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위 경쟁에서 사실상 멀어진 롯데에서 젊은 선발 투수 이승헌이 작은 위안을 주고 있다. 이승헌은 10월 10일 삼성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3승에 성공했다. 이승헌의 호투에 힘입은 롯데는 1 : 0으로 승리했고 3연패를 끊었다. 하지만 5위권과의 승차는 5경기 차로 그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 선발 투수 이승헌의 투구가 빛난 경기였다. 이승헌은 3연패와 함께 순위 경쟁에도 크게 뒤처지며 팀 분위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팀 상황에도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이승헌은 상대 선발 투수가 삼성의 에이스 뷰캐넌이었고 팀 타선이 뷰캐넌에 이어 상대 불펜진을 상대로도 좀처럼 득점하지 못하는 타선의 지원 부재, 최근 불안한 불펜진 상황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등판해야 했다. 이전 2경기 승리 시 팀 타선의 큰 지원을 받았던 이승헌으로서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지만, 시즌 최고의 호투로 그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불식했다.
이승헌은 직구 구속이 이전 경기보다 떨어졌지만, 제구의 정교함을 더하는 투구를 했다. 볼 카운트를 불리하게 이끌어가면서 투구 수가 많아지는 모습이 사려졌고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수도를 줄였다. 이는 올 시즌 가장 긴 7이닝 투구를 하는 원동력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승헌은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변화구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삼성 타자들에 혼란을 주었다. 제구에 예리함까지 더한 그의 변화구는 196센티미터의 높은 신장에서 나오는 큰 각도까지 더해져 매우 위력적이었다. 삼성 타자들은 이승헌의 변화구에 고전하며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승헌은 1회와 5회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을 뿐 선두 타자를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1회 말 수비에서는 선두 타자로 출루한 삼성 박해민을 견제로 잡아내는 등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삼성 타선이 외국인 타자 팔카를 포함해 구자욱, 이원석 등 주력 타자가 라인업에서 빠지면서 공격력이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이승헌의 투구는 위력적이었고 안정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좀처럼 득점이 나오지 않는 투수전의 압박감을 이겨내는 강한 멘탈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승헌의 호투에도 롯데는 타선에서 좀처럼 득점을 하지 못했고 득점 기회에서 무기력했다. 롯데의 5회 초 1득점도 상대 3루수의 실책이 더해진 행운의 득점이었다. 롯데는 7회 초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지만, 3타자가 모두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 패했다면 7회 초 롯데의 만루 기회 무산은 결정적 패인이 될 수 있었고 이승헌의 프로 데뷔 최고의 호투도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이승헌은 7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7회까지 이승헌은 102개의 투구수로 효율적인 투구를 했고 힘의 배분이 잘 이루어지면서 경기 후반에도 힘 있는 공을 던졌다. 불펜진 불안으로 경기 후반 지키는 야구에 어려움이 있는 롯데로서는 선발 투수가 가능한 오랜 이닝을 투구할 필요가 있었다. 이승헌은 이런 어려운 미션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롯데는 이승헌의 호투에 불펜진이 자극을 받은 탓인지 8회 말 최준용, 9회 말 김원중이 1 : 0 리드를 지키며 이승헌의 승리까지 지켜주었다. 전날 경기에서 끝내기 만루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던 마무리 김원중은 삼성의 박해민, 구자욱, 김동엽까지 주력 타자 3명의 가볍게 잡아내며 시즌 23세브에 성공했고 전날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롯데는 선발 투수 이승헌을 시작으로 최준용, 김원중까지 20대 젊은 투수 3명이 승리를 합작하며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서 이승헌이 있었다.
이승헌은 올 시즌 초반 타구에 머리를 맞는 큰 부상을 이겨내며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승헌은 큰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는 부상을 이겨내고 선발 투수로 1군 경기에 나섰고 3승을 기록하고 있다.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점에 그를 2군에서 콜업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킨 결정이 옳았음을 이승헌은 성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앞선 등판에서는 힘과 구위로 타자를 상대하려 했다면 삼성전에서 힘을 빼면서도 보다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선발 투수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의 이승헌이다.
비록 5위 경쟁에서 멀어지긴 했지만, 롯데로서는 20대 초반의 영건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내년 그리고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승헌은 최근 등판에서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승헌은 큰 키에 훤칠한 외모로 롯데의 대표 선수로 실력까지 더해진다면 팀의 간판선수가 될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승헌은 투수 유망주가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는 롯데의 현실에서 또 다른 희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승헌이 올 시즌 남은 등판에서 얼마나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는 팀 성적을 떠나 롯데 팬들에게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스포츠 > 2020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프로야구] 9명 방출, 롯데에게 일찍 찾아온 이별의 시간 (1) | 2020.10.13 |
---|---|
[2020 프로야구] 위기의 LG, 다시 일으킨 젊은 선발진 (5) | 2020.10.12 |
[2020 프로야구] 정리되는 5강 경쟁, 남은 건 순위표 결정뿐? (4) | 2020.10.10 |
[2020 프로야구] 손혁 감독 돌연 사퇴, 그 씁쓸한 뒷맛 (6) | 2020.10.09 |
[2020 프로야구] 롯데 연승 제동 건 KT 강백호의 괴력 (6) | 2020.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