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선발 등판하는 투수들의 대결이었던 롯데와 KIA의 5월 21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는 경기 중반 이후 뒷심에서 앞선 롯데의 4 : 2 승리였다. 롯데는 초반 0 : 2로 뒤졌지만, 5회 이후 매 이닝 득점에 성공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롯데는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한 신인 구승민에 이어 부상에서 돌아온 선발 요원 송승준을 5회 초 불펜 투수로 투입한 마운드 승부수가 적중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 선발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2군에서 콜업된 구승민은 위력적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아직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기복 있는 투구와 제구의 정교함이 떨어졌지만, 피하지 않은 과감한 승부가 돋보였다. 1군에서 첫 선발 등판이었음을 고려하면 4.1이닝 6피안타 2실점의 투구는 합격점을 줄만했다. 다음 선발 등판을 기약할 수 있는 투구였다.
부상으로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했던 송승준은 5회 초 1사 1,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김호령, 김주찬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큰 위기를 넘기는 관록투를 선보였다. 이후 송승준은 7회 2사까지 단 한 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는 무실점 투구로 팀 승리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송승준 개인으로도 부상 이후 건재를 과시한 투구였다. 팀의 역전과 함께 송승준은 구원승으로 시즌 3승을 수확했다.
(계속되는 무실점 투구, 롯데 불펜의 새 믿을맨 이성민)
롯데 타선은 KIA 선발 김병현에 초반 크게 고전했다. 언더핸드 투수에 약한 면모가 재현되는 모습이었다.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김병현은 긴 공백끝에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지만, 공끝이 살아있는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 조합으로 롯데 타선을 괴롭혔다. 중심 타자 최준석, 강민호가 무안타 부진도 타선에 악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여타 선수들의 분전으로 답답한 흐름을 끊을 수 있었다. 5회 말 김병현으로 부터 얻어낸 2 : 2 동점은 아두치의 2타점 2루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고 KIA 불펜이 가동된 6회 말 역전 적시 안타의 주인공은 박종윤이었다. 7회 말 쐐기 타점은 문규현의 솔로 홈런이었다. 롯데는 KIA보다 한 개 적은 팀 8안타였지만, 집중력에서 비교우위를 보였다.
이 과정에 전력 손실도 있었다. 6회 말 2루타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던 황재균이 박종윤의 적시타 때 홈 쇄도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것이 앞으로 경기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섰던 황재균으로서는 같은 곳에 부상을 당하면서 연속 출전 기록마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황재균의 부상과 팀 승리를 맞바꾼 경기였다. 황재균이 몸 상태는 롯데의 앞으로 행보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사다난 했던 경기였지만, 롯데 승리의 중요한 버팀목은 새롭게 구성된 이성민, 심수창의 불펜 원투펀치였다. 7호 초 2사 2루의 위기에 마운드에 오른 이성민은 가볍게 실점 위기른 넘긴데 이어 8회 초 1사 1, 2루 실점 위기에서도 KIA 중심타자 김주찬, 최희섭을 삼진 처리하는 위력투로 실점을 막았다. kt에서 트레이로 영입된 이후 이어진 무실점 투수 행진도 계속 이어졌다.
애초 이성민은 롯데, kt 트레이드의 중심 선수는 아니었다. 롯데 장성우, kt 박세웅의 조연이었다. 하지만 롯데에서 이성민은 보배와 같은 존재가 됐다. 그는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로 방어율을 3점대로 끌어내렸고 롯데 불펜의 믿을맨으로 거듭났다. 강력한 직구와 더불어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제구 되면서 위력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강한 자신감은 큰 무기다. 롯데 이적 후 자신감 없는 투구로 부진에 빠진 박세웅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롯데로서는 경기 후반 상대 타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확실한 불펜 카드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트레이드의 뜻하지 않은 성과를 얻은 셈이 됐다. 목요일 KIA전에서 1.1이닝 무실점 투구를 한 이성민은 시즌 첫 승의 기쁨도 맛볼 수 있었다. 이런 이성민과 함께 팀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자리한 심수창도 반전의 선수라 할 수 있다.
심수창은 이성민에 이어 9회 초 무실점 투구로 시즌 4세이브에 성공했다. 본격 마무리 전환 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올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1군 엔트리 진입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심수창으로서는 극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심수창은 올 시즌 투구폼 변화를 통해 구위를 되찾았고 퓨처스리그 호투를 발판으로 시즌 중 선발진에 합류했다. 하지만 잘 던지고도 불펜진의 방화와 타선이 부진, 수비 실책 등이 겹치며 승리 기회를 놓치곤 했다. 그를 떠나지 않는 불운의 그림자가 다시 그를 괴롭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불펜 투수로 전환 이후 그의 불운은 사라졌다.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롯데는 승률이 높았다.
(성공적인 마무리 변신, 승리를 부르는 이름이 된 심수창)
마무리 전환 후 두 차례 블론 세이브가 있었지만, 그 경기마저 팀이 승리하면서 심수창은 어느샌가 불운의 아이콘에서 승리의 아이콘으로 변모했다. 방어율도 2점대로 안정적이다. 심수창이 붙박이 마무리 투수가 되면서 롯데는 이성민과 최근 투구 내용이 좋아진 홍성민과 더불어 새로운 승리 불펜조를 구성하게 됐다. 시즌 전 구상했던 김성배, 김승회 등 베테랑 위주의 승리 불펜조 조합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게 됐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로 불안감을 노출했던 김승회의 선발 전환마저 첫 경기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선발 투수진의 개편도 보다 용이해졌다. 린드블럼, 레일리 두 외국인 투수와 부상에서 회복한 송승준, 김승회, 첫 선발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인 구승민,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했던 이상화까지 젊음과 관록이 어우러진 선발진이 구축된 롯데다. 물론, 풀 타임 선발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이 많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이성민, 심수창 불펜 원투 펀치가 있어 가능한 변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런 효과 외에도 롯데로서는 경기 후반 속절없이 무너지는 불펜진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점에서도 전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 생겼다.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경기가 가능해졌다. 주중 3연전에서 두 투수는 강력해진 KIA 불펜진과의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았다. 이들이 지금의 모습만 유지한다면 롯데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롯데에게 이성민, 심수창의 조합은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상위권 도약을 위한 큰 선물이나 다름없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blog.naver.com/youlsim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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