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 10구단 kt의 돌풍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kt는 지난주 2승 4패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정규리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3, 4위 팀들과 격차는 크지 않다고 하지만, 최하위를 전전하던 지난 2년의 kt와 비교하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력의 가장 큰 약점으로 손꼽히던 마운드가 단단해지면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kt는 팀 타선의 득점력에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다. 그렇기에 올 시즌 kt의 돌풍이 결코 잠깐의 바람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다. kt의 마운드는 피어밴드, 로치, 두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에 주권, 정대현, 고영표까지 토종 3인이 조화를 이루며 5인 로테이션을 차질없이 돌리고 있다. 여기에 기량이 더 발전한 마무리 김재윤을 축으로 필승, 추격조 할 것 없이 불펜진이 모두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 어느새 kt를 상대하는 팀들은 단단한 kt의 마운드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 kt 마운드에서 가장 주목할 수 있는 투수는 단연 KBO 3년 차의 좌완 외국인 투수 피어밴드다. 피어밴드는 3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고 방어율 0.36의 놀라운 투구를 했다. 피어밴드는 첫 선발 등판경기에서 7이닝 1실점 이후 2번의 선발 등판에서는 모두 9이닝 무실점의 괴력을 보였다. 피안타율을 0. 169에 불과하고 1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단 한 개의 볼넷도 없을 정도로 제구고 완벽했다. 만약 3번째 선발 등판경기에서 9이닝 무실점 투구를 하고도 연장 승부로 경기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2경기 연속 완봉승도 가능한 피어밴드였다.
지난 시즌 이후 kt가 재계약 여부를 두고 고심했던 피어밴드의 상황을 고려하면 올 시즌 그의 변신을 놀라움 그 자체다. 2015시즌 넥센에서 KBO리그 첫 시즌을 시작한 피어밴드는 그 해 13승 11패 방어율 4.67을 기록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고 이닝 소화능력도 인정을 받았지만,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강타선을 자랑하던 넥센 타선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도 성적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렸다.
2016시즌 다시 넥센에서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 피어밴드는 기복이 심한 투구로 그 전 시즌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다. 예상을 깨고 상위권에 자리했던 넥센은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더 강력한 외국인 투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마침 일본리그에 진출했던 에이스 밴헤켄의 복귀가 성사됐고 피어밴드는 팀을 떠나야 할 운명에 처했다. 넥센은 그를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주며 타 팀 이적을 모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피어밴드는 타 팀 이적을 위한 기다림을 시간을 보낸 끝에 kt에서 남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16시즌 피어밴드는 7승 13패 방어율 4.45로 지난 시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3개라는 많은 피홈런과 높은 피안타율 등은 그의 안정감에 대한 의구심을 높였다. 피어밴드의 KBO리그 커리어도 이대로 끝나는 것 같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마운드 강화에 역점을 두었던 kt로서는 피어밴드와의 제 계약은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kt는 보다 더 강력한 선발 투수 자원을 찾았고 외국인 투수에 대한 눈높이도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하던 외국인 투수 영입이 지지부진하면서 kt는 지난 시즌 그들과 함께 했던 외국인 투수에 다시 눈을 돌렸고 가장 나은 투구를 했던 피어밴드와 재계약을 했다. 계약 수준은 타 팀 외국인 투수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kt 팬들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정이었다. 피어밴드가 성실하고 KBO리그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하지만, 전력 보강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투수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시작이이 피어밴드는 kt 마운드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애초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로치에 보다 더 기대했던 kt였지만, 피어밴드는 3번 선발 등판을 통해 그의 지위를 스스로 높였다.
피어밴드는 본격적으로 투구 레파토리에 포함한 너클볼에 큰 위력을 발휘하면서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회전 없이 춤추듯 들어오는 그의 너클볼은 투구 속도까지 기존에 알고있던 너클볼보다 빠르면서 타자들을 혼란시켰다. 마치 마법과 같은 너클볼은 기존에 던지던 체인지업까지 위력을 더하게 했다. 직구, 체인지업, 너클볼의 조합은 속도의 가감효과를 극대화했고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까지 더해지면 피어밴드는 난공불락의 투수가 됐다.
지금 피어밴드의 투구 내용이라면 KBO리그 최고의 투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올 시즌 kt의 상승세까지 더해지면서 그의 투구는 더 돋보이고 있다. 시즌전까지만 해도 재계약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kt로서는 피어밴드와의 재계약이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이제 kt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상승세가 조정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선발 투수들이 공략당하기 시작하면서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늘었고 타선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투.타의 균형이 다소 어긋나는 모습이었다. kt로서는 팀의 장점이 된 마운드의 안정감 유지가 상위권 유지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에이스 피어밴드의 역할은 커졌고 그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kt는 높은 승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피어밴드로서는 높아진 위상과 함께 더해질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견뎌야 하고 그에 대한 철저한 분석 후 대결할 상대 팀과의 대결도 이겨내야 한다. 물론, 부담감은 더하겠지만, 올 시즌 그의 투구내용이라면 걱정보다는 기대감을 더 가질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피어밴드의 마법 같은 투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kt의 올 시즌 돌풍의 유효기간도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 kt 위즈 홈페이지, 글 : 지후니(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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