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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에 경쟁은 선수생활 내내 이겨내야 하는 과제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은 신인 선수들이 쉽게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신인왕을 차지하는 선수들의 상당 기간 2군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일이다. 오랜 기간 무명의 시간을 견뎌내며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들이 아직도 많다.

 

올 시즌 NC 테이블 세터진을 책임질 김종호 역시 그 이름을 알리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07시즌 삼성에 입단하며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종호는 삼성의 두터운 선수층에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김종호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한 NC행은 선수생활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난해 김종호는 NC의 1번 타자로 생애 처음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공.수에서 근성 있고 재치있는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종호는 50개의 도루로 이 부분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무명의 반란이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잡은 주전의 기회를 김종호는 완벽하게 살려냈다. 2013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김종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1번 타자로 NC에서 그 위치가 더 확고해질 것으로 보였다.

 

 

 (2년 연속 도루왕 도전하는 김종호)

 

 

하지만 김종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또 다른 경쟁을 맞이했다. FA와 외국인 타자 영입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NC는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 이종욱을 영입했고 외국인 타자 테임즈를 추가로 영입했다. 모두 좌타자에 외야수비가 가능한 선수들이었다. 여기에 군에서 제대한 오정복과 지난해 장타력을 과시한 신예 권희동은 NC에 부족한 우타자 외야수라는 장점이 있었다. 팀에서 간판타자로 육성하고 있는 나성범까지 NC의 외야진은 북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도루왕에 올랐던 김종호였지만,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다면 어렵게 잡은 주전 자리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분명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김종호는 시범경기에서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김종호는 시범경기 초반이지만, 23타수에 4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타격에 한층 더 힘이 붙었음을 보여주었다.

 

3개의 도루로 지난해 도루왕의 면모로 잃지 않았다. 더 치열한 경쟁구도에 놓여있었던 김종호였지만, 실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이는 NC가 올 시즌 기대하고 있는 이종욱, 김종호 테이블 세터진의 맹활약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NC는 이종욱을 영입하면서 외야 수비를 더 안정시키고 테이블 세터진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종욱의 경험과 김종호의 상승세가 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리고 김종호의 시범경기 고감도 타격으로 그 기대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NC와 상대하는 팀은 이정욱, 김종호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테이블 세터진과 까다로운 승부를 해야 한다. 이는 마운드의 투수들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출루하면 언제든 도루가 가능하고 3할대의 타격능력을 가진 선수들과 연이어 상대한다는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뒤이어 나오는 중심 타선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팀 공격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NC로서는 리그 최강 테이블 세터진 구성으로 공격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 타자 테임즈가 중심타선에서 순조롭게 자리한다면 이종욱, 김종호 테이블 세터진이 만들어낼 기회에서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타격 능력까지 갖춘 두 선수가 득점기회에서 해결사 역할도 가능하다.

 

물론, 김종호가 지난해 활약을 이어가야 하고 이종욱이 여전한 기량을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일단 시범경기 분위기는 좋다. 김종호가 한 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C는 김종호, 이종욱,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좌타 외야진으로 시즌 개막전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우타자 오정복, 권희동에 외국인 선수 테임즈가 영입되면서 주전 자리를 잃은 조영훈까지 외야진에 가세할 수 있다.

 

어느 팀 부럽지 않은 외야의 선수층이다. 더 치열해진 경쟁이 선수들에 괴로운 일이지만, NC는 외야진에서만큼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김종호의 입지는 시범경기를 통해 더 확고해지는 느낌이다. 현재로서는 2년 차 징크스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직 안심은 금물이다. 두터워진 선수층은 언제든 그를 백업 외야수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종호의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긴장된 시간의 연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한층 더 강해진 모습을 보인 김종호가 쉽게 흔들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렵게 잡은 자리한 만큼 놓치고 쉽지 않은 마음도 강할 수밖에 없는 김종호다. 올 시즌 풀타임 1군 선수로 2년차를 맞이하는 김종호가 만들어갈 그림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사진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이메일 : youlsim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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