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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우리 역사의 근대화 과정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사건 중 하나가 동학농민혁명이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란 정도로 평가절하됐던 동학농민혁명이었지만, 최근 그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녹두꽃은 이 동학농민혁명을 다루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일부 픽션이 가미되긴 했지만, 당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이 드라마는 최근 과거사 문제와 연관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한층 불편해진 한일관계속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동학혁명은 드라마에서처럼 미완의 혁명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이 있었고 성과도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원인은 오래된 차별과 부정부패, 사회구조적 모순이었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1894년 당시 조선은 쇄국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최고 실력자 대원군이 실각하고 명성황후(민비)를 중심으로 개화파가 정국을 주도하고 있었다. 민씨정권은 개화정책으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문제는 개화정책의 수혜자가 소수의 양반과 지주 세력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기득권 세력들은 개화의 혜택으로 삶이 수준이 나아질 수 있었지만, 나라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을 중심으로 한 평민들에게는 피부로 느껴지는 효과가 없었다. 특히, 서양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구시대의 잘못된 제도 개혁에는 소극적이었던 탓에 신분제 사회의 악습이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즉, 몸에 불편한 한복을 입고 등산을 하는 듯한 절름발이 개화정책은 조선의 발전을 이루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런 정책의 문제와 더불어 더 극심해진 집권층의 수탈은 일반 국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당시 관직의 매점매석이 보편화되고 돈으로 관직을 산 이들의 일반 국민들에 대한 수탈은 조성의 가혹한 세금 부담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부담을 더했다. 특히, 조선 경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농업의 중심지역인 호남지역에서의 탐관오리들의 전횡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중에서 전라고 고부군수 조병갑의 부정부패는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었다. 이들의 불만은 당시 농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던 신흥 종교인 동학과 연계되어 더 강한 저항으로 나타났다. 동학은 서양에서 들어온 천주교와 대조적으로 토착종교로 교세가 상당했지만, 이들의 세력 확대를 경계하던 조정의 탄압을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동학은 평등에 근거한 교리를 바탕으로 계속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런 동학의 중심 세력이 농민들이었다는 점은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조병갑의 부정부패는 사회의 부조리에 신음하던 농민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계기가 됐다. 전병준을 비롯한 지도부를 중심으로 동학교도들과 농민들이 함께 한 동학 농민군은 도탄에 빠진 농민들의 구원하고 부패한 관리들에게서도 농민들을 구원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무력 봉기를 감행했다. 


호남에서 시작된 동학농민군의 봉기는 삽시간에 전국으로 확대됐다. 동학의 교주 최시형은 무력봉기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전봉준을 비롯한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동학농민군은 파죽지세로 관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며 전주성을 점령하는 전과를 거뒀다. 이는 조선 조정에 큰 위협이었다. 특히 전주는 이씨 왕조의 뿌리가 되는 것으로 그 상징성이 상당했다. 더 큰 문제는 동학 농민군의 기세가 무력으로 제압하기에는 너무나 강성하고 민심을 얻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결국, 조정은 그들의 동학농민군의 요구한 폐정 개혁안을 수용하고 그들이 조직한 집강소라는 기관을 통한 상당 부분의 자치권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동학농민군은 무장을 풀고 집강소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실현했다. 이들은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노비제도를 폐지하는 한 편, 평등한 관리 등용과 세금제도의 개선, 과부의 제가 허용 등 유교적 사고가 지배하고 있는 조선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은 정책들을 실천을 옮겼다. 


이는 집권세력과 지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동학 농민군의 세력이 강했던 지역에서 폐정개혁안은 강력한 추진됐고 신분의 차별이 철폐되는 모습도 보였다. 만약 폐정개혁안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면 낡은 관습이 사라지고 조선이 더 근대국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선조정은 동학 농민군의 주장을 앞으로는 받아들이면서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선조정은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했고 이는 청나라와 조약을 빌미로 한 일본군의 동반 출병을 불러왔다. 당시 갑신정변을 후원했지만, 청나라에 밀려 실패하면서 조선에 대대한 영향력이 떨어져 있던 일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고 자주적인 개혁을 추진하던 동학농민군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내정 개혁이 아닌 외세 간섭, 특히 일본의 간섭을 타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2차 무장봉기를 했다. 2차 봉기에는 교주 최시형의 적극적인 찬성도 함께 했다. 최고위층의 지지까지 얻은 동학 농민군의 세력은 1차 무장봉기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하지만 동학농민군은 곧바로 고립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들을 민란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조선 조정이 일본군과 결탁하면서 그들은 내부에서 조정과 외세를 한 번에 상대해야 했다. 동학농민군은 그럼에도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전투에 나섰다. 하지만 한차원 앞선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관군 연합군의 화력에 동학군은 완패를 피할 수 없었다. 사거리가 월등히 떨어지는 화승총과 죽창으로 무장된 그들이 기관총 등 자동화기로 무장한 일본군와 관군을 상대한다는 건 계란을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동학농민군은 강한 의지로 맞섰지만, 우금치 전투에서의 크게 패하면서 일방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조선 침략에 있어 중요한 위험 세력으로 동학농민군을 인식하고 있던 일본군은 더 적극적으로 동학농민군을 압박했고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학 농민군과 관련한 이들이 인명피해는 엄청났다. 자연스럽게 동학농민군의 세력을 급격히 와해됐다. 


결국, 동학농민혁명은 전봉준을 비롯한 지도부가 잡혀 처형되고 계속된 탄압에 조직이 무너지면서 미완의 혁명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외세의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1차 무장봉기당시 도성까지 진격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세의 침탈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당시 그 혁명이 성공했다면 조선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실패는 이후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본격적으로 조선 침략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물론, 동학농민혁명의 개혁안이 반영된 갑오개혁이라는 결과물도 있었지만, 이는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개혁이었다. 내부개혁과 혁신을 기대할 수 있었던 동학농민혁명의 실패는 조선의 멸망을 더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었음에도 동학농민혁명은 그 의미와 가치를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조선말기, 일제시대는 물론이고 해방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식민 사관의 영향이 크다 할 수 있다. 반 외세 특히, 반일을 기초로 하는 동학농민혁명의 사상적 기반은 분명 친일세력에게 좋에 보여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동학농민혁명은 민란이 아닌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민중 혁명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실패한 혁명이긴 하지만, 이들 세력 중 일부가 훗날 항일의병 투쟁의 중심 세력이 되기도 했고, 조선의 잘못된 제도를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한 건 큰 성과였다. 무엇보다 권력과 거리가 있었던 농민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이 중심이 된 혁명이었다는 점에도 그 가치가 상당하다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때 일어났던 의병 운동의 연장선상이었다는 점에서도 동학농민혁명은 그 의미가 크다. 


이는 동학농민혁명이 실패로 끝난 슬픈 혁명으로만 남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낮은 곳에서부터의 개혁을 주창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민주주의 이념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계승되는 건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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