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로야구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인 팀은 SK와이번스였다. 그 변화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SK는 올 시즌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던 팀으로서는 믿기 힘든 추락이었다. SK는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11연패 늪에 빠지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계속된 성적 부진 속에 염경엽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장기간 감독 자리를 비우는 어려움도 있었다.
SK는 팀 레전드 출신 박경완 수석코치가 상당 기간 감독대행을 맡으며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SK는 4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SK보다 더 심각한 부진에 빠졌던 한화가 아니었다면 최하위 굴욕을 당할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한때 SK는 한화에 바싹 추격당하며 긴장해야 했다.
SK의 이런 추락은 전력 약화가 큰 원인이었다. 지난 시즌 선발 원투펀치를 구성했던 좌완 에이스 김광현과 우완 파이어볼러 산체스의 해외리그 진출에 따른 공백이 상상 이상이었다. SK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를 이를 극복하려 했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투구 내용으로 실망감만 안겼다. 여기에 문승원, 박종훈, 불펜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한 김태훈까지 국내파 선발 투수들도 어려움이 있었다. 마운드의 구심점 될 1, 2선발 투수의 부진이 불러온 도미노 현상이었다.
불펜진 상황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 시즌 세이브왕 하재훈의 부진과 부상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하재훈은 지난 시즌 타자에서 투수로 전환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투수 전향 후 많은 이닝을 소화한 후유증이 분명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에 시달린 하재훈은 긴 재활을 거쳤지만,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마무리 투수의 부재 속에 SK는 불펜진 운영이 크게 흔들렸다. 여러 투수들이 마무리 투수로 나섰지만, 누구도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선발 투수 김태훈을 불펜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도 효과가 없었다. 마운드의 불안은 팀 방어율 최하위의 결과로 이어졌다.
팀 타선도 부진했다. 팀 홈런은 143개로 10개 구단 중 4위로 어느 정도 장타력을 보여주었지만, 팀 타율 0.250은 전체 9위에 불과했다. 팀 타점이나 득점권 타율도 9위로 비효율적인 공격력이었다. 투타에서 모두 부진한 SK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여기에 수비율 최하위의 불안한 수비로 성적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의 건강 이상에 따른 컨트롤 타워마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부진을 벗어날 모멘텀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올 시즌은 부진은 과거 외국인 감독 힐만 감독과 염경엽 단장, 감독 체제에서 만들어진 홈런 군단 SK의 팀 이미지를 퇴색하게 했다. SK는 팀 성적과 함께 성공적인 마케팅을 하는 팀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었다. 올해 연초 야구 드라마인 스토브리그를 적극 후원하면서 팀 이미지를 제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SK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말았다.
SK로서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SK는 선수 출신이자 SK 단장으로 긴 시간 재임했던 민경삼 신인 대표 체제를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SK는 그동안 타 팀 코치와 감독으로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출신들을 다시 코치진으로 재영입했다. 과거 쌍방울과 SK로 이어지는 팀 역사를 함께 한 김원형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고 롯데 감독을 역임했던 조원우 코치를 2군 감독으로 영입했다. 이 외에도 SK 선수 출신 조웅천, 김민재 코치가 새롭게 영입됐다.
염경엽 단장, 감독 체제에서 팀을 떠났던 인사들의 복귀로 SK는 침체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안정 속에서 변화를 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SK는 코치진 개편과 동시에 상당수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재계약을 포기하고 팀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이어 더해 외국인 선수 구성도 빠르게 마무리했다. 올 시즌 후반기 대반전에 성공한 외국인 타자 로맥과는 재계약을 새로운 외국인 선수 2인과는 빠르게 계약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빠른 외국인 선수 계약이었다. 대체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구단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렇게 신속하게 선수단 구성을 마친 SK는 FA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부 FA 선수인 김성현과는 이미 최대 3년의 재계약을 체결했다. SK가 젊은 선수들에 많은 기회를 주려는 움직임이 강한 상황에서 내년 이면 30대 중반에 이르는 김성현에 대한 원만한 FA 계약이 어려울 수 있었지만, SK는 내야수로서 오랜 기간 활약한 그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동안 내부 FA 선수에 대해서는 계약을 놓치지 않았던 SK의 전통이 이번에도 지켜졌다. 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에 더해 SK는 팀의 취약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2루수 자원을 FA 시장에서 채우려 하고 있다. 마침 시장에는 두산의 2루수 최주환이 있다. 최주환은 뛰어난 타격 능력을 겸비한 내야수다. 2루수 수비도 준수하고 만만치 않은 장타력도 갖추고 있다. 확실한 2루수가 없는 SK에는 최주환이 필요한 선수다. 아직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주환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의 영입 결과에 따라 SK 내야진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 SK의 움직임을 보면 그 판단은 빠르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FA 시장이 아니라면 과감한 트레이드의 길도 열려있다. SK는 최근 수년간 가장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했던 팀이었다. 외부로부터의 전력 보강 가능성이 그 어느 팀보다 큰 SK다.
올 시즌 SK는 전력 보강 없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없고 선수 육성에 대한 중요성도 다시 한번 깨닫는 시즌이었다. 2017 시즌부터 매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18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2019 시즌 정규리그 2위의 성과를 낸 SK로서는 올 시즌 부진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온다. 스토브리그 SK의 빠른 움직임은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그들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SK의 계속된 변화와 함께 당장은 이번 FA 시장에서도 SK의 과감하고 빠른 움직임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 SK와이번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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