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는 1루 글러브만 필요하다.

언제부터인가 롯데 자이언츠의 3루는 아쉬움이 함께 하는 자리였습니다. 공수를 겸비한 대형 3루수를 팀이나 팬들 모두 기대했지만 그것을 충족시키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원년에 김용희라는 대형 3루수가 있었지만 그가 은퇴한 이후 롯데의 3루수는 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3루를 지켰던 공필성 선수도 공격력 보다는 투지넘치는 플레이와 수비로 기억된 선수였습니다. 이범호 선수 영입 시도가 무산되고 트레이스 역시 여의치 않은 시점에서 롯데의 3루 자리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작년과 재 작년 롯데의 주전 3루는 이대호 선수가 맡았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공격력을 지닌 타자이고 타고난 유연성과 감각이 있었기에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수비의 문제점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와 함께 하는 유격수는 수비 부담이 가중되었고 내야 수비의 균형도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롯데가 결정적인 순간 실책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3루수 유격수 간 수비의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이런 수비의 부담을 감수하고 이대호 선수를 고집한 건 공격력의 극대화를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3루를 지키면서 어느 정도의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1루수와 지명타자에 다양한 선수를 기용할 수 있고 맞춤형 전략 구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시즌 초반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시즌 중반이후 수비 문제가 더 불거지고 이대호 선수의 타격도 가라앉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대호 선수 역시 수비 부담으로 타격에 전적으로 전념하기 어려웠습니다. 공격력 극대화라는 본래 목표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팬들은 이대호 선수의 1루수 고정을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이대호 선수 개인적으로 3루수를 제대로 소화한다면 가치를 더욱 더 높일 수 있었겠지만 거구의 몸은 움직임이 많은 3루수 자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2010년 시즌, 롯데는 동계 훈련기간 이대호 선수를 1루로 고정하는 시도를 할 듯 합니다. 그의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내부 경쟁을 통한 대안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시도는 있었지만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선수가 없었던 탓에 이대호 선수는 2개의 글러비를 준비한 채 시즌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공격력도 문제지만 수비에서도 이대호 선수를 크게 능가하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정보명 선수에게 개막 3루수를 맡길 듯 한 발언을 했습니다. 3루를 지킨 경기수나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경기 경험, 타격 등을 고려할 때 현재 롯데가 지닌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보명 선수가 이전에도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의 타격 재질은 언제나 인정받았지만 수비력에서의 부족함이 풀 타임 주전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와 비슷한 성향의 선수들이 많은 탓에 지명타자 자리는 항상 만원이었습니다. 홍성흔 선수의 영입은 그 자리마저 사라지게 했습니다. 2009년 시즌 정보명 선수는 3루와 외야를 오가며 팀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3루의 최선이 되기에는 뭔가 부족함 느껴졌습니다.

정보명 선수가 평균 이상의 수비력만 선보였다면 코칭 스탭은 그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었을 것입니다. 시즌 막판 여러차례 호 수비를 보여주었지만 평균 수비율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구단이 내부에서 외부에서 3루의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시도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2009년 시즌 막바지에 보여준 인상적인 플레이는 그를 한 단계 성장케 했을 것입니다. 정보명 선수도 이제 30을 넘긴 팀 중견 선수입니다. 개인적으로도 팀내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동계 훈련 기간 누구보다도 많은 땀을 흘릴 것입니다.

그럼 정보명 선수가 이대호 선수의 글러브 가방을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을까요?

아직 변수는 남아있습니다. 작년 시즌 크게 성장한 김민성 선수와 빠른 발과 날카로는 타격감을 지닌 유망주 전준우 선수가 호시탐탐 3루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군에서 제대한 박진환 선수가 가세합니다. 신인 시절 대형 내야수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선수이기에 경쟁 구도에 더 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계 훈련의 성과에 따라 이대호 선수가 다시 3루수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3루의 경쟁자들이 최선이 아닌 대안으로 머문다면 말이죠.

이범호 선수의 영입시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부 영입 가능성은 시작 개막전까지 상존합니다. 다만 주전 3루를 얻기위한 카드가 만만치 않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넘겨줄 카드를 대신할 또 다른 카드가 생긴다면 전격적인 트레이드 성사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정보명 선수를 포함한 내부 경쟁자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구단의 트레이드 시도는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롯데의 중심 타자입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더 많은 기여를 해야하는 선수입니다. 그의 1루수 기용은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최선의 선택입니다. 3루수 이대호가 주는 중량감 보다는 1루수 이대호가 주는 상대 투수에 대한 중압감이 더 클 것입니다. 수비 문제가 올 시즌 연봉 협상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는 건 아이러니 합니다. 소폭 인상으로 결정되었지만 이대호 선수의 중압감을 덜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 구단은 제대로 된 연봉 고가를 산정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3년간 롯데의 3루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대안을 찾아 긴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이제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의 3루수가 될 수 있도록 믿고 맡겨야 합니다. 그것이 내부 경쟁을 통한 것이되었던 외부 영입에 의한 것이었건 선택된 선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작년 시즌 엄청난 바람을 일으킨 김상현 선수도 꾸준한 기회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의 조급증을 이기지 못하고 이대호 선수를 다시 3루에 세우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의 가방에는 타격에 필요한 야구 방망이가 더 많이 들어가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