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변화폭이 가장 큰 팀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 중심에 있던 선수 중 상당수가 팀을 떠났다. FA 시장에서 이종욱, 손시헌이, 2차 드래프트에서 임재철이 김선우는 자유 계약으로 풀리며 팀을 옮겼다. 차세대 거포였던 윤석민 또한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예상치 못한 큰 변화였다.
변화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두산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진욱 감독도 더는 두산과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 자리 신인 감독이나 다름없는 송일수 감독이 대신했고 코치진의 변화도 불가피했다. 팬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두산을 이를 통해 팀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팀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오랜 기간 두산의 핵심이었던 베테랑 선수들과의 이별은 불가피했다.
우려가 큰 변화였다. 두터운 선수층 탓에 이를 메울 자원이 풍부한 두산이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존재를 너무 등한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변화를 선택했다. 이제 두산의 과거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 중 홍성흔을 제외하면 전력의 중심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두목 곰 김동주 역시 아직 기회는 열려있지만,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되며 힘겨운 엔트리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위기의 베테랑 고영민, 2014시즌 부활할까?)
그리고 또 한 명의 베테랑 고영민도 잊혀짐이라는 단어와 싸우고 있다. 고영민은 두산과 국가대표 2루수로 큰 활약을 했던 기억을 뒤로한 채 전지훈련에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08시즌 이후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린 고영민은 이후 주전 경쟁에서 점점 멀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전 경기 수는 급격히 줄었고 2군에 머무르는 일이 많아졌다.
2012시즌 반전의 기회를 잡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고영민은 1군에서 10경 출전에 그치며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내야 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타격과 이 때문에 떨어진 자신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고영민이 자리를 비운 2루수 자리는 오재원, 최주환, 허경민 등이 채웠다. 그가 없어도 두산 내야진은 단단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이 선전을 거듭하는 과정을 고영민은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올 시즌 후 스토브리그에서 고영민은 팀을 옮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고영민은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서 그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 고영민은 올 시즌 두산에서 다시 한 번 부활의 기회를 잡았다. 두산은 고영민은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하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손시헌이 FA로 팀을 떠난 상황, 이원석, 오재원 두 주력 내야수의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두산으로서는 고영민이 부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팀 내 경쟁이 치열하다. 고영민의 주 포지션인 2루수는 오재원이 주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재원은 도루왕에 올랐을 만큼의 빠른 발과 넓은 수비 폭, 수준급 타격 능력이 있다. 타고난 파이터 기질과 승부 근성은 팀에 보이지 않게 기여하는 부분이다. 백업 자리 역시 최주환, 허경민이라는 재능있는 젊은 선수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지난 시즌 고영민은 이들에게 밀려 1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롯데에서 영입된 양종민도 두산 내야진 경쟁에 가세했다.
고영민이 과거의 기량을 되찾지 못한다면 개막전 엔트리 진입을 장담할 수 없다. 젊은 선수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을 제공하는 두산의 성향을 고려하면 고영민은 이들과 우월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만약 개막전 엔트리 진입 경쟁에서 밀린다면 고영민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1군 진입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고영민
- 넓은 수비폭, 센스만점 주루, 수준급 타격의 주전 2루수
- 계속된 타격부진, 주전경쟁 탈락, 멀어진 1군 엔트리
→ 베테랑 상실의 두산에서 존재감 되찾을까?
고영민으로서는 더 큰 독기를 품고 시즌준비에 임할 수밖에 없다. 고영민은 펀치력이 있는 타격과 타고난 주루 센스로 3할 타자 이상의 공격력이 있었고, 2익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넓은 수비폭으로 팀에 보이지 않게 공헌도가 높은 선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타격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그 존재감이 점점 무디어져갔다. 그를 대신할 자원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두산의 두터운 선수층의 그를 점점 잊혀지게 했다.
고영민이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팀 사정속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영민은 이제 30살이 되는 선수로 아직 충분히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나이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는다면 기량을 회복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큰 경기 경험 많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포기를 말하기에는 아직 아쉬움이 많은 고영민이다.
올 시즌 두산은 변화 속에서도 성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고 마운드는 단단하다.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여기에 베테랑들이 경쟁에 합류하고 팀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상위권 전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고영민이 부활은 두산의 전력을 더 강하게 하는 부분이다. 한때 리그를 대표하던 2루수로서 명예 회복이 필요한 고영민이다.
고영민이 과거의 화려했던 기억을 추억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감을 되살릴 수 있을지 잊혀짐이라는 단어를 벗어던질 수 있을지 아지도 두산 팬들은 고제트 고영민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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