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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투수의 투혼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끝을 맞이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전 KIA 투수 임창용의 은퇴가 공식화되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프로 데뷔 연도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프로야구의 역사와 함께했던 투수였고 통산 성적도 760경기 등판에 130승 86패 258세이브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결과물을 남겼다. 무엇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통산 기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록의 가치는 더한다 할 수 있다. 

임창용은 지난 시즌까지도 KIA에서 마무리 투수는 물론이고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여전히 기량을 과시했었다. 76년생으로 40살은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나이가 숫자가 불과함을 그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즌 중 불거진 항명 파동의 여진이 그의 현역 선수 연장의 걸림돌이 됐다. 

KIA는 2018 시즌 후 임창용을 전력 외 선수로 분류했다. 임창용은 선수 생활을 더 연장하고 싶었지만, 구단과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KIA와 임차용은 결별했고 임창용은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나이는 부담이었지만, 여전히 구위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사이드암 투수는 어딘가 수요처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력 외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하면서 그에게 손을 내미는 팀이 없었다. 해외리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시즌 준비 기간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못했던 임창용의 선택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임창용은 최근 베테랑 선수들에게 유난히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는 리그 현실에서도 굳건하게 버텼지만, 꽃 피는 봄이 오는 시점에 그 뜻을 접어야 했다. 항상 가용 투수가 부족한 리그의 현실이지만, 구단들은 충분히 1군에서 경쟁력 있는 투수를 끝내 외면했다. 

임창용의 선수 생활은 파란만장했다. 이미 사라진 해태 시절 신인으로 입단한 임차용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다. 젊은 투수의 다재다능함은 대형 트레이드의 주인공으로 그를 만들었다. 임창용은 당시 삼성의 간판타자 양준혁과 맞트레이드되어 해태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90년대 말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삼성은 마운드 강화가 절실했고 자금난에 시달리던 해태에 손을 내밀었다. 10년은 팀의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젊은 투수를 내주는 건 분명 팀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지만, 당시 해태는 당장의 현금이 필요했다. 결국, 고향팀을 떠난 임창용은 삼성의 중심 선수로 자리했다. 이때 고향팀과의 이별이 긴 세월 이어질지는 그도 몰랐다. 

이후 임창용은 애니콜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선발과 불펜에서 전천후로 활약했다. 선발투수로는 에이스 역할을 마무리 투수로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엄청난 혹사라 할 수 있었지만, 임차용은 이를 견뎌내며 통상 기록을 쌓아갔다. 하지만 이러한 무리를 견딜 수 없었다. 임창용은 부상이 이어지면 내림세를 보였고 팔꿈치 수술로 공백기도 겪어야 했다. 그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임창용은 이러한 예상을 깨고 돌아왔고 KBO 리그가 아닌 해외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부상 재활 후 해외리그 도전은 무모해 보였지만, 임창용은 일본 리그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구위는 수술 후 더 강해졌다.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이 이룬 결과였다. 임창용은 이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모색했지만, 중도에 이를 접고 2014시즌 KBO 리그에 복귀했다. 임창용은 삼성이 정규리그 5년 연속 우승의 역사를 만들 때 힘을 더했다. 어느덧 그의 나이는 30대 후반에 이르렀지만, 그의 구위는 여전했다. 

이렇게 임창용의 선수 생활 후반기는 행복한 스토리로 채워졌지만,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불거진 해외 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이며 임창용은 커리어 큰 오점을 남겼다. 임창용은 삼성에서 방출되는 처지가 됐고 선수 생명도 위협을 받았다. 이런 임창용에게 고향팀 KIA가 구세주로 등장했다. 

임창용은 2016 시즌부터 2018 시즌까지 KIA에서 주력 불펜 투수로 여전한 활약을 했다. 긴 세월을 지나 돌아온 고향팀에서 임창용은 명예로운 은퇴라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마침 2017 시즌 KIA가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이루면서 그의 귀향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18 시즌 코치진과의 갈등 속에서 임창용은 시즌 후 더는 KIA와 함께 할 수 없었다. 불펜진에 어려움이 있는 KIA는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베테랑 투수를 방출하는 과감함을 보여주었다. KIA는 40대 베테랑이 부담스러웠다. 이러한 배경은 임창용의 현역 선수 연장을 가로막았다. 결국, 임창용은 어느 팀의 소속도 아닌 채 은퇴를 선택해야 했다. 

90년대와 2000년대를 모두 아우르는 활약했던 레전드에게 너무나 가혹한 결과다. 지금 분위기라면 변변한 은퇴식조차 하지 못한 채 전직 야구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임창용의 개인적 일탈이 있었다고 하지만, 경기력과는 무관한 문제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임창용은 실력을 검증받고 경쟁할 기회마저 잃게 되는 또 한 명의 베테랑으로 남게됐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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