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베테랑 외국인 투수 소사의 행선지는 SK였다. SK는 기존의 외국인 투수 중 다익손을 웨이버 공시하면서 소사 영입을 발표했다. 소사의 SK행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얼마 안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애초 롯데를 비롯한 다수의 팀이 관심을 보였던 소사는 KIA, 히어로즈, LG를 거쳐 SK에서 KBO 리그 이력을 이어가게 됐다.
소사의 KBO 리그 복귀는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중요한 변수였다. 소사는 지난 시즌까지 LG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주었다. 15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에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강한 스테미너와 내구성, 이닝이터의 면모에 변화구와 제구까지 갖추면서 소사는 이상적인 선발 투수였다. 무엇보다 리그에 충분히 적응했고 KBO 리그에 대한 소사의 애정이 크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소사는 KBO 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LG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것이 이유였다. 그의 능력을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지만, 뜻하지 않은 세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소사는 LG와 계약하지 못했고 리그를 떠났다. 그는 올 시즌 대만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대만 리그에서 소사는 압도적인 투구로 그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당연히 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 시즌이 중반을 향하면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교체 움직임이 일어나는 시점이 됐다. 특히, 당장의 전력 보강이 필요한 하위권 팀들로서는 외국인 선수 교체로 분위기 반전의 필요성이 있었다. 검증된 외국인 투수 소사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였다. 소사가 결정한다면 그의 KBO 리그 복귀는 시간문제였다.
예상대로 롯데를 비롯한 하위권 팀에서 소사에 대한 영입 움직임이 나타났다. 특히, 선발 마운드가 부실한 롯데는 소사 영입이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외국인 선발 투수 듀오 톰슨, 레일리가 기대를 충족시키는 못하는 상황에서 롯데는 외국인 선수 교체 필요성이 커졌다. 톰슨의 부상은 그 가능성을 더 높였다. 최하위로 쳐진 성적에 당장 1승이 급한 롯데로서는 로테이션에 즉시 합류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절실했다.
하지만 롯데는 소사를 영입하지 못했다. 최초 언론의 보도는 롯데행이 유력해 보였지만,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다수의 팀이 그의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SK행 가능성이 보도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사는 SK와 계약했다.
SK는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이 다익손의 이닝 소화능력과 안정감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김광현과 산체스, 박종훈, 문승원에 다익손까지 남부럽지 않은 5인 선발 로테이션의 SK였지만, SK는 더 강한 선발 로테이션 구축을 원했고 빠르게 움직였다. 웨이버 공시된 다익손은 젊고 상당한 하드웨어를 갖춘 투수였고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SK는 미래의 가치보다 현재의 가치를 더 중요시했다. 두산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전력을 구성하고자 했다.
소사의 영입으로 SK는 김광현, 산체스, 소사의 강력한 3인 선발 투수에 박종훈, 문승원까지 5인 선발 로테이션이 더 강력해졌다. 새로운 마무리 하재훈이 자리를 잡으면서 불펜진까지 안정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SK의 마운드는 더 업그레이드됐다. SK는 올 시즌 팀 타선이 지난 시즌 홈런 공장의 위력을 되찾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마운드의 힘이 그 원동력이었다. SK는 올 시즌 팀의 장점을 더 극대화했다. 소사가 본래 기량만 보여준다면 SK의 올 시즌 발걸음을 한결 더 가벼워 질 수 있다.
이렇게 선두권의 SK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과감히 선택했지만, 최하위 롯데는 영입경쟁에 밀려 전력 보강의 기회를 잃었다. 외국인 선수 영입 금액이 재한되면서 차별화된 조건을 제시할 수 없었고 같은 조건이라면 선두권의 수도권 팀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 변수가 있었지만, 롯데는 소사와 먼저 접촉했음에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롯데는 부상중인 외국인 투수 톰슨의 회복 가능성과 이제는 기량이 정체기에 접어든 레일리 중 교체 선수를 결정하지 못했다. 당장 실전 투입이 불가능한 톰슨의 교체 가능성이 더 높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롯데는 소사가 영입 후보군중 한 명이었다는 말로 영입 실패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최하위 성적을 벗어나기 위해 변화가 불가피한 롯데였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SK와 달랐다.
SK는 언론의 보다가 나오고 기존 외국인 투수 다익손이 동요할 수 있는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롯데는 소사의 영입설이 보도된 이후 행동하지 못했다. 이는 기존 외국인 투수 톰슨과 레일리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롯데는 당분간 선발 투수 3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유지한 채 경기에 임하게 됐다. 지난주 2번의 위닝 시리즈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시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소사의 SK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는 시즌 중 트레이드에 적극적이고 외국인 선수 교체로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롯데는 팀 연봉 1위에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프시즌 기간 전력 보강은 없었고 기존 선수들의 분전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롯데의 상황 반전을 위한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소사 영입 실패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전략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구단 운영이 필수적임을 SK와 롯데의 엇갈린 행보는 보여주고 있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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