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 팀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큼을 보여주는 말이다. 매일매일 쉴 새 없이 경기가 이어지고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상위권 성적을 위해서는 강력한 마운드가 필수조건이다. 강타선을 자랑하는 팀도 마운드가 부실하면 순위 싸움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운드의 안정은 그 팀이 장기 레이스 그리고 이어질 포스트시즌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원천이라 할 수 있다.
2015시즌 144경기로 경기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 마운드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불펜진, 마무리 투수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선발 마운드가 원활하게 로테이션되지 않으면 불펜진의 과부하는 불가피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불펜진의 힘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팀별로 선발 마운드 강화가 중요한 이유다.
올해 그 어느 팀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한화 역시 지난 스토브리그 동안 마운드 강화, 특히 선발진 강화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한화는 한층 전력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선발 마운드 부실로 고비에서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이태양이라는 새로운 선발 투수 요원을 얻었지만,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토종 선수들의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선발 마운드가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한화는 선발 마운드 부진 속에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베테랑 중심 선발진 한화 도약의 날개 될까?)
시즌 후 한화는 김성근 감독 체제로 팀의 근본적 개혁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외부 영입을 통해 선발 마운드 강화를 병행했다. 한화의 선택은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의 대거 영입이었다. 한화는 스토브리그 동안 배영수, 송은범을 FA로 영입한 데 이어 외국인 투수 선택에 있어서도 그동안 우리 리그에서 기량이 검증된 유먼과 탈보트를 선택했다. 타 팀들이 젊고 힘 있는 외국인 투수 영입을 하는 추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를 통해 한화는 이미 국내 리그에 적응력이 높은 10승 이상이 가능한 외국인 선발 2명과 역시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베테랑 선발 요원 2명을 더했다. 여기에 지난해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로 활약한 젊은 피 이태양과 좌완 유망주 유창식 등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선발 마운드 구축이 가능해졌다.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이룬 큰 성과였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베테랑 권혁이 불펜진에 가세하면서 기존 안영명, 박정진, 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에 힘을 더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 촘촘한 마운드 운영을 하는 김성근 감독에게는 경기 중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 한화 마운드의 상황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역시 선발 마운드다.
분명 기량이 검증되고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 다수 포진됐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그 이면의 불안요소도 있다. 배영수는 삼성의 레전드로 큰 부상을 이겨내고 삼성의 영광을 함께 한 경험이 큰 자산이지만, 투수로서 정점을 지났다. 구위는 점점 떨어진 가능성이 높고 5년 연속 우승에 도전에 도전하는 삼성과 전혀 다른 전력과 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배영수가 함께 영입된 송은범은 최근 성적이 내림세에 있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송은범은 지난 2년간 KIA에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남기지 못 했다. 부상이 겹쳤고 제구력 난조가 극심했다. 의욕마저 떨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으로 그를 FA로 영입했다. 송은범이 좋은 모습을 보였던 SK 시절 함께 했던 김성근 감독이라면 그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영입이었다. 2년간 부진했지만, 직구의 구위가 살아있고 부상 변수만 없다면 일정 역할이 가능한 송은범이다. 다만 송은범이 SK 시절 정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외국인 투수 쪽을 살피면 롯데와의 재계약 실패 후 한화로 영입된 유먼, 과거 삼성의 우승에 일조했던 탈보트 모두 부상이 변수다. 유먼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더불어 30대 후반이 이른 나이, 이에 따른 구위 저하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한화는 우리 야구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친화력이 높은 그의 장점을 더 높게 평가했다.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주무기가 있는 만큼, 충분히 선발 로테이션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탈보트 역시 우리 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상당한 위력을 보인 만큼 두 자릿수 이상의 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이긴 하다. 한화는 이들과의 계약 과정에서 이들의 몸 상태에 대해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화는 선발 마운드 구성에 있어 차별화된 선택을 했다. 강력한 에이스는 없지만,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켜줄 선수들로 구성됐다. 4인의 베테랑은 이태양, 유창식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선수들이고 아울러 그들의 노하우는 젊은 투수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수년간 탈꼴찌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 한화다. 올 시즌 한화는 그 투자의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 체제로의 전환은 그들의 목표가 최하위 탈출 그 이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도 계속되고 있지만, 올 시즌 한화 구단과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져있다.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필요하다.
새롭게 자리한 한화의 베테랑 중심의 선발진은 올 시즌 한화 전력을 핵심이다. 불펜진과 공격력이 한층 좋아졌고 약점이던 수비력도 강한 훈련으로 보완이 예상되는 만큼 선발진이 정상 로테이션만 지켜준다면 한층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검증된 자원을 선발진에 대거 영입한 것도 안정감과 꾸준함에 더 큰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2015시즌 확 달라진 한화 선발진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한화의 성적과 함께 프로야구 순위 판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사진 :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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