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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목요일 아침, 평일이지만 시간이 있어 시청앞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뉴스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을 보고 들었지만 사실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드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나라의 큰 어른을 보내드려야 하다니....


시청앞 광장의 전경입니다. 저 멀리 분향소가 보입니다. 비가 내린 탓일까요?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곳곳에 국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그분의 서거를 실감하게 합니다.



비와 햇살을 막아 줄 천막이 동선을 따라 설치되 있었습니다. 비오는 평일이지만 많은 분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줄을 따라 김대중 대통령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드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때는 시민분향소를 때려부수던 경찰이 조용히 주변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늑함을 준다던 경찰 버스도 없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서거에는 발빠르게 정부 분향소를 시청앞에 설치하고 국장을 선포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하고 있는데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인지 일종의 안도감에서 오는 여유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가까이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을 바라 보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을 애도하는 걸궤가 왜 이리 초라해 보일까요? 나날이 위상이 떨어지고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 인권위원회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일까요?


천막 한편에 부착된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평소 그분이 강조하셨던 말씀이죠.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행동하는 양심이 모여 민주화를 이루어 냈고 정권교체를 이루어 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켰었죠. 하지만 지금은?

김대중 대통령님이 가시는 순간까지 나라를 걱정하고 격정을 토로하셔야 했던것은 그만큼 행동하는 양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지요. 나날이 꼬여가는 남북관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지켜보면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저 인터넷에서 자판을 두드리기만 하면서 변화를 바라는 것은 나약함의 표현이 아닐까요? 위험을 무릅쓰고 공권력에 맞서 촛불을 든 많은 분들을 뒷짐지고 바라보기만 한 스스로가 부끄러워 집니다.


이 곳을 떠나면서 다시 한번 대통령님을 돌아 보았습니다. 웃고 계시지만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만 만나 뵐 수 있겠네요.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는 우리 가까운 이웃이 떠난 것 같은 애틋함이 컷다면 이분의 서거는 집안의 큰 어른을 잃은 듯 합니다. 훗날 역사에서 만이라도 이 분에게 씌워졌던 빨갱이라는 굴레가 벗어질까요? 이분의 서거가 외신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해외에서 더 인정을 받는 분이 얼마나 될지요.

이분 만큼 열렬한 지지와 극단적인 저주가 공존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런 지역 연고가 없는 제가 대선에서 이분을 지지하면서 부모님과 큰 대립을 하게 만든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언제가 우리 정치도 정책과 비젼으로 대결하고 국민들이 이를 보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때가 올 수 있겠지요? 그런 세상이 진작에 왔었다면 벌써 대통령이 됬어야 할 분을 우리는 너무 늦게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좀 더 빨리 대통령이 되셨다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좀 더 계셔서 꼬인 실타래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에 해답을 주셨어야 했는데 그 많은 짐을 짊어 지시기에는 이분의 육체가 견디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분이 남겨준 정신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남아서 더 좋은 세상으로 가기위한 힘이 될 것입니다.

저도 미약하지만 해동하는 양심이 되기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습니다. 이제는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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