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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각 팀 주장은 그 상징성이 크다. 선수들을 이끌어갈 리더십은 필수조건이고 항시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롯데와 같이 열광적인 팬들 보유한 팀에서 주장은 무거운 책임감이 더해지는 자리다. 팀 성적 하락 시 비난의 화살을 곧바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감 탓인지 최근 롯데에서 주장을 맡은 선수는 성적 하락과 함께 어려움을 겪은 일이 많았다. 

롯데는 내년 시즌 주장으로 외야수 전준우를 선임했다. 전준우는 2008 시즌 롯데에 입단한 이후 롯데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프랜차이지 선수다. 항시 20홈런 80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고 꾸준함을 유지했다. 지난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의 나이와 그동안의 성적, 팀에서의 입지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주장이 될 자격을 갖춘 전준우다. 하지만 주장이 된 전준우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앞서 언급한 롯데 주장이 가지는 무게감이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올 시즌 주장이었던 민병헌이 그랬다. 민병헌은 FA 3년 차였던 2020 시즌 주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시즌 손아섭을 대신해 시즌 중 주장 역할을 했지만, 시즌과 함께 주장을 맡은 건 그의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롯데는 성실함과 리더십, 부동의 중견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병헌이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며 침체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로 여겼다. 민병헌은 FA 계약을 롯데로 오기 전 두산에서 강팀 두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했다. 두산 특유의 근성 있는 야구를 롯데에 이식할 수 있는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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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은 2018 시즌 롯데에 입단해 부상으로 풀 타임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2시즌 연속 3할 타율을 넘어섰고 테이블 세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 차원 높은 외야 수비는 팀에 상당한 플러스 요소였다. 민병헌은 2020 시즌 주장을 맡으면서 풀타임 소화와 함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려 했다. 민병헌은 시즌 준비 기간 타격폼을 수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타력을 더 증징시키려 했다. 기존 타격폼이 체력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하지만 올 시즌 민병헌은 롯데 입단 후 최악의 시즌이었다. 2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물렀고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민병헌 스스로 시즌 중 2군행을 자처할 정도였다. 롯데는 그를 신뢰하고 1군에서 컨디션 회복을 기대했지만, 부진이 깊어지기만 했다. 시즌 후반기에는 벤치 멤버로 1군에 머물러야 했다. 롯데는 그의 주장으로서의 역할 비중을 높게 봤지만,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병헌이 온전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두고 차라리 2군에서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 나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롯데는 민병헌을 대신할 외야 자원이 없고 그의 수비 기여도를 높게 평가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결정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마이너스였다. 

2019 시즌 주장으로 시즌을 시작한 손아섭도 민병헌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고심해야 했다. 손아섭은 부상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 해 타격의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꾸준한 추구하던 장타자로의 변신은 성공적이지만, 2019시즌은 달랐다. 공인구 반발력 저하와 함께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즌이었지만, 손아섭은 정도가 더 심했다. 타격 부진이 길어지면서 손아섭은 주장 자리를 내놓는 결정을 했다. 

손아섭은 그해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지만, 2010년부터 이어오던 타율 3할을 넘어서지 못했다. 각종 타격 지표도 하락했다. 2019 시즌 0.295의 타율에 10홈런 63타점은 기록은 보통의 선수라면 뛰어난 성적일 수 있었지만, 손아섭에게는 근래 들어 가장 부진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주장의 짐을 덜은 올 시즌 손아섭은 0.352의 고타율에 타격 각 지표에서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이는 주장으로서 가지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었다. 롯데 주장이 되면 소위 주장병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 있는 민병헌과 손아섭이었다. 그전 주장인 이대호는 2017, 2018 시즌 주장을 맡으며 무난한 모습을 보였지만, 팀 부진에 항의하는 팬이 던진 치킨 박스에 맞는 등의 수난의 기억을 남겨야 했다. 역대 주장 중 강민호, 홍성흔은 FA 계약을 통해 팀을 떠나는 일이 있었고 최준석 역시 FA 미아가 되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롯데와 작별했다. 롯데 팬들에게는 영원한 주장으로 통하는 조성환은 롯데에서 3시즌 주장을 하며 성적인 족적을 남겼지만, 몸 맞는 공 후유증으로 기량이 급하락했고 FA 자격을 얻고도 저평가되는 아픔이 있었다.

이렇게 롯데 주장은 아픈 기억들이 많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자리다. 이런 아픈 기억을 지워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팀 성적 향상이다. 팀이 상위권에서 경쟁하면 팀 전체가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롯데는 유독 팀 분위기에 경기력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전 주장인 손아섭, 민병헌의 부진은 팀이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더 도드라졌다. 팀 성적 하락은 주력 선수들에게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의 부담을 가중하게 했다. 그 어느 팀보다 뜨겁지만, 경기력에 따라 팀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롯데 팬들의 성향도 분명 어려운 부분이다. 그 점에서 새롭게 주장이 된 전준우의 또다시 불행한 주장이 되지 않기 위한 해법은 정해져 있다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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