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순위표 가장 위 자리에 복귀했다. 롯데는 5월 13일 두산과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치열한 타격전 끝에 9회 말 민병헌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10 : 9로 승리했다. 롯데는 6승 1패로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한 NC와의 공동 선두에 올랐다.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9회 초 9 : 8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되며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스코어대로 경기는 접전이었고 롯데의 승리 과정은 극적이었다. 롯데는 선발 투수 서준원이 초반 두산 좌타선에 고전하며 매 이닝 실점했고 5회 초까지 2 : 5로 밀리는 경기는 했다. 사이드암 서준원은 우려대로 두산의 강력한 좌타선 승부에 어려움을 보였다. 서준원은 1회 말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첫 실점한 이후 5회까지 5피안타 4사사구 5실점으로 부진했다. 다만, 4회 이후 안정을 되찾으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전날 롯데 마운드를 맹폭했던 두산의 좌타선은 다음날도 그 타격감을 그대로 유지했다.
초반 분위기는 두산의 완승이었다. 서준원과 달리 두산 선발 이영하는 1회 말 2실점 이후 추가 실점을 막았고 두산의 새로운 국내파 에이스다운 투구를 했다. 롯데는 전날에 이어 선발 투수의 부진과 함께 이영하의 벽에 막혀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서준원이 4회와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5회 말 두산 선발 투수 이영하가 갑작스러운 난조에 빠지면서 롯데는 반전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이영하는 5회 말 2루수 실책으로 시작한 위기를 무난히 넘기는 듯 보였지만, 2사후 안타와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하는 등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승리 투수 요건을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 이영하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롯데는 시즌 초반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마차도의 2타점 2루타로 동점에 성공했다. 두산 선발 이영하의 승리 투수 기회와 롯데 선발 서준원의 패전 위기가 함께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5 : 5 동점이 된 경기는 6회부터 불펜 대결이었다. 양 팀 선발투수들은 상대 타선은 효과적을 제어하지 못했고 투구 수가 많았다. 이후 경기 흐름은 롯데가 주도했다. 롯데는 6회 말 손아섭의 2타점 적시 안타로 7 : 5 역전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불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으로서는 그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롯데는 두산 불펜진 공략에 성공한 만큼 두산 역시 롯데 불펜진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하며 금세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두산은 7회 초 대타 최주환이 롯데 필승 불펜 진명호를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내며 리드를 다시 찾아왔다. 전날 대타 오재원의 결정적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던 두산은 이틀 연속 대타 홈런으로 롯데를 좌절시켰다. 롯데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필승 불펜진이 홈런을 허용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재역전을 허용했지만, 롯데는 경기를 그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는 8회 말 이대호의 적시 2루타와 안치홍의 적시 안타를 묶어 전세를 다시 9 : 8로 역전시켰다. 두산은 함덕주에 이어 마무리 이형범까지 불펜진의 최고 카드를 연이어 꺼냈지만, 롯데 타선의 기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은 9회 초 마운드에 올려 승리를 지키려 했다. 롯데는 극적인 역전승을 마무리 김원중이 지키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기대했지만, 또 다른 반전이 있었다. 9회 초 김원중 첫 타자인 두산 오재일을 상대로 높은 직구가 통타 당하며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순간 롯데 벤치의 분위기는 얼음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김원중은 이후 김재환, 최주환, 김재호를 무난히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공 한 개가 문제가 되면서 세이블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롯데로서는 김원중이 타이트한 경기에서 강타선의 두산을 상대로 세이브를 기록한다면 앞으로 마무리 투수로 앞으로 경기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두산은 롯데의 기대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9회 초 두산의 극적 동점은 9회 말 롯데의 극적 승리를 위한 전주곡이었다. 롯데는 9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민병헌의 두산 마무리 이형범의 공을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과 연결하며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민병헌은 체력 안배를 위해 선발 출전하지 않고 경기 후반 교체 선수로 출전한 이후 두 번째 타석에서 결정적 한 방으로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롯데는 승리했지만, 대체 선발 투수로 나섰던 장원삼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하는 서준원이 연속 부진했다는 점이 불만족스러웠다. 서준원은 사이드암 투수가 태생적으로 가지는 좌타자 상대에 대한 해법이 더 필요함을 느끼는 경기였다. 그래도 대량 실점을 억제하며 5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롯데는 선발 투수에 이어 불펜진에서도 문제점을 보였다. 전날은 구승민, 이번에는 진명호와 마무리 김원중까지 승부처에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승부구가 피 홈런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은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 롯데는 활화산 같은 타선의 힘으로 역전승했지만,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마운드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하는 경기였다. 두산 역시 믿었던 선발 투수 이영하와 필승 불펜조의 부진이라는 공통의 고민을 안게 되는 경기였다. 바꿔 말하면 롯데와 두산 타자들의 타격감은 상대 마운드를 압도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다만, 롯데는 올 시즌 첫 등판한 좌완 불펜 투수 고효준이 강한 구위를 보여주었다는 점은 좌완 불펜의 갈증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마운드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롯데는 강팀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달라진 그들의 모습을 재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격력이 크게 업그레이드됐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집중력, 위기관리능력이 발전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밝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도 지난 시즌 무거운 더그아웃 분위기와는 달라진 풍경이었다. 하지만 타선의 폭발력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드리워진 불안감을 지워낼 필요가 있는 롯데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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