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유망주는 희망의 단어지만, 기다림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모두 자리를 잡을 수 없음을 의미했다. 해마다 프로 구단들은 신인 선수를 지명하고 신고선수로 영입해 2군에서 심지어 3군에서까지 육성하고 있다. FA 가격 폭등이 극심해지면서 내부 육성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당한 투자와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당장 성적이 필요한 구단은 다시 FA 시장이나 외국인 서수 영입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특히, 투수의 경우 제대로 된 투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타자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이다. 투수 기근 현상은 이제 프로야구에서 공통된 고민이 됐다. 타고투저 현상이 가면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올 시즌 144경기로 경기 수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투수층의 두텁지 못한 구단은 고전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투수 자원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연히 내부 자원 육성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지만, 몇몇 구단을 제외하면 상황은 여의치 않다.
(홍성민, 롯데 선발진의 새 얼굴로 자리잡을까?)
최근 상위권에서 계속된 전력 하락을 경험한 롯데 역시 투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망주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롯데의 상위권 픽 유망주들은 좀처럼 팀 전력에 가세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롯데 투수진은 30대 중반에 이르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2~3년간은 어떻게 버텨낼지도 모르지만, 미래를 고려하면 암담하기까지 하다.
결국, 젊은 투수들이 유망주의 그림자를 지워내야 한다. 2개의 큰 구멍이 생긴 선발 투수진에 젊은 투수들의 자리를 잡아야 할 롯데다. 이는 팀의 필요도 있지만, 풀타임 선발 투수로 자리할 기회가 젊은 투수들에 열린 것과 같다.
일단 지난 시즌 선발 투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 이상화와 홍성민이 그들이다. 두 투수는 2014시즌 선발 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라 가능성을 보였다. 그중에서 홍성민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 확률이 가장 높다. 홍성민은 2013시즌 김주찬의 보상 선수로 KIA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4시즌에도 신인급 투수 못지않은 담대한 투구로 한 층 좋아진 제구력으로 선발 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단조로운 구질이 읽히고 체력적인 문제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선발진에 안착하지 못 했다. 사이드암 투수의 숙제인 좌타자 승부도 아직은 부족함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경험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상이 없고 동계 훈련만 충실히 소화한다면 4, 5선발 한자리에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홍성민과 함께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높였던 이상화는 팀의 긴 기다림에 답을 해야 할 때가 됐다. 2009년 롯데에 고졸 신인으로 입단한 이상화는 불의의 부상으로 상당 기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 사이 군 문제를 해결해 중요한 걸림돌로 제거했다.
하지만 부상 이후 볼 스피드가 줄었고 변화구 투수로 변신하는 과정이 아직 여의치 않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투구 패턴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안정된 제구력을 갖추고 있고 타자와의 승부 요령이 있는 만큼 꾸준히 기회를 준다면 선발 투수로서 자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좀 더 정교한 제구와 체력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롯데는 2010년 빛나는 시즌을 보낸 이후 긴 침체에 있는 이재곤과 군에서 제대한 이후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배장호 등이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이 있는 20대 선수들이다. 하지만 누가 유망주의 틀을 깨고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만약 20대 투수들이 제 자리 걸음을 한다면 올해 롯데 선발진은 로테이션 두 자리를 돌려 막아야 할 상황이다. 불펜 요원 중 선발 전환을 모색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임시변통이 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선발 마운드 구축을 위해 영건들의 발전은 필수적이다.
물론, 이는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로야구 전 구단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위권 탈출이 절실한 롯데에게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젊은 영건들이 늘 그렇듯 가능성의 함정에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롯데의 2015시즌은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유망주를 벗어나 롯데 투수진에 진짜 전력으로 가세할지 아직은 의문부호만 가득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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