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롯데에 악재가 터졌다. 롯데는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마켈의 임의탈퇴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조치가 구단의 일방적인 조치가 아닌 선수의 의사를 반영한 결정이었음을 덧붙였다. 팀 합류 시점부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던 마켈이 결국, 타국 리그에서의 도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마켈의 영입은 롯데에는 모험과도 같았다. 화려한 경력의 외국인 투수들의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롯데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20대의 젊은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마켈은 지난 시즌까지 2년간 롯데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린드블럼과 비교해도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투수였다. 그와 함께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를 구성한 레일리가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선발 투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롯데 외국인 투수진은 타 팀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롯데는 마켈을 영입하면서 튼튼한 하드웨어와 젊은 나이, 뛰어난 구위와 함께 그의 발전 가능성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마켈은 땅볼유도능력까지 있어서 KBO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투수이긴 했다. 롯데는 마켈이 가지고 있는 생소함이라는 또 다른 무기를 더해 저비용 고효율의 결과를 기대했다.
마켈은 롯데의 기대와 달리,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이전에 타국에서의 생활자체가 버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리그에서 새 야구인생을 열고자 했던 젊은 이방인은 더는 롯데와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롯데는 외국인 투수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새 외국인 투수를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 역시 크게 꼬이게 됐다.
롯데는 NC와의 개막 3연전에서 개막전 레일리 이후 토종 선발투수만으로 NC타선에 맞서게 됐다. 롯데에게는 가장 힘든 상대가 된 NC전 임을 고려하면 개막 3연전부터 험난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롯데다. 롯데는 3선발 새 외국인 투수가 합류할 때까지 박세웅을 2선발로 올리고 노경은, 송승준 베테랑에 김원중, 박진형 등 젊은 자원들까지 가용 선발 자원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분명 시즌 전 생각했던 마운드 운영은 아니다.
물론, 외국인 투수 교체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즌 도중 교체보다는 지금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는 것이 데미지를 줄일 수 있다. 그 전제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 엔트리가 결정되는 시점에서 수준급 투수들이 마이너로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호재다.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으로 인해 KBO리그 행을 망설였던 수준급 투수 영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롯데는 지금 상황과 같지는 않지만, 2013시즌 개막전을 임박해 외국인 투수를 교체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급히 교체 외국인 투수로 팀에 합류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 투수가 있었다. 지금 롯데 2군 투수코치 옥스프링이 그 주인공이다. 옥스프링은 부상으로 긴 공백기가 있어 KBO리그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옥스프링은 그해 WBC 호주 대표팀 선발 투수로 좋은 투구를 했고 이것이 기회가 돼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가 될 수 있었다. 당시 롯데는 당장 실전에 나설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고 KBO리그 경험이 있고 WBC 출전을 위해 몸을 만들어 놓은 옥스프링은 좋은 대안이었다.
옥스프링은 2013시즌 13승, 2014시즌 10승으로 롯데 선발 투수진의 주축이었고 2015시즌에는 신생팀 kt에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며 12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후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옥스프링은 2016시즌부터 투수 코치로 롯데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옥스프링의 경우는 말 그대로 전화위복의 사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옥스프링의 성공사례가 반복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새 외국인 투수 역시 제 역할을 못한다면 롯데의 선발 마운드는 시즌 내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팀 성적에도 큰 악재다. 롯데가 검증절차를 무시하고 급히 서두르면 안 되는 이유다.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이라는 플랜 A는 물론이고 토종 선발 투수들에게 기회룰 주는 플랜 B도 적극 가동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플랜B에 따라 기회를 잡은 토종 선발 투수들이 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면 선발 투수진을 더 두텁게 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롯데의 바람이다. 선발 투수진에 약점이 있는 롯데로서는 개막전을 앞두고 팀 전력의 핵심이 외국인 투수가 교체된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가 시즌 초반 이 악재를 어떻게 극복할지 과거 옥스프링의 사례처럼 반전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당장은 걱정이 더 앞서는 상황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심종열)
'스포츠 > 2017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프로야구] 롯데 새 외국인 투수 에디튼, 그 선택의 결과는? (2) | 2017.03.30 |
---|---|
[월드컵 축구 예선 대 시리아전] 조마조마 90분, 아슬아슬 벼랑 끝 탈출 (1) | 2017.03.29 |
[2017 프로야구] 시즌 준비 끝, 절대 강자 두산의 대항마는 누구? (0) | 2017.03.27 |
[2017 프로야구] 롯데, 시범경기에서 깨지 못한 NC전 울렁증 (1) | 2017.03.25 |
[2017 프로야구] 변함없는 최강 전력 두산, 당연히 우승? (1) | 2017.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