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최하위 롯데가 시즌이 채 끝내기도 전에 선수단 개편에 돌입했다. 롯데는 신임 감독 선임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7명의 선수를 방출하며 엔트리를 비웠다. 롯데는 올해 지명한 신인 선수들과 향후 2차 드래프트 등에 대비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방출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베테랑 불펜 투수 윤길현이다. 윤길현은 2016 시즌을 앞두고 롯데가 4년간 최대 38억원의 대형 계약으로 영입한 투수였다. 윤길현은 함께 입단한 손승락과 함께 롯데 불펜진을 확실히 강화시킬 카드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만큼 윤길현은 상당한 커리어를 쌓았던 투수였다.
윤길현은 2002 시즌 SK에 입단한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SK 마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군 공백기가 있었지만, 제대 후 불펜 투수로서 꾸준히 활약했다. 2015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로도 역량을 발휘했다. 직구와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투구였지만, 그 공의 위력은 뛰어났고 짧은 이닝을 막아내는 불펜 투수로서 충분했다.
불펜진 강화가 필요했던 롯데는 2016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FA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인 손승락과 최상급 불펜 투수인 윤길현은 영입하며 불펜진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손승락과 윤길현의 롯데에서의 활약은 아쉬움이 있었다.
손승락은 기복이 있었고 점점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지만, 롯데의 마무리 투수 자리를 지키며 존재감을 유지했다. 이런 손승락과 달리 윤길현은 4년 계약 내내 부진했다. 2016 시즌 16홀드, 2017 시즌 13홀드를 기록하긴 했지만, 6점대 방어율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는 윤길현은 필승 불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했지만, 윤길현의 투구는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직구와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투구 패턴이 상대 읽히면서 공략당하는 빈도가 늘었지만, 이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 여기에 구위마저 떨어지며 1군에서 버틸 수 없었다.
롯데는 윤길현에게 계속 기회를 주며 그의 부활을 기다렸지만, 윤길현의 투구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윤길현은 1군에서 역할 비중이 크게 줄었다. 올 시즌에는 6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 등판에서 윤길현은 10점대의 방어율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올 시즌 내내 마운드에 어려움이 있었던 롯데였지만, 윤길현은 5월 3일 등판 이후 더는 1군 마운드에 설 기회가 없었다. 퓨처스 리그에서도 윤길현은 8월 7일 등판 이더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그때부터 윤길현은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었다.
윤길현의 실패로 롯데는 FA 선수 영입의 실패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그동안 윤길현과 함께 이승호, 정대현까지 SK에서 전성기를 보낸 불펜 투수들을 FA 시장에서 영입했었지만, 결과는 기대와 크게 달랐다. 이들 3명의 투수들은 모두 과거 SK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핵심 불펜 투수들이었지만, 롯데에서는 그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성기가 끝나 내리막에 들어선 베테랑들은 흐르는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고 그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롯데는 그동안 FA 시장에서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다. 그 결과 팀 연봉은 1위 팀이 되었지만, 올 시즌 최하위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그동안 롯데의 선수 영입에 대한 투자는 실패라고 밖에 할 수 없게 됐다. 거액의 계약금으로 영입된 선수의 부진은 1차적으로 선수의 책임이지만, 선수의 상태와 팀의 필요성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투자한 구단의 책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윤길현의 사례는 롯데의 비효율적 투자의 단면을 대변하고 있다.
롯데는 시즌 중 젊은 단장을 영입했고 프런트 개편을 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 선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구단 전반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진단과 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길현의 방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수의 베테랑 선수들도 팀을 떠나거나 은퇴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의 선수단 개편은 더 큰 폭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길현의 방출은 변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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