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염종석에 이어 롯데의 안경 쓴 에이스 계보를 잇고 있는 박세웅이 팀을 연패에서 구했다. 지난주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는 부진속에 6연패에 빠졌던 롯데는 6월 20일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박세웅의 호투와 모처럼 보여준 타선의 집중력으로 kt에 10 : 2로 대승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박세웅은 6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4탈삼진 무사사구 투구로 1실점 투구로 시즌 8승에 성공했다. 지난 주 화요일 KIA전에서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박세웅은 그 경기를 시작으로 계속된 팀의 연패를 끊었다. 박세웅은 초반 사사구를 남발하며 어렵게 경기를 이끌었던 지난 주 KIA전과 달리 타선이 상대적으로 약한 kt전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의 제구는 안정적이었고 경기 운영도 매끄러웠다. 한 마디로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투구 수로 89개로 절약한 박세웅은 이번 주 또 한 번의 등판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지난 주말 넥센과의 3연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롯데 타선은 에이스의 호투에 힘입은 탓인지 상당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롯데는 kt 선발 투수 고영표가 사이드암 투수임을 고려해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를 대거 포함했고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롯데는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에 약점이 있는 중심 타자 최준석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지명타자 겸 1번 타자에 손아섭을 기용하는 한편, 이우민, 김문호, 황진수 등 좌타석에 타격이 가능한 선수들을 곳곳에 배치해 kt 선발 고영표를 압박했다.
롯데는 3회 초 무려 7개의 안타를 집중하며 5득점 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5회 초 2득점, 7회 초 3득점 하며 kt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모처럼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은 롯데 외야수 김문호는 2점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스위치히터 내야수 황진수는 3안타 경기로 하위 타선의 활력소가 됐다. 최근 경기에서 팀 내 가장 많은 홈런포를 때려내고 있는 주전 포수 강민호도 2안타 3타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6월 들어 홈런을 물론이고 장타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롯데 중심 타자 이대호는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내며 3안타로 그의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롯데는 장단 16안타를 효과적으로 집중하며 필요할 때 득점하는 경기를 했다. 이는 에이스 박세웅의 어깨를 한층 가볍게 했다.
롯데와 함께 연패 중인 kt는 선발 투수 고영표가 초반 무너지며 선발 투수 대결에서 크게 밀렸고 타선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kt는 10안타를 때려냈지만, 산발 안타에 그치며 실속이 없었다. 시즌 초반 선발 호투 행진을 이어가며 선발 투수 자리를 확고히 했던 kt 선발 고영표는 5이닝 10피안타 3탈삼진 7실점 투구로 시즌 7패째를 기록했다.
고영표는 좋은 공을 던졌지만, 7피안타를 3회에 집중적으로 허용한 점이 아쉬웠다. 특히, 그 과정에서 고영표는 보크 이후 투구 리듬을 잃고 말았다. 그 장면에서 침착했다면 실점을 더 줄일 수 있었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롯데 선발 박세웅과 크게 대조적인 부분이었고 이는 선발 투수의 승패를 엇갈리게 하는 요인이었다.
kt는 팀 5연패와 함께 최 하위 삼성에 승차 없이 9위를 간신히 유지했다. 삼성이 승리했다면 kt의 순위는 두자리 수로 바뀔 수 있었다. kt로서는 6월 들어 계속된 악재로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롯데를 상대로 연패 탈출과 반등의 계기를 삼을 필요가 있었지만, 도리어 롯데의 연패 탈출의 재물이 되고 말았다.
롯데는 연패를 탈출하긴 했지만,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 불펜 투수로 등판한 외국인 투수 애디튼이 여전히 불안감을 노출했다. 지난 주말 1군 복귀 등판에서 부진했던 레일리와 함께 제 몫을 해주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롯데의 고민은 여전한 상황이다. 롯데는 송승준의 부상 복귀와 함께 선발 투수진 운영에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외국인 투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한다면 상승 반전은 이룰 수 없는 꿈이될 수밖에 없다.
이제 박세웅은 명실 상부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가 등판하지 않는 경기는 롯데가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류현진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당시 류패패패 류의 부끄러운 승리 방정식이 롯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박세웅에게 안경 쓴 에이스 대신 소년가장이라는 팀에게는 부끄러운 별명이 붙을 수도 있다.
롯데로서는 6월 20일 kt전에서 보여준 선발 투수의 호투와 타선이 폭발이라는 이상적인 승리가 더 많이 나와야 상승 반전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즉, 박세웅을 제외한 여타 선발 투수들의 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모처럼 보여준 상.하위 타선의 조화와 집중력을 유지해야 롯데다. 하지만 연패 탈출 이후 상승 반전이 가능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롯데의 상황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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