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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야구팬들이 우리 프로야구보다 해외리그 특히, 메이저리그에 더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박찬호를 비롯한 김병현, 서재응 등 우리 프로 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활약상이 TV 중계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최고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에 열광했고 수준 높은 야구에 매료됐다.


이들의 성공은 이후 아마야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 러시를 불러왔다. 유망주들의 유출은 우리 프로야구의 그간을 흔드는 일이었다. 이는 우리 프로야구의 침체기를 부추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국제경기 선전을 바탕으로 프로야구의 인기를 회복됐고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8개 구단 체제는 올 시즌 10개 구단 체제로 바뀌며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류현진, 강정호는 포스팅을 거쳐 우리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사례를 만들며 리그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여주었다. 그 사이 해외리그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와도 같았던 해외파 선수들의 선수 생활을 접었거나 우리 리그로 돌아와 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경험은 우리 프로야구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 존재감을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에 부활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선수가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잠수함 투수 김병현이 그렇다. 19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에 입단한 이후 언더핸드 투수지만 150킬로를 넘는 직구와 뱀처럼 휘는 슬라이더, 마구라 불리던 솟아오르는 커브, 일명 업슛을 앞세워 마무리 투수로 그 입지를 다졌다. 호리호리한 체격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구위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공포의 대상일 정도였다.


 

​(김병현,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 태울 수 있을까?)


 

하지만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김병현은 그 안정된 입지를 버리고 선발투수로서 변신을 시도했다. 언더핸드 선발 투수가 통할 수 없다는 메이저리그의 통념을 깬 파격적인 시도였고 성공의 가능성도 보였다. 선발 투수의 꿈이 실현되려는 순간 뜻하지 않은 부상이 그를 주춤하게 했다. 이후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변화도 그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후 김병현은 명문 구단 보스턴에서 선발과 마무리 투수를 겸하며 활약을 이어갔지만, 포스트시즌 부진 이후 야구 인생의 내리막이 시작됐다.

이후 김병현은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여러 팀을 전전했다. 김병현은 마이너, 독립 리그에서 뛰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일본 리그에서도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예전 기량을 회복하기는 무리였다. 그 사이 그는 야구와 점점 멀어졌고 잊히는 선수가 됐다. 한때는 그의 독특한 행동과 성격이 오해를 불러오며 경기 외적으로 화재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그가 재능에 비해 노력하지 않는 악동의 이미지를 강하게 했다.



조용히 야구 선수 인생을 접는 듯 보였던 김병현은 2012시즌 넥센과 전격적으로 계약하며 국내 리그로 복귀했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기량을 회복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구를 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넥센 선발투수 김병현은 새출발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넥센은 그에게 충분한 선발 투수 기회를 주었지만, 고질적인 제구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아무리 재능을 타고난 그였지만, 나이에 따른 운동능력 저하와 길었던 선수로서 공백을 이겨내긴 무리였다. 2년간 넥센에서 김병현은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지 못 했다. 2014시즌 김병현은 넥센에서 전력 외로 분류됐고 시즌 중 KIA로 트레이드 됐다. 그로서는 1999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15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고향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셈이었다.

이는 그에게 새로운 동기부여 요소였다. 차근차근 몸을 만든 김병현은 지난 시즌 후반기 선발 등판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힘보다는 제구와 경기 운영에 초점을 맞추면서 안정감을 보였다. 계속된 부상과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속에 김병현은 시즌 막판 로테이션을 지키며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다시 찾았다.

2015시즌 김병현은 지난해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선발 투수 김병현으로 자리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였다. 마침 KIA 선발 투수진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은 김병현의 중용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스프링 캠프에서 전해진 그의 맹장염 수술 소식은 레전드의 부활을 기대했던 KIA 팬들에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한창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맞이한 공백기는 시즌 초반 정상 가동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이는 올 시즌 가뜩이나 약화된 전력 탓에 고심이 큰 KIA의 시름을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긴 기다림 끝에 부활의 실마리를 찾은 김병현 개인에게도 너무 큰 악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병현은 긴 공백을 이겨내고 야구 선수로 복귀한 경력이 있다. 그만큼 김병현은 의지가 강한 선수다. 국내 복귀 이후 계속되는 부진에 포기할 마음도 있었겠지만, 김병현은 선수로서 계속 남았다. 뜻하지 않은 불운이 그를 덮쳤지만, 지금까지 그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면 이대로 도전을 멈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런 강한 의지에도 김병현은 부진이 곧 선수생활 은퇴를 의미하는 상황이 됐다. 과연 김병현이 선발투수로서 악재를 이겨내고 가능성을 넘어 베테랑의 부활을 결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그의 도전 결과가 궁금한 올 시즌이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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