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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5년, 날짜로 1668일, 모든 것이 하루하루 숨가쁘게 바뀌고 변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의 흐름이다. 그 시간을 뚫고 한 남자가 인생에 남을 장면을 만들었다. 프로야구 KIA의 투수 한기주가 1668일의 시간을 지나 2016시즌 첫 선발승을 기록하며 그를 괴롭혔던 부상의 그림자를 지워낼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한기주는 4월 23일 롯데전에서 5이닝 동안 7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버티며 승리 투수가 됐다. KIA 타선은 롯데 마운드를 상대로 21안타를 폭발시켰고 초반부터 대량 득점하며 한기주의 승리를 확실히 도왔다. KIA는 타격전 끝에 16 : 10으로 승리하며 3연패를 끊었다. 한기주는 시즌 첫 선발승이자 2승을 기록하게 됐다. KIA로서는 연패 탈출이 한기주의 선발승과 함께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냉정히 평가하면 한기주의 투구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5이닝 동안 거의 매 이닝이 위기였다. 너무나 오랜만의 선발 등판인 탓인지 1회 말 초반 연속 볼넷으로 불안하게 출발한 한기주는 이후 2실점 하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만루 위기에서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3회 말 다시 2점 홈런을 허용한 한기주는 승리 투수 요건인 5회를 채울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투구를 했다. 







이런 한기주를 KIA 야수들이 도왔다. KIA 야수들은 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했다. KIA는 2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득점하면서 한기주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5회 초 5득점을 하면서 KIA는 12 : 3까지 앞서나갔다. 이에 보답하듯 한기주는 5회 말 만루 위기를 병살 유도로 벗어나며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연패 중인 팀 사정을 고려하면 박빙의 승부였다면 조기 강판도 예상되는 흐름이었지만, 한기주는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대량 실점을 막았고 타선은 한기주의 5년을 기다린 선발승을 위해 최고의 환경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팀원들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가 한기주의 선발승이었다. 


한기주에 있어 지난 5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의 이번 선발승은 인간 승리라 해도 될 정도다. 한기주는 2006시즌 프로에 데뷔할 당시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와 함께 입단한 동기들이 류현진, 장원삼, 차우찬, 강정호, 나승현, 이재원, 김문호 등이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국내외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기주는 이들 중 최고의 신인으로 평가됐다. 150킬로를 넘는 강속구와 고교 선수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던 변화구 제구능력까지 갖춘 한기주는 KIA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투수였다. 한기주는 최고 대우로 KIA에 입단했다. 


한기주는 첫 시즌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이후 마무리 투수로 큰 활약을 했다. 불같은 강속구와 어린 선수답지 않은 위기 관리 능력은 그를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하게 됐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로서 그의 전성기는 길지않았다. 2007시즌 25세이브, 2008시즌 26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한기주는 부상이 겹치면서 내림세를 보였다. 각종 성적지표는 점점 나빠졌고 투구 이닝도 줄어들었다. 성적 부진과 함께 계속되는 부상이 그를 더 힘들게 했다. 


급기야 2012시즌을 마치고 한기주는 부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결심했다. 선수생명을 건 큰 결정이었지만, 보다 오래 선수생활을 하려는 결정이었다. 그의 바람과 달리 수술 후 재활의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재활 과정에서 부상이 재발하면서 그의 그라운드 복귀는 늦어졌다. 2013, 2014시즌 한기주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의 부상회복이 늦어지면서 재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커졌다. 끝이 보이지 않은 반복되는 일상에 포기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한기주는 포기하지 않았고 2015시즌 드디어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과거와 같은 150킬로를 넘는 강속구는 사라지고 평범한 구위의 투수로 돌아왔지만, 1군 마운드에서 투구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2015시즌 적응기를 거친 한기주는 2016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며 풀타임 시즌에 도전했다. 한기주는 불펜에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며 가능성을 보였다. 롱맨 역할을 하며 투구 이닝을 늘려가던 한기주는 4월 23일 롯데전에서 전격적으로 선발 투수로 기용됐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윤석민을 대신한 등판이었지만, 한기주에게는 감회가 새로 올 수밖에 없는 선발 마운드였다. 


한기주는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는 롯데 타선에 고전했지만, 관록의 투구로 대량 실점을 막아냈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선의 지원까지 받은 한기주에게 돌아온 건 5년 만의 선발승이었다. 이 승리로 한기주는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더욱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KIA로서는 한기주를 선발과 불펜투수로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 여기에 긴 부상재활의 시간을 거쳐 선발 승을 거둔 그의 스토리는 KIA 선수들에게는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선발승은 그와 KIA에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어보인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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