두산의 코치직 제의를 뿌리친 김선우는 자유계약 선수로 풀려났다.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두산에 영입된 김선우는 전통적으로 선발진이 약했던 두산의 1, 2선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에 눌린 김선우는 부상이 겹치면서 올 시즌 부진했다. 포스트시즌 성적도 좋지 못했다. 두산은 김선우를 내년 시즌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김선우는 선수생활의 연장하기 위해 두산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젠 기억 속에만 남을 기적의 2013 포스트시즌 주역들)
이들과 함께 두산의 중심이었던 두목 곰 김동주 역시 그 존재감이 미미해진지 오래다. 김동주는 올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내야 했다. 그나마도 경기출전 자체를 하지 못했다. 경험 있는 선수들의 절대적으로 필요한 포스트시즌에도 김동주는 불음을 받지 못했다. 주력 선수 상당수가 팀을 떠난 상황에서 내년 시즌 김동주의 중용 가능성도 있지만, 두산의 최근 움직임을 고려하면 1군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 보인다.
이 외에도 넓은 수비 폭으로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2익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고영민 역시 1군에서 이름을 본 기억이 가물거린다. 재기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두터운 두산 선수층에 밀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외야수 겸업 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1군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고영민을 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렇게 두산은 지금의 팀을 함께 만들었던 이들과 작별을 택했다. FA 3인방은 두산 스스로 잡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유망주 보호에 주력했다. 올시즌 호성적에 바탕에 있었던 선수들을 정리한 두산은 선수단 개편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하려는 의지도 강해보인다. 하지만 두산의 전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두산이 자랑하는 두터운 선수층이 있기 때문이다. FA 3인의 자리는 젊은 야수들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마운드 역시 떠난 선수들의 올 시즌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다. 당장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야구의 속설을 고려하면 김상현, 이혜천, 서동환, 김선우까지 아직 충분히 활용 가능한 투수들의 모두 내보낸 점은 아쉬움이 있다.
두산은 에이스 니퍼트와 짝을 이룰 외국인 투수 영입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고 젊은 투수들의 기량향상이 급해졌다. 다만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이들의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점은 분명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영입될 외국인 타자 역시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잊게 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테랑의 대거 정리, 새로운 팀으로 변신 시도한 두산
스토브리그의 패자? 체질 개선을 통한 더 높은 도약?
올 시즌 멋진 포스트시즌을 기억을 남긴 두산은 기존 전력을 보강하기 보다 대폭의 팀 개편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베테랑들의 가치를 너무 낮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두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수 중 주전 라인업에 남을 선수들은 김현수, 홍성흔 정도뿐이다. 내야의 주축인 오재원, 이원석은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내년 시즌 두산의 개막전 엔트리 상당수가 풀 타임 시즌 경험이 없는 선수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이상의 성적을 기대한다면 큰 불안요소다. 팀 사기 측면에서도 베테랑들의 대거 이탈은 좋은 일이 아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의 화수분은 타 팀의 전력보강에 아낌없이 이용됐다. 자의에 의하던 타의에 의하던 두산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과거 김경문 감독시절의 흔적들이 상당 수 지워졌다. 팀 색깔의 변화도 급격히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두산 팬들 역시 베테랑들을 홀대하는 듯 한 구단에 대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산은 더 먼 미래를 보고 선수단을 변화시키고 있다.
두산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던 스토브리그의 기억들을 지워내고 허슬두산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포스트시즌 단골팀의 위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앞으로 모습이 주목된다.
사진 : 두산베어스 페이스북,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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