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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단행된 두산과 LG의 2 : 2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서 LG로 팀을 옮긴 함덕주에 대한 두산 팬들의 아쉬움이 매우 크다. 함덕주는 아직 20대의 군필,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포스트시즌은 물론이고 국제경기 경험까지 두루 갖춘 투수다. 또한, 선발 투수로도 불펜 투수로도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마운드에 운영의 유연성을 더해질 수 있는 함덕주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건 그만큼 두산에는 큰 모험이라 할 수 있다. 

함덕주를 보내고 영입한 양석환은 분명 두산에 필요한 선수다. 오재일이 떠난 1루 자리를 양석환은 바로 채워줄 수 있다. 20홈런 이상 80타점 이상을 기록한 이력이 있어 약해진 팀 공격 생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두산은 그를 1루수로 활용할 예정이지만, 3루 수비도 가능하다. 내야 진 운영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양석환이다.

하지만 수준급 좌완 투수를 보낸 빈자리는 커 보인다. 두산으로서는 함덕주의 자리를 채워야 했다. 함덕주는 이번 시즌 선발 투수 전환을 모색 중이었지만, 내부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었다. 두산은 선발 마운드는 좌완 미란다와 우완 로켓까지 빠른 공을 던지는 외국인 원투 펀치를 중심으로 우완 이영하, 사이드암 최원준, 지난 시즌 깜짝 활약했던 김민규 순으로 로테이션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FA 계약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지난 시즌까지 8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베테랑 좌완 유희관도 있다. 아직 FA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우완 투수 이용찬도 부상 재활이 잘 이루어진다면 선발 투수가 가능하다. 두산은 분명 양적으로는 선발 자원을 잘 갖추고 있다. 함덕주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선발 마운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함덕주는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선수였다. 

개막적 선발 등판이 유력한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시범 경기 첫 경기에서 불안했다. 제구가 난조를 보이며 목표했던 이닝을 채우지도 못했다. 좌완에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미란다지만 제구 불안은 그 장점을 무색하게 할 수 있다. 대만 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한 단계 레벌업 된 KBO 리그에서 어떤 투구를 할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우완 선발 이영하 역시 지난 시즌 부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이영하는 최근 학폭 관련 이슈로 뉴스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이영하는 이에 강력히 대응하며 상황이 정리되는 모습이지만,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긴 건 사실이다. 시범경기 투구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나마 우완 사이드암 최원준이 시범경기 호투하며 2년 차 징크스 가능성을 지워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풀 타임 선발 투수에 도전하는 신예 김민규는 시즌을 완주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베테랑 좌완 유희관이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유희관은 지난 시즌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권리를 행사했지만, 차가운 시장 분위기를 절감해야 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지난 시즌 내림세를 보였던 성적, 두산과 잠실 홈구장 효과로 평가 절하된 그동안의 성적 등 유희관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기대와 너무 달랐다. 미래 가치를 점점 중요하게 여기는 FA 시장에서 유희관은 원하는 계약을 하기 어려웠다. 원 소속팀 두산 역시 냉정한 협상 기조를 유지했다.

결국, 유희관은 옵션이 보장 연봉보다 훨씬 많은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했다. 계약 시점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유희관으로서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달라진 여건은 유희관의 그의 선발 로테이션 보장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함덕주의 LG 행으로 유희관에 대한 구단 내 존재감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의 여전한 불확실성, 이영하와 김민규 등 국내 선발 자원들이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8시즌 연속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냈던 유희관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유희관이 베테랑의 힘ㅇ르 보여준다면 떨어진 팀 내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다. 

선발 마운드에 유희관이 있다면 불펜진에는 베테랑 이현승과 장원준이 만능 좌완 카드 함덕주를 대신할 후보들이다. 이현승과 장원준은 유희관과 함께 2015 시즌부터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강팀 두산의 입지를 단단하게 한 기억이 있다. 이현승은 철벽 마무리로 장원준은 강력한 이닝이터로 그 존재감이 컸다. 국가 대표 경력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 기억을 뒤로하고 세월의 흐름 속에 이들은 점점 그 존재감이 옅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이른 나이는 은퇴를 고민하게 하고 있다. 팀 내 역할 비중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현승과 장원준은 현역 선수의 의지를 버리지 않았고 시범경기 등을 통해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현승은 2016 시즌 25세이브를 기점으로 내림세를 보였지만, 지난 시즌 62경기 마운드에 오르며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그 존재감을 다시 높였다. 5점대 방어율이 아쉬웠지만, 좌완 투수가 필요한 시점에 이현승은 우선 고려되는 자원이었다. 함덕주가 떠나면서 헐거워진 좌완 불펜진에 이현승은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 긴 부상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장원준이 힘을 보탤 조짐이다.

장원준은 좀처럼 외부 FA 영입을 하지 않는 두산이 영입한 선수다. 2015 시즌 두산과 FA 계약을 한 장원준은 이닝이터로 3시즌 연속 큰 활약을 했다. 그 기간 두산은 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 영광의 기억을 뒤로하고 장원준은 2018 시즌부터 깊은 부진에 빠졌다. 급격한 노쇠화 현상이 보였고 부상 재활도 길어졌다. 이에 장원준은 기대했던 두 번째 FA 가능성도 사라졌고 선수 생활 지속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몰렸다. 이런 어려움에도 장원준은 포기하지 않았고 두산 역시 그를 기다렸다. 

2021 시즌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장원준은 구위는 크게 떨어졌지만,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와 같이 선발투수로 나서긴 어렵지만,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좌완 불펜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 시범경기에서 장원준은 그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아직은 판단이 어렵지만, 부상 재발의 위험은 보이지 않고 있다. 장원준이 건강하다면 또 다른 불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유희관, 이현승, 장원준은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두산이 사실상 왕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투수들이다. 그들과 그 영광을 함께 만들었던 외국인 투수들은 팀을 떠났지만, 그들은 두산을 지키고 있다. 흐르는 세월을 완전히 거스를 수 없지만, 이들은 누구에게도 없는 경험과 관록이 있다. 베테랑 선수에 대한 가치 평가가 보다 냉정해진 현실에서 두산은 이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침 함덕주라는 팀 내 비중이 큰 좌완 투수가 팀을 떠나면서 이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두산은 함덕주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 좌완 남호를 영입하긴 했지만, 그가 성장하는 동안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 세 명의 베테랑 좌완은 그 간극을 메워줘야 한다. 즉, 이들은 함덕주를 내주고 전력의 부족함을 채울 정도로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두산의 마운드가 버틸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이들로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빛을 발할 기회이기도 하다. 두산이 기대대로 3인의 베테랑 좌완 투수들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들의 비중이 올 시즌 두산에서 결코 작지 않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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