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롯데 마무리 손승락이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승락은 3월 23일 넥센전에서 5 : 3으로 앞서던 9회 말 등판해 3실점 하면서 블론세이브와 함께 패전 투수의 멍에를 썼다.
3실점 한 내용도 좋지 않았다. 손승락은 7타자를 상대하면서 5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넥센 타자들은 손승락의 공을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오랜 기간 넥센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손승락을 공을 잘 알고 있는 타자들이었지만, 안타를 허용한 타자들의 대부분은 주력 타자들이 아니었다. 시범경기인 탓에 구위를 점검하는 차원의 등판이라 할 수 있지만, 개막전을 얼마 안 남긴 시점에 난타를 당했다는 점은 분명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손승락은 시범경기 5경기 등판에 1승 1패, 방어율 6.75를 기록하고 있다. 2차례 불론세이가 있었고 피안타율은 4할이 넘는다. 야수들의 실책이 겹치며 실점한 경기도 있었지만, 마무리 투수에서 필요한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내용이 아니었다. 특히,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탈삼진 능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시범경기일 뿐이라 하기에는 심상치 않은 흐름이다.
손승락의 위험 신호는 2014시즌부터 감지됐다. 2014시즌 62경기에 출전한 손승락은 32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방어율이 4점대로 치솟았다. 2015시즌에는 세이브 숫자가 23개로 크게 줄었고 방어율은 3.82로 마무리 투수로는 높은 수치였다. 시즌 후반기 구위 저하가 현상을 보이며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기까지 했다. 그 사이 마무리 투수 자리는 신예 조상우가 대신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 자리를 조상우에 내줘야 했다.
지나 2시즌의 내림세는 FA 시장에서 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세이브 왕을 3번 차지한 통산 177세이브의 빛나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와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 지표는 장기 계약을 선뜻 안겨주기 힘들었다. 게다가 손승락은 수년간 무리가 따르는 등판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팀들에게 검증된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매력적인 투수였다. 그의 기록이 타자 친화구장인 목동에서 일궈낸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그에 대한 영입경쟁은 치열했고 최후의 승자를 롯데였다.
롯데는 손승락과 더불어 SK의 마무리 투수까지 맡았던 윤길현을 영입해 불펜진을 강화했다. 롯데는 손승락, 정대현까지 전.현직 마무리 투수 3명으로 필승불펜조를 구성하게 됐다. 모두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무리 손승락이 있었다. 롯데는 그를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로 결정했다. 당연한 결정이었다.
롯데는 그의 앞에 윤길현, 정대현에 좌완 이명우, 강영식을 배치해 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했다. 넥센 시절 8회부터 등판한 경우가 꽤 있었지만, 롯데에서는 1이닝 마무리 투수로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체력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 손승락의 투구는 불펜진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직구의 구위는 여전하지만, 직구와 컷패스트볼 위주의 투구 패턴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공 끝의 변화를 주는 컷 패스트볼은 좌타자 승부에도 유용하고 땅볼 유도에 최적화된 구질이지만, 구위가 떨어지면 난타당할 위험이 큰 구질이다. 3월 23일 경기에서도 손승락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미 손승락의 투구 패턴이 완벽하게 노출된 상황에서 힘으로만 타자들을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난 2시즌과 이번 시범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체인지업 등 떨어지는 변화구를 좀 더 포할 필요가 있다.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한 투구를 할 위험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부진은 손승락에게 보약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손승락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고 실패를 통해 변화를 가져올 능력도 있는 손승락이이다. 벌써 부터 지난 시즌 가장 많은 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롯데가 얻은 롯데 시네마라는 불명예 별칭과 부진한 손승락의 투구를 빗된 승락극장이라는 별칭이 회자되고 있지만, 정규시즌은 시작하지 않았다. 아직 대안을 모색할 단계는 분명 아니다.
결국, 불안감을 떨쳐내는 건 손승락 자신의 몫이다. 새로운 팀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그에 쏟아질 비난여론을 극복하는 것도 그가 해야할 일이다. 그를 거액에 영입한 롯데는 그에게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손승락이 시범경기 부진을 딛고 그에 대한 기대를 정규시즌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여전히 그에 대한 시선은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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