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에서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 하나는 불펜 투수들의 가치가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다. 일본리그에서 활약하는 오승환을 필두로 손승락, 봉중근 등의 특별 마무리 투수는 물론이고 그 앞을 지키는 셋업맨들의 팀 내 비중도 상당하다. 강력한 불펜진이 강팀의 주 요건이 되면서 불펜투수들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연봉 협상이나 FA 계약에도 잘 반영되고 있다.
불펜 투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평가 수치도 마련됐다.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와 별도로 경기 중간 등판해 효과적인 투구를 하면 주어지는 홀드는 중간 투수들의 능력치를 나타내는 기록이다. 그리고 최근 2년간 우리 프로야구에서 홀드 부분 1위 자리는 넥센의 불펜투수 한현희가 차지하고 있었다.
2012시즌 고졸 신인으로 프로에 첫선을 보인 한현희는 그 해 3승 4패 7홀드 3점대 방어율로 넥센의 주축 불펜투수로 자리한 데 이어 2013시즌 27홀드, 2014시즌 31홀드를 기록하며 이 부분 타이틀을 차지했다. 방어율은 3점대로 안정적이었고 2014시즌에는 78.2이닝을 소화하는 강한 내구성을 보였다.
(선발투수 전환 시도중인 한현희)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한현희는 마무리 손승락 앞에서 승리를 지키는 필승 불펜투수로 넥센의 핵심 선수가 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와 금메달 획득으로 군 문제까지 해결한 한현희는 선수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프로데뷔 3년 만에 마련했다.
하지만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현희의 선발투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은 핵심 불펜 투수에게 선발투수 전환은 분명 낯선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스프링캠프 기간 적응도를 보고 결정한다는 단서가 있지만, 현재 분위기는 올 시즌 엔트리에 그를 선발 투수로 자리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선발 투수는 대부분 투수가 희망하는 보직이다. 매 경기 대기하고 몸을 풀어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선발 투수는 로테이션에 따라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선발투수에 대한 평가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한현희 역시 선발투수 전환에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다.
전제조건은 있다. 한현희는 사이드암 투수지만, 140킬로 중반을 웃도는 위력적인 직구가 있다. 날카로운 변화구도 갖추고 있다. 좌.우 타자 상관없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다만, 선발투수로서의 투구는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불펜투수와 많이 다르다.
더 많은 변화구가 장착돼야 하고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체력과 경기 운영능력이 더해져야 한다. 선발 투수 한현희로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불펜투수 때와는 달리 사이드암 투수에게 껄끄러운 좌타자와의 잦은 승부도 부담될 수 있다. 단기간 내에 모든 것을 다 보완하고 발전시키기에는 어려움 많다.
특히, 넥센이 올 시즌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상의 목표를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현희의 선발 투수 적응 실패는 전력의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자칫 한현희의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우려도 있고 불펜진 약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큰 모험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부분을 모를 리 없는 넥센이지만, 넥센은 젊은 투수의 장래를 위해 그리고 장기적인 팀전력 강화를 위해 한현희의 선발투수 전환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토종 선발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재능있는 투수의 선발투수 정착은 큰 의미가 있다. 넥센 역시 선발진에서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20승을 기록했던 밴헤켄은 올 시즌도 함께 하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가 지난 시즌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고 그가 선수로서 넥센과 함께할 시간도 얼마 안 남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투수의 기량도 아직 지켜봐야 한다. 올 시즌 안정된 선발 투수진 구축을 위해 토종 선발진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한현희의 선발 전환은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고려한 선택일 수 있다.
과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좋은 성적을 남긴 선수들이 있지만, 최근에는 투수 분업화가 강화되면서 그런 모습을 보긴 어려워졌다. 한현희의 선발 전환은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선한 충격이다. 과연 한현희가 팀의 기대대로 붙박이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을지 아니면 실패의 기억을 안고 다시 궤도 수정을 하게 될지 이는 올 시즌 넥센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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