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시즌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불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2017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던 팀에게 정규리그 5위는 분명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도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진 5위 경쟁을 이겨내야 했을 만큼 힘겨웠다.
모든 전력을 다하고 얻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회도 와일드카드전 패배로 1경기에 그치고 말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가 절실한 팀들도 있지만, 1위에서 5위로의 성적 하락은 KIA에게 성공적인 시즌이라 할 수 없게 하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전력의 누수가 없었고 그전 시즌 우승으로 팀 전체에 자신감이 더해졌다는 점도 긍정 요인이었다. 경쟁 예상 팀들의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점도 KIA에게는 호재였다.
하지만 KIA는 2018 시즌 투. 타에서 모두 우승 팀의 면모를 찾을 수 없었다. 마운드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양현종과 헥터 두 선발 원투펀치가 그전 시즌 20승 투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팻딘 역시 불안감을 노출했다. 팻딘은 시즌 후반기 불펜으로 이동해야 했다.
1, 2, 3 선발 투수들이 계산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4, 5선발 자리로 흔들렸다. 4선발 역할을 해야 할 임기영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했다. 5선발 투수 자리는 이런저런 카드로 돌려 막아야 했다. 선발 투수진의 불안은 불펜진의 불안을 더 부추겼다.
불펜진이 불안감이 있었던 KIA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마무리 투수 김세현은 부진에 빠지며 마무리 투수 자리를 내놓아야 했고 불펜 에이스 김윤동의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다. 40대 투수 임창용이 마무리 투수 역할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신뢰를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나마도 임창용은 후반기 선발 투수로 자리를 이동해야 했다. KIA는 시즌 내내 마운드의 시행착오를 정리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시즌을 보냈다. 마운드의 불안정은 팀 전체를 흔드는 일이었다.
마운드 불안의 문제는 덜어내기 위해서는 팀 타선의 분전이 필요했지만, 타선 역시 2017 시즌 우승 당시의 폭발력이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의 면면은 여전히 화려했고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의 활약도 여전했지만, 베테랑 선수들의 성적 지표가 대체로 하락하면서 팀 타선의 힘이 떨어졌다. 타선의 짜임새를 더해 즐 것으로 기대했던 베테랑 정성훈의 역할도 미미했다. 2017 시즌 우승 팀 포수로 트레이드 성공 사례로 여겨졌던 포수 김민식은 공. 수에서 모두 기량이 더 퇴보하며 팀 KIA 성적 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렇게 KIA는 우승 전력을 유지했지만, 팀 운영의 모든 면에서 매끄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김기태 감독의 일명 형님 리더십도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김기태 감독의 파격적이고 독창적 리더십과 팀 운영은 우승할 당시에는 호평을 받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부호가 더해지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8 시즌 KIA는 2009시즌 우승한 이후 부진에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뭔가 허전했던 결과의 2018 시즌을 보낸 KIA는 2019시즌 다시 상위권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오프시즌 기간 팀 베테랑 투수 임창용의 방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는 팀 이미지를 떨어뜨렸다. 임창용과 코치진, 구단과의 갈등이 외부로 드러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선발과 불펜에서 임창용을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임차용의 방출은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임창용의 고향팀에서의 은퇴는 불가능해졌다.
이런 어수선함을 KIA는 팀 변화로 극복하고자 했다. KIA는 코치진 개편에 이어 2017 시즌 우승의 주역이었던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다. 헥터와 팻딘 두 투수와 타자 버나디나도 떠나보냈다. 팻딘과의 이별은 예상이 됐지만, 헥터는 경기 외적인 문제가 재계약에 발목을 잡았다. 버나디나는 수준급 활약을 했지만,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 KIA는 터너, 월랜드로 외국이 투수진을 새롭게 했고 호타준족형의 헤즐베이커로 버나디나의 자리를 대신했다. KIA는 더 젊어진 외국인 라인업 구성을 했다.
그 외 라인업은 기존 라인업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전지훈련 명단에 젊은 선수들을 상당수 포함시키면서 선수층을 두껍게 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빠른 성과는 시간이 필요하다. KIA는 여전히 전력의 의문부호가 여전하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양현종과 외국인 선수 2인에 이은 4, 5선발 투수 자리를 확정해야 한다. 지난 시즌 불펜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의 변신 성공 가능성을 보였던 한승혁과 2017 시즌 우승 당시 선발 투수로서 큰 역할을 한 임기영 외에 지난 시즌 1군 경기 출전 경험이 있는 유망주들이 잠정 경쟁군에 속해있다. 선발 투수 복귀 가능성을 타진했던 베테랑 윤석민은 몸 상태가 기대에 미치니 못하면서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긴 부상 재활을 이제는 끝내야 할 시기지만, 올 시즌 전력 가세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불펜진은 더 고민이다. 마무리 투수를 확정해야 한다. 유력 후보였던 김세현은 컨디션 난조로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김윤동이 유력하지만, 그 앞을 막아줄 불펜진이 허전하다. 젊은 투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의도라고 하지만, 아직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베테랑 임창용이 부재가 다시 한 번 생각날 가능성이 크다.
포수진은 주전 김민식을 축으로 한승택과 젊은 후보군이 경쟁하고 있지만, 김민식이 지난 시즌보다 발전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팀 약점이 될 수 있다. 내야진은 베테랑 이범호의 기량이 내림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를 대신할 3루수 확보가 필요하다. 멀티 내야수로 거듭된 최원준 등이 후보가 될 수 있지만, 풀 타임 소화능력은 아직 의문이다. 리그 최강이라 할 수 있는 김선빈 유격수, 안치홍 2루수 라인은 든든하지만, 장타력을 갖춘 1루수 자원이 아쉽다. 김주찬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도 이제 30대 후반이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외야진은 중심 타자 최형우에 새로운 외국인 선수 헤즐베이커, 나지완, 트레이도 영입한 문선재에 1군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이명기, 유재신 등이 1군 라인업에 포함될 후보들이다. 이명기가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주전 라인업은 경쟁력이 있지만, 백업 외야진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외야진에도 새로운 얼굴이 가세해야 하는 KIA다.
KIA는 팀 전력 구성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베테랑과 신예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베테랑들이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은 그것이 부족했다. 올 시즌 그들은 더 나이를 먹었다.
KIA로서는 과감히 젊은 선수들을 발탁하여 기회를 줄 수도 있지만, KIA는 당장 상위권 성적이 필요한 팀이다. 올 시즌도 KIA의 기조는 리빌딩이 아니다. KIA는 성적과 세대교체의 진행이라는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하기 어려운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과연 KIA가 올 시즌 원하는 대로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2017 시즌 우승의 기억을 한때의 돌풍이 아니었음을 입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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