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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시즌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최하위 추락과 함께 연패에 늪에 빠져있던 KIA로서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그 계기를 김기태 감독은 자신의 사퇴로 만들었다. 아직 100경기를 더 남겨놓은 시점에 KIA는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보내게 됐다.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5월 16일 KT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둔 시점에 김기태 감독은 이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임을 밝혔다. 그렇게 5월 16일 KT전은 김기태 감독의 고별 경기가 됐다. 하지만 이런 충격 요법에서 KIA는 KT에 패하면서 6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떠나가는 김기태 감독에서 승리의 기억을 남겨주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은 마지막까지 무거운 마음을 덜어낼 수 없었다. 

올 시즌 KIA는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2017 시즌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팀의 기억은 가물가물해졌다. 전력 구상은 애초에 어긋났다. 팀 주력 선수들은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3명의 모두 새로운 얼굴로 교체했던 외국인 선수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KIA는 한때 젊인 선수들의 대거 기용하며 활력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체계적인 계획이 아닌 불가피한 리빌딩의 효과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최하위로 추락한 성적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 김기태 감독이 나섰다.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분명 아쉬움이 크다. 2017시즌 KIA를 기억한다면 2년 사이 KIA는 너무나 달라졌다. 그 변화는 모두 부정적이었다. 2017시즌 KIA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선수 영입, 성공적인 트레이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며 우승팀의 영광을 안았다. 그때까지지만 해도 KIA는 상당 기간 강팀의 자리를 지킬 것 같았다. 

하지만 2018 시즌부터 KIA는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7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던 주력 타자들의 성적 지표가 하락했다. 마운드 역시 선발과 불펜진 모두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형님, 동행리더십으로 호평받았던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 문제가 대두되면서 팀 분위기도 흐트러졌다. 

팀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임창용과의 갈등과 시즌 후 반강제적은 은퇴 과정에서 보여준 구단 프런트의 대처는 KIA 팬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상당수 베테랑 선수들은 기량 하락에도 충분히 기회를 제공하면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헌신한 임창용에 대해 냉정했던 구단이었기 때문이었다. KIA는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임창용만한 불펜 투수가 없는 마운드 현실에서 석연치 않은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기태 감독도 팬들의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팬심에 상처를 내고 시작한 KIA의 2019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라는 긍정요소가 발견됐지만, 전체적인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2017시즌 우승의 주역들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2년 전 그들이 아니었다. 다수의 베테랑들이 있지만, 위기에서 KIA의 베테랑들은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절실함으로 가득한 잚은 선수들의 투지가 더 돋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림세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없었다. KIA는 패배가 익숙한 팀이 됐고 한 경기 승리가 힘겨워졌다. 현재로서는 올 시즌 하위권 추락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는 과거 2009시즌 우승 후 내림세를 보였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2009시즌 KIA는 선수들의 잠재력이 폭발하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상현이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로 발전하는 호재가 겹치면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그 당시 우승을 이끌었던 조범현 감독은 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KIA는 우승의 기억을 뒤로하고 강팀의 입지를 굳히지 못한 채 하위권 팀으로 추락했다. 조범현 감독은 우승 감독의 기억을 뒤로하고 퇴진해야 했다. 이후 KIA는 선동열 감독 체제로 반전을 모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김기태 감독 체제로 또 한 번의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강팀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지만, 현재 KIA는 최하위 탈출이 시급한 상황이 됐다. 김기태 감독 역시 우승의 기억을 뒤로한 채 최하위 팀의 감독의 기억을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됐다. 

KIA의 사례는 우승의 기억만으로 강팀이 될 수 없고 꾸준한 선수 육성과 관리 등으로 선수층을 키우고 등 프런트의 역량이 조화를 이룰 때 강팀으로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KIA에게 김기태 감독의 사퇴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지금 KIA의 상황은 그의 책임만으로만 귀결될 수 없다. 이제는 팀을 다시 만드는 장기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남은 시즌 KIA가 팀 재건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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