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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를 대표하는 선수를 한 명 선택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이병규다. 한때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긴 했지만, 1997년 입단한 이후 이병규는 LG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타고난 야구 센스와 타격감각은 그를 리그 최고의 좌타 교타자로 이끌었다. 특히, 공을 가리지 않고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투구도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이었다.

 

가끔 불성실한 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통산 0.314의 타율에 1972개의 안타, 938타점은 이병규의 꾸준한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LG가 하위권을 전전하던 시절 중심 선수였기에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2013시즌 이병규는 불혹은 앞둔 나이에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플레이로 시즌에 임했고 젊은 선수들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 베테랑 선수의 분전은 선수들에 큰 자극제가 되었다. 지난해 LG가 상위권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는 이병규를 비롯한 베테랑들의 심기일전과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병규는 팀 성적과 더불어 자신도 타율 1위에 오르며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부상으로 상당 시간을 결정하면서 타격감을 유지한 결과였다. 모처럼 팀의 중심선수로 팀과 자신에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보냈다. 

 

 

(노장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9번 이병규)

 

 

이렇게 팀의 중심선수인 이병규와 함께 LG는 또 한 명의 이병규가 있다. 사람들은 부르기 편하게 그를 작은 이병규라고 했다. 그 이름대로 작은 이병규 역시 야구에 대한 재능만큼은 인정받은 선수였다. 특히 타격에서 이병규는 힘과 기술을 겸비한 선수로 주목받았다. 2006시즌 신고 선수로 프로에 들어온 작은 이병규는 입단 이후 수년간 1군보다 2군이 더 익숙한 선수였다.

 

2군에서 기량을 발전시킨 이병규는 2010시즌 3할의 타율과 12홈런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꽃피우는 듯 보였다. 이즘부터 그는 베테랑 큰 이병규와 비교되면 그 존재감을 더 높일 수 있었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좌타자가 외야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명의 이병규가 선발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도 점점 늘어났다. 야구팬들에게는 보기 드문 색다른 장면이었다.

 

하지만 작은 이병규는 2010시즌 이후 주전 자리를 확실히 굳히지 못했다. 부상이 잦았고 타격이 기복이 심했다.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 플래툰의 족쇄가 채워지기도 했다. 일정하지 못한 경기 출전은 분명 성장에 큰 장애물이었다. 큰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이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외야수비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작은 이병규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1.5군 선수였다. 그럼에도 이병규는 타격에서만큼은 강점을 보였다. 퓨처스 리그는 그에게 너무나 작은 무대였다. 주전 기회만 잡는다면 큰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가 많았다.

 

큰 기대 속에 시작한 2013시즌, 작은 이병규는 부상으로 시즌 시작을 함께 할 수 없었다. 더위가 조금씩 느껴지는 6월에 가서야 1군에 제대로 합류할 수 있었다. 시작은 늦었지만, 한여름 작은 이병규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마침 큰 이병규가 부상으로 장기간 뛸 수 없었지만, 작은 이병규의 활약이 그 공백을 메워주었다. 7. 8월 동안 작인 이병규는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LG 타선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

 

큰 이병규가 1군에 복귀한 이후에는 두 이병규가 함께 활약하며 LG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주었다. LG가 타 팀의 트레이드 요청이 많았음에도 작은 이병규를 계속 안고 간 이유를 알 수 있는 2013시즌이었다. 작은 이병규로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까지 치르면서 쌓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두 이병규는 LG 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들이다. 큰 이병규는 지난해 40대 나이에도 FA 계약에 성공하며 확고한 팀 내 입지를 확인했다. 지난해 활약은 아직 그가 최고 타자로서 기량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이에 따른 부상위험과 체력부담이 있지만, 지명타자로 주로 나선다면 충분히 풀 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발시키지 못한 재능, 7번 이병규)

 

 

작은 이병규는 치열해진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아직 LG 외야진에서 박용택, 이진영은 베테랑으로서 경쟁력이 있고 지난해 성적도 좋았다. 지난해 4번 타순에 들어설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보인 정의윤이 존재도 그에게 부담이다. 정의윤은 LG에 귀한 장타력 있는 우타자라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가능성을 확인한 문선재의 외야 전향과 두산에서 영입된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 역시 큰 벽이다.

 

1루수 변신의 가능성도 있지만, 외국인 타자 조쉬 벨이 입단하면서 베테랑 정성훈의 포지션 이동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이 마저도 쉽지 않게 하고 있다. 지난해 1루수로 많이 출전한 김용의도 수준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 작은 이병규로서는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 보다 더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플래툰 시스템이 적용되더라도 꾸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고 해마다 그를 괴롭혔던 부상방지에도 힘써야 한다. 이제 30대를 넘어선 만큼 한 타선 한 타석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이병규와 작은 이병규가 두 이병규는 이름은 같지만, 야구 선수로서의 길은 조금 달랐다. 두 선수 모두 LG 팬들의 많은 성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 시즌에도 두 이병규가 선발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자주 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지난해 못지 않은 활약으로 이병규라는 이름을 더 빛나게 할지 야구 팬들에게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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