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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시즌부터 롯데에게 포수와 3루수는 고민 가득한 포지션이었다. 그전까지 그 포지션에 있었던 선수들의 비중이 워낙 크고 절대적이었다. 2017 시즌 후 롯데는 FA로 풀린 포수 강민호와 3루수 황재균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7 시즌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던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를 FA 계약으로 전격 영입하고 정규리그 3위에 올랐던 롯데는 기존 전력을 유지했다면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을 꿈꿀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롯데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보였던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를 삼성으로 떠나보냈고 2017 시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돌아온 황재균을 KT로 떠나보냈다. 롯데는 함께 FA 자격을 얻은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과의 계약에 집중했던 4년간 98억원의 대형 계약을 안기며 가까스로 잔류시켰다. 

이에 더해 외야 FA 민병헌을 4년간 80억원의 계약으로 영입했다. 민병헌의 계약은 당시 강민호, 황재균을 모두 놓친 롯데의 다급함이 불러온 패닉 바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팀 주축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낸 상황에서 롯데는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해야 했고 전력 보강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 결과물이 민병헌이었다. 아쉽게도 그 결정은  팀 전력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 중복 투자였다. 이후 롯데는 정작  필요한 포수와 3루수 문제로 수년간 고심을 해야 했고 이는 팀 하위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였다. 

 

 


이유는 있었다. 롯데는 당시 FA 시장의 큰 손이었고 상당한 자금력도 있었지만, 대향 FA 선수 3명을 모두 계약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롯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조건에서 격차가 컸던 황재균보다 강민호, 손아섭과의 계약에 주력했다. 롯데는 손아섭과의 계약을 우선시했다. 그 틈을 파고든 삼성은 예상 이상의 조건으로 강민호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롯데는 이미 롯데와 첫 번째 FA 계약을 체결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의 이적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봤지만, 허를 찔렸다. 

그렇게 중요 포지션 2자리에 공백이 생긴 롯데였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트레이드 등으로 이를 메울 전략이 부재했다. 포수는 막연히 유망주들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다. 포수는 올 시즌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롯데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같은 고민거리였던 3루수는 상황은 조금 다르다. 한동희의 성장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한동희는 애초 롯데의 미래 3루수로 입단 당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롯데는 황재균이라는 강력한 3루수가 떠났지만, 한동희가 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8 시즌 한동희는 1차 지명 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투수 우위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증거였다. 롯데는 그를 2018 시즌 개막전 선발 3루수로 기용하면서 주전 3루수로 발탁했다. 

롯데는 2018 시즌 KT에 입단한 직후부터 괴력의 타격 능력을 보인 신인 강백호의 그림을 그렸다. 고교시절 한동희는 대형 내야수로 자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동희는 강백호와 달랐다. 시즌 초반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의 타격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3루수로서 수비 약점이 드러나면서 타격에도 영향을 주었다. 롯데는 그의 성장을 기대하며 꾸준히 선발 기용했지만, 한동희는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기세가 꺾인 한동희는 2018 시즌 1군에서 87경기 출전에 타율 0.232, 4홈런 25타점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12개의 실책으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이렇게 그의 프로 데뷔 시즌은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 

롯데는 데뷔 시즌의 부진이 한동희에게 성장통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는 2019 시즌에도 그를 선발 3루수로서 기용하며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한동희는 오히려 공격과 수비에서 기량이 더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가 원하는 거포 내야수로서의 성장과는 멀어졌다. 이는 그에 대한 안팎의 기대를 실망감으로 바꾸고 말았다. 당연히 그를 중용하는 구단에 대한 롯데 팬들의 비난이 거세졌다. 한동희는 2군에서는 폭발적인 타격 능력을 보이면서도 1군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반복하며 1군보다 2군에 더 오래 머물러야 했다. 그와 함께 롯데 3루수 자리는 여러 선수들이 번갈아 기용되는 취약 포지션으로 남았다. 

2020 시즌 한동희는 다시 한번 주전 3루수로 기회를 잡았다. 롯데는 한동희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물론, 그에 대한 반대 여론도 상당했다. 또 다른 내야 유망주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컸다. 롯데는 또다시 모험 아닌 모험을 했다. 시즌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한동희는 타격에서 나아진 모습이 아니었다. 그에 대한 구단의 인내심도 한계점에 다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여름이 되면서 한동희는 타격에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장타력은 물론이고 정확도 면에서 이전과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계속된 부진에 떨어졌던 자신감을 회복했고 그 자신감을 공수에서 플레이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그의 타격 페이스는 시즌 마지막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한동희는 올 시즌 0.278의 타율에 17홈런 67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타격 성적을 남겼다. 17개의 실책이 아쉬웠지만, 3루수 수비도 이전에 비하면 크게 안정됐다. 올 시즌 내야에서 타자에 따른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를 했던 롯데에서 한동희는 가끔 2루수 위치에서 수비를 하기도 했지만,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필요할 때 1루수 수비도 하면서 멀티 수비 능력도 보여주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한동희는 올 시즌 롯데 주전 3루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롯데의 인내심을 빛을 발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한동희는 여전히 3루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수비 보완이 필요하다. 여기에 97개의 삼진을 당할 동안 57개의 볼넷을 골라냈다는 점은 아직 선구안이나 투수와의 수 싸움에서 더 발전해야 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시즌 연속 공수 부진 속에 군 입대를 고려했던 한동희였음을 고려하면 매우 긍정적인 변화임을 틀림없었다. 

롯데는 내년 시즌에도 한동희를 주전 3루수로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신인 나승엽의 주 포지션이 3루수라는 점에서 한동희의 타격을 더 살리기 위해 1루수 한동희 기용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1루수 자리에는 이대호 외에 정훈, 이병규 등 아직 타격 능력이 있는 베테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동희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3루수로 더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20대 젊은 3루수라는 점도 팀과 그의 미래를 더 밝게 할 수 있다. 

한동희는 아직 리그 정상급 3루수들과 비교해 부족함이 크지만, 리그 3루수 대부분은 30대 선수들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7년간 85억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두산의 3루수 허경민도 30살을 넘어섰다. 이들을 이어갈 젊은 3루수 자원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유망주의 틀을 벗어난 한동희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몇 년 후 롯데 3루수 자리는 팀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가깝게는 내년 시즌 활약을 이어간다면 도쿄 올림픽 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동희에게는 올 시즌보다 내년 시즌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한동희의 사례에서 보듯 유망주가 1군에서 자리를 잡는 일은 소속팀의 큰 결정과 그에 따른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우수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채웠던 롯데는 올 시즌부터 팀 육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동희는 새로운 팀 운영 기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선수다. 그가 거포 내야수로 자리를 확고히 한다면 팀 육성 기조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팀을 밑바닥에서부터 강하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한동희의 올 시즌 반전은 롯데의 3루수 고민 해결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일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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