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 마지막까지 가려지지 않았던 4 ,5위가 드디어 결정됐다. 10월 6일 롯데전에서 승리한 LG는 같은 날 삼성에 패한 KIA의 추격을 뿌리치고 4위를 확정했다. LG는 와일드카드전에서 1승과 함께 2경기를 모두 홈에서 치를 수 있는 확실한 이점을 선점했다. 이런 LG의 4위 확정의 상대팀은 롯데였다.
시즌 막바지 특정팀 상대 역대급 연패 기록인 NC전 14연패, 두산의 시즌 최다승 달성 경기 역전 끝내기 패의 조연을 하며 의미(?)있는 시즌 마무리를 하고 있는 롯데는 LG와의 최종전에서도 순위 경쟁의 변수가 되지 못했다. 안타수는 같았지만, 집중력에서 앞선 LG는 롯데를 4 : 1로 꺾었다. LG는 시즌 최종전을 승부의 부담을 덜고 즐길 수 있게 됐다. 라뱅 이병규의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1군 경기를 볼 기회도 생겼고 허프, 류제국 두 선발 투수를 아끼며 포스트시즌을 시작할 수 있는 이점도 가지게 됐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롯데에 승산이 높은 흐름이었다. 승리가 꼬 필요했던 LG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긴장된 모습이었다. 이는 공격과 수비에서 플레이를 삐걱 거리게 했다. LG는 제구가 흔들리는 롯데 선발 노경은으로부터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를 이어갔지만, 득점에 필요한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공격과 함께 LG는 3회 말 실점과정에서 아쉬운 수비가 연발되며 어려운 경기를 해야했다. 선발 투수 소사 역시 특유의 강속구 보다는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며 힘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하지 못했다.
이렇게 승리에 대한 중압감이 가득했던 LG가 경기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했지만, 롯데는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지 못했다. 롯데는 득점기회에서 병살타와 주루사, 삼진 등 득점할 수 없는 요소들을 고루 보여주며 1득점에 머물렀다. 3회 말에는 선취 1득점 후 이어진 1사 1, 2루에서 김문호가 병살타로 물러났고 4회 말에는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선 박헌도의 삼진에 이은 황재균의 주루사로 기회가 무산됐다. 5회 말에도 선두 타자 출루가 병살타로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롯데의 공격은 불안했던 LG 선발 소사를 계속 마운드에 머무를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 마운드 총력전을 펼쳐야 했던 LG는 그 시점을 늦출 수 있었고 불펜 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우는 것을 막아낸 LG는 5회 초 타선이 살아나며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5회 초 LG는 2사 후 4안타를 집중하며 3 : 1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전 이닝까지 많은 사사구에도 실점하지 않았던 롯데 선발 노경은은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울 수 있는 마지막 이닝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결국, 노경은은 5회 2사 상황에서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롯데는 배장호로 마운드를 이어갔지만, 노경은이 남겨둔 주자가 모두 홈 득점하면서 노경은의 실점은 3점으로 늘었다. 5회 초 3실점을 결국, 그의 시즌 12패째로 연결됐다.
리드를 잡은 LG는 선발 투수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리는 과감한 마운드 운영으로 중반 고비를 넘긴 데 이어 김지용, 임정우로 이어지는 젊은 승리 불펜조가 팀 승리를 지키며 롯데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롯데는 경기 후반에도 꾸준히 주자를 출루시키며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추격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9회 초 추가 실점하며 추격의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고 말았다. 9회 말 롯데는 세 타자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는 무기력함을 드러내며 LG의 정규리그 4위 확정을 지켜봐야 했다.
롯데는 충분히 승리할 기회가 있었지만, 시즌 내내 문제가 된 타선의 집중력 부재를 또 다시 드러냈다. 고춧가루 부대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롯데 공격력이 녹슨 칼날과 같았다. 물론, 중심 타자인 강민호와 주전 내야수 문규현,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부상으로 엔트리 말소되는 등 전력 누수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승부에 대한 의지가 떨어지는 듯 한 롯데의 모습이었다. 롯데는 모처럼 1군에 콜업된 김원중, 이성민 두 젊은 투수가 불펜에서 호투한 것이 위안이 되는 경기였다.
이제 롯데는 넥센과의 홈 2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내년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위해서는 지금의 순위인 9위가 유리할수도 있지만, 계속되는 패배로 시즌을 마무리 하는 건 분명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롯데로서는 팀이 하위권으로 처진 상황에서도 경기장을 찾는 홈팬들을 위해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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