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 롯데 상승세 잠재운 두산의 디테일 야구

프로야구 개막 이후 5연승에 달리던 롯데의 기세가 지난 시즌 우승 팀 두산의 관록에 꺾였다. 두산은 5월 14일 롯데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투수 프렉센의 호투와 중반 이후 타선의 집중력을 더해 7 : 4로 승리했다. 두산은 롯데와의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에 성공했고 선발 투수 프렉센은 1회 말 2실점 이후 무실점 투구로 6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며 시즌 2승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롯데가 주도했다. 롯데는 전날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기세가 올라있었다. 롯데는 선발 투수 박세웅이 1회 초 두산 타선은 삼자 범퇴로 가볍게 막아내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1회 말 롯데는 전날 경기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민병헌이 선두타자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이 홈런은 두산 선발 프렉센을 흔들었다. 프렉센은 볼넷과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1실점을 했다. 자칫 초반 경기 흐름이 롯데쪽으로 크게 기울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두산에는 주전 포수 박세혁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베테랑 포수 정상호의 노련한 리드가 있었다.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는 등 투구 패턴을 바꾼 프렉센은 안정을 되찾았고 대량 실점의 위기를 벗어났다. 두산은 이어진 2회 초 공격에서 곧바로 반격하며 경기 균형을 맞췄다. 

 

 

두산은 선두 타자 김재환의 2루타로 잡은 기회에서 2득점하며 동점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두산은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로 김태형 감독이 퇴장당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집중력을 유지했다. 김태형 감독은 비디오 판독에 대한 항의가 퇴장으로 이어지는 규정을 알고 있었지만, 판독의 오류를 지적하며 퇴장을 감수했다. 이는 두산이 밀릴 수 있는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선수들이 더 집중하는 촉매제가 됐다. 

반대로 롯데는 판정 시비로 생긴 공백이 악재로 작용했다. 롯데는 3루수 한동희의 실책으로 실점한 데 이어 두산 정상호에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좋은 공을 던지고 있었던 박세웅은 경기 흐름이 끊어지고 야수의 실책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의 투구 리듬을 잃었다. 하위 타선의 정상호에 적시 안타를 허용한 장면은 볼배합의 아쉬움이 있었다. 2회 초 두산이 동점을 이룬 장면은 경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두산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두산은 5회 초 박건우의 2루타와 이어진 오재일의 적시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그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두산 선발 프렉센은 정상호의 노련한 리드와 조화를 이루며 5회까지 무난한 투구를 했다 6회 말 그는 무사 1, 3루의 큰 위기를 맞이했지만, 무실점으로 이를 극복하며 승리 투수의 기회를 스스로 지켜냈다. 롯데는 이 기회에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안치홍, 마차도의 한 방을 기대했지만, 이들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하지 못했다. 이는 중요한 승부처였다. 동점이 우선 필요했지만, 롯데는 이어 필요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은 위기 뒤의 찬스라는 야구의 격언을 7회 초 재현하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7회 초 두산은 오재일은 2점 홈런과 이어진 득점 기회에서 허경민의 희생타로 추가 득점하며 6 : 2로 롯데의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롯데는 두산 좌타선을 막아내기 위해 좌완 고효준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고효준은 손가락에 붙인 밴드에 대한 부정투구 시비로 투구 흐름이 끊어진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이후 롯데는 필승 불펜조 대신 추격조를 마운드에 올리며 다음을 기약하는 경기를 해야 했다. 두산은 8회 초 페르난데스의 솔로 홈런으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롯데는 8회 말 2득점하며 추격했지만, 롯데의 반격은 거기까지였다. 두산의 불펜 투수 이현승, 윤명준은 롯데의 추격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전날의 악몽 같은 역전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두산은 승리는 페르난데스, 오재일, 김재환에 최주환, 오재원이 함께 하는 공포의 좌타 라인이 큰 역할을 했다. 두산은 2번부터 5번까지 모두 좌타자로 구성하는 중심 타선으로 롯데 마운드를 압박했고 이 중심 타선의 파괴력은 시즌 초반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롯데 타선과의 화력 대결에서 앞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두산은 롯데에 위협적인 좌투수가 없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고 좌타자들의 능력을 믿었다. 두산은 중심 타선에 서야 할 페르난데스를 2번  타순에 배치하는 강한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했다. 

두산은 우타자인 박건우 1번 타순에 페르난데스 2번 타순 조합으로 롯데와의 시리즈에서 큰 효과를 얻었다. 두산의 좌타 라인은 시리즈 내내 뜨거운 타격으로 팀 득점을 주도했다. 이는 매 경기 많은 득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타격감이 상승세인 김재호가 6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최근 타격감이 떨어진 허경민과 정수빈이 8번과 9번에서 재치 있는 플레이로 또 다른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하며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며 쉬어가지 못하는 공격 흐름을 만들었다. 5번  타순에 번갈아 기용된 최주환, 오재원은 결정적이 홈런포로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세혁, 정상호 두 포수로 하위 타선에 타격에서 승리에 힘을 더했다. 롯데 마운드가 부진한 면도 있었지만, 두산의 타선은 강함과 집중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강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여기에 또 하나 두산은 디테일에서 롯데에 앞섰다. 두산은 상황의 변화가 효율적으로 대응했다. 선수 기용도 적시에 잘 이루어졌다. 시리즈 3차전 베테랑 포수 정상호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감독 퇴장의 위기는 팀 스스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수비의 안정감과 베이스러닝 등에서도 두산은 조금씩 롯데에 앞섰다. 롯데는 폭발적인 타격으로 두산에 맞섰지만, 위닝 시리즈를 가져오기에는 세밀함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시리즈 3차전은 두 팀은 승부처에서 대처하는 면에서 차이를 보였고 이는 승패를 엇갈리게 했다. 두산은 강한 전력뿐만 아니라 선수 스스로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산은 달라진 롯데에 예상치 못한 고전을 하면서 마운드 소모가 예상외로 컸다. 두산은 에이스 알칸타라를 시작으로 이영하, 프렉센까지 1, 2, 3선발 투수를 모두 기용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마운드 아쉬움이 있었다. 불펜진은 시리즈 내내 불안감을 보였다. 3차전 선발 투수 프렉센의 퀄리티스타트는 두산을 한숨 돌리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산은 위닝 시리즈를 성공할 수 있었다. 

두산과 롯데의 올 시즌 첫 3전은 양 팀 타선의 힘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타격전이었다. 두산은 그들이 자랑하는 좌타선을 중심으로 롯데는 상. 하위 타선 모두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격력으로 맞섰다. 타격에서 양 팀은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두산은 승리에 필요한 세밀한 야구를 더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롯데의 도전을 이겨낸 두산이 강팀임을 느끼게 하는 3연전이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