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지막 주를 시작하는 프로야구는 긴 장마와 코로나 재확산의 위험과 폭염 등 악재에도 후반기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독주 체제를 유지하던 NC가 주춤하면서 선두 경쟁은 NC, 키움의 경쟁구도에 저력의 두산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중위권은 여전히 선두 경쟁의 가능성이 남은 LG를 시작으로 8월 한 달 무서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KT, 그 뒤를 롯데, KIA가 추격하고 있다. 8위 삼성은 최근 내림세를 보였지만, 새로운 외국인 타자 팔카의 영입 이후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최하위권에 쳐진 SK, 한화를 제외한 모두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구도 속에 야구팬들 사이에 다시 한번 엘롯기라는 이름이 조명되고 있다. LG, 롯데, KIA의 첫 글자를 딴 이 이름은 과거 이들 팀이 동반 부진에 빠졌던 시절, 널리 알려지며 프로야구에게는 보통명사와 같은 이름이다. 이 이름은 8개 구단 시절 하위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세 팀 팬들이 서로를 위로하면서 만들어졌다.
LG, 롯데, KIA는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그 어느 팀 보다 열성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팬들의 팀에 이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 이들 팀은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고 팀에 대한 비난 여론도 극에 달했다. 팀에 대한 애정과 비난 사이에서 이들 팀의 팬들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 이렇게 탄생한 이름 엘롯기는 타 팀 팬들에게는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결코 명예로운 연대와 이름은 아니었다.
엘롯기 연대는 2009 시즌 KIA가 정규 시즌 한국 시리즈 우승에 성공하고 롯데가 로이스터라는 외국인 감독 부임 이후 매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암흑기를 벗어나면서 와해됐다. 최근에는 LG 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등 긴 부진의 늪을 벗어나면서 엘롯기는 하위권 동반자의 의미를 탈색했다.
올 시즌 이 이름이 다시 떠오르는 건 3팀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8월 25일 현재 LG는 4위에 자리하고 있다. 롯데는 6위, KIA는 7위다. 순위와 상관없이 이들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구도에 포함되어 있다. 모두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남은 경기 수를 고려하면 충분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3팀은 8월 25일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패배의 내용이 모두 아쉬웠다. LG는 8위 삼성에 3 : 4로 패했다. 팽팽한 경기였지만, 후반 뒷심이 부족했다. LG는 8월 타선이 무섭게 폭발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때 1위 NC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지만, 삼성전 패배로 3연패에 빠졌다. 삼성과의 대결에 앞서 최하위 한화와의 2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상승세에 급 제동이 걸렸다. 3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한화와의 대결에서 LG는 내심 연승을 기대했지만, 정 반대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 패배의 기억은 삼성전까지 이어졌다. LG는 연패 과정에서 타선의 폭발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선두 NC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하는 등 7연승 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연승이 끝난 후 후유증이 남아있는 LG다.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LG는 마운드의 힘이 여전하고 양석환 등 군 제대 선수가 보충되면서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생겼다. 타선도 언제든 폭발할 힘이 있다. 다만 이어질 8월 대진이 삼성에 이어 최근 상승세의 KT와 잠실 라이벌 두산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LG로서는 8월 연승 과정에서 보여준 투. 타의 조화를 되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LG와 마찬가지로 8월 상승세로 하위권에서 중위권 경쟁에 뛰어든 롯데도 8월 25일 하위권 팀 SK에 아픈 패배를 당했다. 롯데는 선발 투수 샘슨의 부진에 따른 초반 대량 실점으로 0 : 6으로 밀리던 경기를 손아섭의 역전 만루 홈런에 힘입어 7 : 6으로 역전하는 힘을 보여주었지만, 박진형, 구승민 등 필승 불펜 투수들이 무너지며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8 : 10으로 패했다.
롯데는 지난 주말 삼성과의 2연전 전승으로 상승세에 다시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무엇보다 롯데가 가장 믿는 불펜의 필승 카드 박진형, 구승민이 모두 부진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들은 최근 경기에서 다시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이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SK 전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롯데는 8월 상승세를 유지하던 기간 투. 타가 조화를 이루고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보였다. 롯데는 SK에 이어 키움, 한화까지 8월 남은 일정을 모두 홈에서 치르는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홈에서 강점이 있었다. 키움이 강팀이지만,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대등함을 유지하고 있고 SK, 한화는 9위와 10위로 전력에서 한 수 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9위 SK에게 아픈 패배를 당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상황에 놓였다.
KIA 역시 최근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다. 7월까지 KIA는 선발 마운드가 외국인 원투 펀치를 중심으로 안정감을 보였고 불펜진도 잘 버텨주었다. 타선은 베테랑과 신예가 잘 조화를 이루며 득점력을 유지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위기가 있었지만, 이를 잘 헤쳐나가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윌리엄스 감독의 리더십도 팀과 잘 조화를 이뤘다.
하지만 8월에 들어서면서 KIA는 승리가 버거워지고 있다. 야수진의 부상 선수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타선은 어느 정도 힘을 내고 있지만, 수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결정적 실책으로 경기를 놓치는 일이 늘어나면서 팀 분위기가 떨어졌다. 여기에 불운한 판정까지 겹치면서 아쉬운 패배가 늘었다. 한때 마무리 투수였던 문경찬을 트레이드 카드로 내줄 만큼 단단했던 불펜진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힘겹게 연패를 끊어가고 있지만, 상승 반전의 모멘텀이 필요한 KIA다. 하지만 KIA는 8월 25일 두산전에서 접전을 펼쳤지만, 8 : 10으로 패했다. 강팀 두산을 상대로 승리했다면 분위기를 바꿀 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수비 불안과 불펜진의 난조가 겹쳤다.
이렇게 LG, 롯데, KIA 엘롯기 3팀은 8월 마지막 주의 시작을 우울하게 했다. 승리할 수 경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했다. LG와 롯데는 상승 분위기가 꺾인 상황이고 KIA는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엘롯기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에 다소 먹구름이 끼었다. LG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롯데와 KIA는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KT와의 5위 경쟁이 버겁다. 이들 3팀이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는 상위 3개 팀인 NC, 키움, 두산의 벽을 넘어야 하지만, 이들 팀의 벽은 높기만 하다.
인기 구단인 이들 세 팀의 동판 포스트시즌 진출은 프로야구 흥행에 큰 자극제가 될 수 있지만, 엘롯기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은 현 상황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이들 세 팀의 선전과 함께 세 팀의 모두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엘롯기의 성적표가 어떨지 이들 중 누가 정규 시즌 이후에도 또 다른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분명한 건 이전과 달리 세 팀 모두 절망보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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