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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6인 로테이션을 구축했던 선발진 중 3명이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중에는 외국인 투수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나마 믿을만한 선발 투수 한 명은 경기 중 부상으로 1이닝 투구 후 마운드를 물러났다. 로테이션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선발 투수는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에이스 투수 외에는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상황에 외국인 타자는 부상으로 1달여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불펜진의 불안은 여전했다. 그나마 주력 불펜투수는 경기 중 헤드샷으로 퇴장당하는 불운이 겹쳤다. 좋지 않은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는 속설을 그대로 경험한 롯데 이야기다. 

이번 한 주 일어난 각종 악재에 롯데는 팀 전체가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다. 금요일 경기에서 롯데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 패배로 3연패 한 롯데의 연패가 길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롯데는 3위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 토, 일요일 경기를 연속해서 승리하며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롯데는 자칫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위기를 벗어나 중위권 순위 경쟁의 끈을 놓치지 않게 됐다. 





이런 롯데의 결과를 이끌어 낸 건 주력 선수들의 분전이 있었지만, 백업 선수들의 활약과 불가피하게 가동된 플랜 B의 성공이 크게 작용했다. 롯데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상위 타선에 비해 공격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던 하위 타선이 큰 역할을 했고 예상치 못한 불펜 투수들의 선전, 교체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졌다. 

그 시작은 금요일 6월 9일 경기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젊은 좌완 불펜 투수 김유영의 호투였다. 그 경기에서 김유영은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남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선발 투수 김원중이 초반 4실점으로 무너지고 경기 분위기가 크게 기운 상황이었지만, 김유영은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투구를 했다. 비록, 롯데는 경기에서 0 : 4로 완패했지만, 김유영의 무실점 투구로 불펜진의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2경기 연속 불펜 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며 좋은 내용의 투구를 했던 김유영은 구멍 난 롯데 선발 투수 사정에 따라 프로데뷔 첫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요일 김유영이 있었다면 토요일 6월 10일은 또 다른 불펜 투수 강동호가 있었다. 강동호는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2실점 투구를 했다. 호투라 할 수 없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의 등판임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투구였다.

그 경기에서 롯데는 선발 투수 송승준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1이닝만을 소화한 채 마운드를 물러났다. 2회 마운드에 오른 이명우는 갑작스러운 등판에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솔로 홈런 2방을 허용하며 두산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강동호는 3회에 마운드에 올라 3회와 4회 병살타 유도로 위기를 벗어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 사이 롯데는 상대 실책 등에 편승해 경기를 역전할 수 있었다. 물론, 5회 초 동점 2점 홈런을 허용한 강동호였지만, 그의 3이닝 투구는 롯데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롯데는 이후 필승 불펜투수들을 6회부터 정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끝내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그 중간 마무리 손승락의 블론세이브에 따른 연장전 승부를 펼치는 변수가 있었지만, 롯데는 최준석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고 3연패를 벗어났다. 강동호는 주연이 되지는 않았지만, 승리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디딤돌을 놓아주었다. 

마운드의 강동호가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한 것과 동시에 롯데는 1할대에 머물던 하위 타선이 승리에 긍정 변수가 작용했다. 유격수 신본기는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고 교체 선수로 경기에 나선 김대륙은 연장 10회 말 끝내기 승리의 시작이 된 안타 출루로 승리에 기여했다. 

이 흐름은 6월 11일 일요일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선발 투수 부재 속에 올 시즌 첫 선발 등판한 박시영의 호투가 돋보였다. 박시영은 먼저 나온 투수 개념이 강했지만, 다양한 변화구로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경기 중 두산 양의지에 홈런을 허용하는 등 3실점 했지만, 그 3실점 중 자책점은 1점뿐이었다. 나머지는 내야진의 잇따른 실책이 원인이었다. 선발 투수 경험이 거의 없는 보통의 투수라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지만, 박시영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박시영은 4회까지 88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3실점(1자책)의 기록을 남겼다. 호투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불펜 투수인 그의 시즌 첫 선발등판이었고 수비진의 실책까지 겹친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불펜 투수로 등판했을 때 볼넷을 남발하며 힘겨운 투구를 했던 것과 달리 공격적이고 안정된 투구를 했다는 점과 투구수가 많아져도 구위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다음 경기 선발 등판 가능성을 높였다. 롯데로서는 당장 급한 선발 투수 두 자리에 김유영, 박시영이라는 대안이 생겼다. 

박시영에 이어 마운드에서 큰 역할을 한 투수는 배장호였다. 배장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등판에도 2.2이닝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냈고 승리투수까지 됐다. 배장호는 5회 초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 장시환이 두산 타자 에반스에 대한 헤드샷 투구로 퇴장을 명령받은 탓에 준비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는 2 : 3으로 리드를 당하는 상황에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필승 불펜 투수 장시환 카드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했던 전략이 차질이 빚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배장호는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며 7회까지 단 한개의 안타로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그 사이 롯데 타선은 5회 말부터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경기를 역전시켰고 리드 폭을 넓혔다. 배장호의 호투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정훈, 김대륙, 신본기로 이어지는 롯데 하위 타선은 승부처에서 타격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위 타선이 만든 기회를 상위 타선이 득점과 연결하는 패턴이 계속됐다. 정훈, 김대륙은 경기 초반 실점과 연결되는 실책으로 가졌을 마음의 부담을 타격으로 털어냈다. 이들은 모두 올 시즌 주로 백업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주말 3연전을 통해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과 함께 송승준의 부상과 엔트리 말소로 급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외야수 나경민은 6회 말 대주자로 나서 재치있는 주루로 중요한 득점을 하며 롯데 승리에 힘을 보탰다. 6회 말 1사 3루에서 대주자로 경기에 출전한 나경민은 투수 땅볼 때 홈을 노리다 런다운에 걸리며 팀 공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지만, 런다운 플레이를 피해 다시 3루로 돌아가며 1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주루 구역을 벗어났다는 판정 시비도 있었지만, 나경민이 포기하지 않은 주루 플레이가 만들 결과였다. 결국, 나경민은 신본기의 내야 땅볼 때 홈 득점에 성공했고 롯데는 4 : 3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경기 흐름을 잡은 롯데는 매 이닝 득점으로 7 : 3까지 리드폭을 더했고 7 : 4로 승리했다. 6회 말 득점과 연결된 나경민의 주루플레이는 경기 승패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이렇게 롯데는 투.타에서 비주전 선수들이 활약하며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력 약화가 뚜렷한 상황이었지만, 롯데는 자칫 팀 전체가 내림세에 빠져들 수 있는 위기를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롯데는 위닝 시리즈라는 결과와 함께 모든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팀 전체가 하나가 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또한, 부득하게 가동된 플랜B가 승리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은 롯데의 앞으로 경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이 긍정의 분위기를 상승세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심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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