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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시즌은 유난히 부상 선수가 많았습니다. 그 대부분은 국가대표 선수들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WBC의 저주라고 할 만큼 나라를 위해 봉사한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많았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겠지만 WBC 참가에 따른 체력 훈련 부족과 이로 인한 체력저하 피로감 등이 그 요인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치열했던 순위 다툼에 선수들은 허슬플레이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전급 선수의 부상은 각 팀마다 리그 운영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만들었습니다.

WBC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난 김태균 선수는 시즌 초반 홈으로 들어오다 발생한 충돌로 선수생명까지 위협받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뇌진탕 증세로 거의 몇 달을 개점 휴업상태로 보내고 말았습니다. 회복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화려한 FA가 될 기회를 올해로 미뤘을지도 모릅니다. 한화는 김태균 선수의 부상과 함께 이범호 선수마저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중심 타선없는 라인업을 구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약화된 투수진에 중심타선 마저 함께 약화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시즌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두 중심 타자의 부재는 타선의 약화와 함께 팀의 구심점을 잃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 팀 전체가 의욕상실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한화가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는데 주력 선수의의 부상은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우승팀 기아도 시즌 초반 주전들의 부상 이탈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중에서 톱타자 이용구 선수의 부상 공백은 타선의 침체를 가져왔습니다. 항상 근성있는 플레이로 타선을 이끌던 이용규 선수였기에 그 공백은 수치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부상의 원인도 적극적인 외야수비를 하다 펜스에 부딪쳐 발생한 것이라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이렇게 톱 타자를 잃고 시즌을 시작한 기아는 극심한 타선 부진으로 출발이 좋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에이스 윤석민 선수의 어깨 피로에 의한 컨디션 난조가 함께 하면서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투수들의 선전과 김상현, 최희섭 선수의 대박 활약이 없었다면 시즌 전체가 암울해질 수 있었습니다. 

2위 SK는 부상 선수로 인해 가장 우울한 2009년을 보냈습니다. 시즌 초 박경완 선수의 부상과 함께 4번타자 이호준 선수의 무릅부상, 시즌 중반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발생한 김광현 선수의 부상과 시즌 아웃, 포스트 시즌 전 발생한 전병두 선수의 부상까지 부상 악령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 와중에도 시즌 막판 19연승을 달리면서 선두 KIA를 위협했다는 점은 SK의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리즈를 치르기에는 힘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치열한 접전끝에 7차전을 내준 SK에게 부상 선수 중 한 명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스치지 않았을까요? 

3위 두산도 그들이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로 꾸준한 성적을 올렸지만 주전들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대로 된 라인업 구성이 쉽지 않았습니다. 두산표 발야구의 중심 이종욱, 고영민 선수 역시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종욱 선수의 부상은 야구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저도 중계방송을 보면서 내년에나 이종욱 선수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안면이 함몰되는 부상으로 이종욱 선수는 시즌을 접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시즌 막판 팀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부상만 없었다면 도루왕 타이틀 경쟁에서 이대형 선수와의 멋진 승부가 기대되었지만 그것은 기대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큰 부상에도 이종욱 선수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도 올 시즌 목표를 부상없이 풀 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라 했을만큼 스스로에게도 큰 충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두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4번타자 김동주 선수가 만성적인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자주 제외되었고 이 외에도 주전들 대부분이 부상을 당했을 만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워낙 두터운 백업 라인이 있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하지만 주전들은 잦은 부상 공백은 포스트 시즌같은 큰 경기에서 응집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5판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하고 내리 3연패한 점은 선수들의 부상 도미노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주전들은 감각이 떨어져 있었고 시즌중에 자리를 잘 메꿔주었던 백업 요원들은 포스트 시즌에서 시즌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진검 승부에서는 역시 주전들이 힘이 필요함을 두산은 느끼지 않았을까요? 

상위권 팀들과 함께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기 위해 혈투를 벌였던 롯데와 삼성도 부상 선수들 때문에 울고 웃었습니다. 롯데는 시즌초반 주장 조성환 선수가 얼굴에 공을 맞으면서 시즌의 거의 절반을 쉬어야 했습니다. 전력의 핵심 요원이기도 했지만 팀의 리더가 빠진 것은 큰 타격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손민한 선수마저 부상으로 시즌 초 부터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투타의 구심점 없이 시즌 초반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이는 성적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졌고 가을 야구의 전망마저 어둡게 했습니다. 이후 홍성흔 선수의 분전으로 타선이 살아나고 젊은 3인 선발진이 분전하면서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부상 선수의 누수를 극복한 롯데와 달리 삼성은 가을에 강해지는 그들의 전통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진갑용 선수의 부상 이탈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더니 팀 타선을 이끌던 양준혁 선수가 시즌 아웃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팀 최고령 선수임에도 최고의 타격감을 보여주던 양준혁 선수였기에 삼성의 충격은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양준혁 선수 개인적으로도 처음으로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이는 대폭적인 연봉 삭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야수들의 부상과 함께 마무리 오승환 선수의 부상은 순위 싸움에서 뒤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불펜 에이스인 정현욱, 권혁 선수의 과부화로 이어지면서 삼성의 지키는 야구를 붕괴시키고 말았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분전과 타격의 호조로 어떻게 어떻게 버티던 삼성이었지만 투수진의 붕괴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가을에 쉬는 사자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2009시즌 8개 구단은 많던 적던 부상 선수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는 팀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원인으로 앞서 제시한 WBC 후유증도 있을테고, 선수들의 준비 부족과 지나친 의욕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장의 낙후된 시설도 중요한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부실한 펜스는 허슬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너무나 위협적인 장애물입니다. 너무나 단단한 그라운드는 불규칙 바운드로 선수들을 위협합니다. 곳곳에 자리잡은 인조잔디 구장은 선수들의 관절에 큰 위협이 됩니다. 이렇게 아쉬움이 많은 시설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선수 생명까지 단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돔 구장을 짓는 다고 여기 저기서 말들이 많지만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 시설만이라도 좀 더 좋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좋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시즌을 접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테니 말이죠. 각 구단들이 2009년 이어진 부상 악몽들을 기억한다면 구장 시설 개선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구장을 관리하는 지자체와의 협조체제 구축이 절실합니다. 최근 구장 시설 보수를 위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남은 동계 훈련기간 선수들 역시 철저하게 몸을 만들고 시즌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더 많은 준비만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 끼리도 경기중에 서로서로를 보호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부상의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2010년 시즌, 전력의 강화와 함께 부상 선수를 줄이는 팀이 마지막에 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주전 선수의 부상은 너무나 큰 타격입니다. 타팀과의 싸움 이전에 내부의 적, 부상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팀이 어디일지 또 하나의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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