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즌 프로야구가 2주 차를 지나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순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는 절대 강자가 없는 혼전 양상이다. 지난 시즌과 같이 하위권 팀들이 급격히 밀려나는 분위기도 아니다. 상향 평준화인지 하향 평준화인지 판단하긴 이르지만, 팀 간 전력 격차가 줄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중요한 건 상위권 팀이나 하위권 팀 모두 전력에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동계훈련을 모두 국내에서 치르면서 선수들의 페이스가 빠르게 올라오지 못하는 문제가 공통적이다. 그 여파로 대부분 팀들이 마운드에 고민이 있다. 여기에 부상 선수 속출의 문제도 함께 하고 있다.
어느 팀이든 방심하면 연패에 늪에 빠질 수 있고 연승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흐름이다. 단적인 예로 투. 타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LG가 4월 20일 KIA전에서 패하면서 3연패에 빠졌다. 완벽한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지난 시즌 챔피언 NC가 초반 부진을 딛고 선두권에 자리하고 있다. 부상 선수 문제와 마운드 불안이 겹친 키움은 최하위로 밀려있다. 아직은 모든 팀들이 정상적인 전력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시즌 초반 혼전 속에서 발 버티는 팀이 시즌 후반기 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던 선수가 있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BO 리그 SSG와 전격 계약한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그렇다. 추신수는 그동안 영입된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야수 부분에서 역대급 커리어를 쌓은 선수다. 지난 시즌에도 그는 메이저리그 텍사스에서 주력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지만, 올 시즌에도 메이저리그 팀 소속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SK와이번스를 전격 인수한 SSG의 강력한 영입 의지와 그가 야구를 시작했던 고국으로의 복귀 열망이 더해져 KBO 리그 선수가 됐다.
추신수의 SSG행은 큰 충격이었다. SSG는 추신수 효과로 단순에 언론과 야구팬에 큰 관심을 받는 팀이 됐다. 모 기업의 적극적인 야구단 마케팅이 더해지며 SSG는 그들의 원년 시즌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추신수 역시 다르지 않았다. 1982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40살이 된 그가 전성기를 지났다고 하지만, 추신수는 지난 시즌에도 여전한 파워를 과시했고 특유의 눈 야구는 살아있었다. 메이저리그 보다 낮은 수준의 KBO 리그라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긍정 전망이 우세했다.
우려는 있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는 코로나 사태 악화로 팀당 60경기의 단축 시즌이었다. 그나마도 추신수는 부상으로 상당 경기를 결장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었다. 여기에 FA 계약이 지연되면서 훈련량 부족을 피할 수 없었다. SSG와의 계약도 시범경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루어졌다. 시즌을 완주한 몸 상태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가 경험이 풍부하고 높은 레벨의 리그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시작점이 다르다는 점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높은 기대치는 여전했다. 그 역시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는 개막전부터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뜻대로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에게 기대했던 타격에서 추신수는 메이저리거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추신수는 개막전 이후 큰 관심을 항상 받았지만, 잘하는 경기보다는 아쉬운 경기가 더 많았다. SSG가 그들의 장점이 홈런포를 앞세운 빅볼 야구로 공격력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추신수는 예외였다. 추신수는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와는 크게 다른 KBO 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도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스윙 궤적과 공의 차이도 컸다. 정타가 안 나오고 파울이 많았다. 한가운데 들어오는 공도 밀리는 일이 있었다. KBO 리그 투수들의 스피드가 메이저리그보다 느린 게 적응을 어렵게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알고 있었을 추신수로서는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훈련 부족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부진에 대한 다른 변명은 없었다. 추신수는 다른 방법으로 팀에 기여하려 애썼다. 상대 시프트를 깨기 위한 기습번트 시도가 있었고 출루 후 과감한 도루를 감행하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허슬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당장 그에게 기대했던 화려한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SSG 소속 선수로 스스로 녹아들며 함께 했다.
이런 추신수가 점점 그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 홈런 2개를 기록했고 삼성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한경기 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타격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5개의 홈런을 기록한 추신수는 홈런 부분 2위로 올라섰다. 이 부분 1위 NC 알테어와는 3개 차이로 다소 격차가 있지만, 국내 선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홈런이다. 최근 홈런 페이스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고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긍정 신호가 있지만, 추신수의 타율은 아직 2할을 겨우 넘기고 있다. 아직 완전히 그의 타격감을 찾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출루율은 타율보다 훨씬 높은 3할이 넘고 장타율은 5할을 넘어섰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8할이 넘는다. 삼진이 줄고 볼넷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추신수가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던 당시의 장점이 되살아나는 신호다.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장점은 높은 출루율과 함께 장타 생산력이었다. 그는 테이블 세터로 주로 나섰지만, 정교한 타격보다는 장타력이 돋보였다. 많은 볼넷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상대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 나쁜 공은 얄밉게 골라내고 투수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정면 승부를 하면 담장을 넘기거나 장타를 만들어냈다. 추신수는 상대 투수들에게 매우 까다로운 타자였다. 그 덕분에 상대 투수들에 많은 견제를 받으면서 수많은 몸 맞는 공을 맞기도 했다. 그로 인해 큰 부상도 있었다. 이는 그가 대형 FA 계약을 이끌어내는 이유였다.
최근 경기에서 추신수는 그의 이런 진가를 서서히 보이고 있다. 추신수가 타격감을 찾아가는 과정에 SSG 역시 마운드 불안이 여전하지만, 홈런포를 앞세운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추신수로서는 팀 성적마저 부진했다면 더했을 마음을 짐을 조금을 덜어낼 수 있는 상황이다. SSG는 가끔씩 추신수를 선발 제외하면서 그의 조급함을 덜어내 주도록 배려하고 있다.
SSG의 외야진은 좌타 거포 한유섬과 재간 있는 타격과 스피드를 겸비한 최지훈, 추신수와 동갑이 수비 달인 김강민,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 정의윤과 지난 시즌 트레이드 영입 이후 멀티 수비 능력을 인정받은 오태곤 등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추신수 영입으로 몇몇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적절히 역할을 배분하고 있다. 이런 팀 상황은 추신수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추신수의 시즌 진짜 시즌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적응기와 함께 본래 타격폼으로 돌아오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 있는 추신수의 연이은 홈런포는 그 기간은 단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만약, 추신수가 메이저리거 시절의 기량의 일정 부분만 되찾는다면 SSG의 타선은 그 파괴력이 엄청나게 된다. 추신수부터 최정, 로맥, 최주환, 한유섬까지 좌우가 조합된 공포의 말 그대로 공포의 타선이다.
SSG 타선의 정상 가동은 추신수의 운식폭을 훨씬 더 넓힐 수 있고 타격 부분에서 타이틀 도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장당 홈런왕 부분에서 강력한 후보자로 등장할 수도 있다. 실제 추신수는 완벽한 상황이 아님에도 여전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 추신수가 정확도를 더해 홈런왕 레이스에서 의미 있는 후보자가 될 수 있을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그의 시즌 행보가 궁금해진다.
사진 : SSG 랜더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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