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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타순 구성의 기본 상식은 빠르고 야구 센스가 좋은 선수들이 테이블 세터라 불리는 1, 2번 타순에 자리하고 장타력을 겸비한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클린업으로 불리는 3, 4, 5 중심 타선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이른 오랜 기간 누적된 데이터에 근거해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고 지금도 그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타순 구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테이블 세터진 구성에 있어 2번 타순에 중심 타선에 설 수 있는 거포형 타자들을 배치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이미 팀 중심 타자를 2번에 배치하는 일이 많다. 

이는 초반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상대 팀 투수에 상당한 압박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타고 투저의 시대라고 하지만 초반 리드가 승리를 가져올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거포형 2번 타자는 이를 위한 또 다른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KBO 리그에서도 그 시도가 많아졌고 올 시즌 그 경향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키움이 구상하고 있는 박병호 2번 타자는 신선하다 할 수 있다. 박병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고 국가대표팀에서도 4번 타자로 그 위치가 확고하다. 당연히 키움의 4번 타자는 오랜 기간 박병호였다. 라인업 구성에서 박병호 4번 타자는 가장 먼저 적어 넣을 수 있는 이름이었다. 







키움은 올 시즌 박병호의 전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애초 클린업에 가장 앞자리 3번 타순 배치를 예상했지만, 그 위치를 더 앞으로 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부동의 1번 타자라 할 수 있는 이정후와 함께 이전까지 없었던 테이블 세터 조합이다. 

높은 출루율과 빠른 발의 이정후가 출루하고 박병호의 장타력이 결합한다면 키움의 테이블 세터진은 이름대로 클린업에 밥상을 차려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해결하고 득점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 1회 수비에서 이정후 박병호 테이블 세터진을 상대한다는 건 상대 팀 선발 투수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정후, 박병호를 상대하다 쌓인 상대팀 투수들의  피로는 그 뒤 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올 시즌 마운드가 한층 강해진 키움으로서는 초반 득점 빈도를 높인다면 승리의 확률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키움의 구상은 박병호의 다재다능함이 있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박병호는 리그 최고의 거포지만, 스피드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2012시즌 박병호는 20도루를 달성하며 홈런 31개와 함께 20-20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도루를 자제하지 않았다면 30-30도 가능했었다. 여기에 박병호는 매 시즌 4할 이상의 높은 출루율을 유지했다. 거포의 상징인 삼진도 많았지만, 상황에 따라 공을 고를 수 있고 간결한 타격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있는 박병호다. 그가 거포가 아니었다면 테이블 세터로도 손색이 없는 능력이 있다. 

키움 타선이 강화도 박병호 2번 타자에 힘을 실어준다. 키움은 지난 시즌 후반기 팀에 합류해 무서운 장타력을 과시했던 외국인 타자 샌즈 외에 거포형 내야수로 거듭난 김하성, 지난 후반기 포스트시즌에서 큰 활약을 했던 외야수 임병욱에 부상을 털고 다시 풀타임 2루수로 돌아오려 준비 중인 서건창까지 박병호 없이고 강력한 중심 타선을 구축할 역량이 있다. 박병호를 2번 타순에 배치한다 해도 3, 4, 5번 타선이 약하다면 그 효과가 클 수 없지만, 키움의 타선은 그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다. 박병호를 집중 견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 2번 타자 박병호는 현실성을 높이고 있다. 타 팀도 강력한 2번 타자의 구상을 현실도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물론, 2번 타자 박병호가 몇몇 경기 전략적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시범경기 기간 실험적 성격이 될 가능성도 있다. 

1번 타자로 나설 이정후가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시즌 개막전부터 정상 컨디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점검이 필요하다. 4번 타자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큰 외국인 타자 샌즈가 철저한 분석된 올 시즌에도 파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김하성이 중심 타선에서 꾸준한 활약을 할 수 있을지도 살펴야 할 부분이다. 키움의 구상대로 박병호가 2번에 배치되고 타선이 더 강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시즌 초반 구상이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시도한다는 자체는 야구팬들에게는 큰 흥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정후, 박병호 테이블 세터진은 야구 게임에서도 봄직한 조합이 현실이 된 것과 같다. 키움의 경기는 그만큼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키움의 2번 타자 박병호 구상이 과연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도 구현될지 그 구상이 시즌 내내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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