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롯데와 두산의 경기는 올 시즌 최고 신인 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롯데 좌완 김진욱과 통산 100승에 3승만을 남겨둔 두산의 베테랑 좌완 유희관이 선발 맞대결이 큰 관심이었다. 떠오르는 신인 김진욱과 프로에서 최고 수준의 커리어를 쌓았던 베테랑의 대결은 신. 구 투수의 대결이기도 했고 힘 있는 공은 던지는 김진욱과 느리지만 정교한 제구와 경기 운영으로 9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유희관의 대조적인 컬러가 맞서는 대결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전 양 팀 선발 투수들은 모두 올 시즌 부진 탈출이라는 큰 과제가 있었다. 김진욱은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 초반 타순이 한 바퀴 돈 시점부터 크게 공략당하는 약점이 있었다. 흔들리는 제구가 문제가 되면서 대량 실점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김진욱은 좌완 투수로 구위는 뛰어나지만, 그 장점을 살라지 못하는 중이었다. 2번의 선발 등판에서 2패만을 떠안은 김진욱으로서는 프로 데뷔 첫 승이 간절했다.
이에 맞서는 유희관은 지난 시즌 9년 연속 10승 투수라는 이력에도 FA 시장에서 홀대받은 아픈 경험이 있었다. 스프링캠프가 열리기 직전 두산과 FA 계약을 했지만, 1년 계약에 보장금액보다 옵션 금액이 훨씬 더 많은 내용이었다. 두산은 유희관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고 최근 수년간 각종 지표가 내림세에 있다는 판단을 했다. 유희관은 그에 대한 냉혹한 현실을 실감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희관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어렵게 5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앞전 2경기 등판 내용은 아쉬움이 컸다. 5이닝 이닝 투구는 없었고 많은 실점이 있었다. 조기 강판 경기도 있었다. 그에 대한 구단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유희관으로서는 선발 로테이션 잔류를 위해 의미 있는 투구가 필요했다.
이런 두 선발 투수들의 간절함은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롯데와 두산 타자들의 타격감이 김진욱과 유희관 두 선발투수들을 압도했다. 3회까지는 게속된 출루가 있었지만, 양 팀 선발 투수들이 모두 실점 위기를 잘 벗어났다. 특히, 유희관은 두 차례 큰 위기를 특유의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으로 극복하는 관록을 보였다. 김진욱 역시 문제가 됐던 볼넷 남발이 없었고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했다.
4회부터 폭풍이 몰아쳤고 두 선발 투수는 그 폭풍을 이겨내지 못했다. 4회 초 김진욱은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의 승부에서 강대강의 대결을 하다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그의 직구를 김재환은 가볍게 밀어 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전날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긴 타격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던 김재환의 이틀 연속 홈런이었다. 이 2점 홈런의 배경에는 첫 타자 박건우의 볼넷이 있었다. 또다시 볼넷이 문제였다.
2점의 득점 지원을 받았지만, 유희관 역시 4회 말 한계를 드러냈다. 유희관은 앞선 이닝에서 위기를 벗어났지만, 투구 수가 늘어났다. 유희관은 적극적인 승부로 투구 수를 줄이려 했다. 첫 타자를 안타로 출루시켰지만, 2사까지 무난히 잡아냈다. 승리 투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상황에서 유희관은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사 후 안치홍과 손아섭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한 유희관은 만루 위기에 몰렸다. 3회 말 만루 위기를 극복한 유희관은 또 한 번의 위기 극복을 기대했지만, 상대 타자 이대호는 그의 바람을 무너뜨렸다. 두 차례 큰 파울 타구를 만들어낸 이대호는 바깥쪽 떨어지는 볼을 우전 안타로 만들어 내며 3 : 2 역전을 만들어 냈다. 이대호의 타격 능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는 유희관에게는 큰 좌절을 안겨주었다. 두산 벤치는 더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았다. 유희관은 그대로 마운드를 물러났다. 두산은 그들의 장점이 불펜진을 활용해 승부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다. 두산은 유희관이 그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그에 대한 신뢰도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유희관의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사이 김진욱은 시즌 첫 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김진욱 역시 승리투수로 가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5회 초 2사까지 무난히 잡아냈던 김진욱은 볼넷과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그 상황에서 만난 타자는 그전 타석에서 그에게 프로 데뷔 첫 피홈런을 안겨준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이었다. 직구 승부가 통타당한 김진욱은 변화구로 승부했지만, 김재환은 그의 수를 읽고 있었다. 김재환은 김진욱의 슬라이더를 밀어 쳐 또다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두산의 5 : 3 재 역전, 김진욱은 5회를 마무리하긴 했지만, 승리 투수 요건이 아닌 패전의 위기에 몰렸다. 이렇게 반전이 필요했던 김진욱과 유희관은 모두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경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했다.
김재환에게 홈런 2방을 허용하며 5타점을 허용한 롯데는 5회 말 오윤석의 솔로 홈런 6회 말 이대호의 역전 3점 홈런을 더해 경기를 다시 7 : 5로 역전시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롯데는 7회 말 두산 불펜진의 제구 난조를 틈타 추가 3득점으로 승세를 굳혔다. 두산은 올 시즌 철옹성을 이루고 있었던 최강 불펜 투수 이승진, 박치국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려 실점을 막으려 했지만, 이들이 각각 2실점과 3실점하면서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없었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롯데였지만, 롯데 역시 불펜진의 불안한 투구로 마지막까지 긴장해야 했다. 롯데는 박진형이 6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7회 초 마운드에 오른 최준용이 두산 허경민에 솔로 홈런을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구승민이 두산 박계범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10 : 9 한 점차까지 쫓기는 상황이 됐다. 올 시즌 불펜진의 피홈런이 유난히 많은 롯데의 문제가 다시 나타나고 말았다. 특히, 필승 불펜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승민은 4점 차의 여유에도 1이닝을 버티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런 혼전의 상황을 정리한 건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었다. 김원중은 8회 2사 마운드에 올라 올 시즌 4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두산 대타 김인태를 범타로 처리했고 9회 초 한방 능력이 있는 두산의 중심 타선 박건우, 김재환, 양석환을 범타로 삼진 2개로 처리하며 시즌 첫 세이브에 성공했다. 특히, 홈런 2개를 때려낸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는 장면은 그의 주무기 포크볼이 위력을 발휘하며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올 시즌 롯데가 승리하는 경기에서는 대승을 패하는 경기는 중반 이후 경기가 기우는 경기가 이어지며 세이브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원중은 롯데의 위닝 시리즈를 확정하는 순간 값진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원중의 마무리로 롯데는 3연속 루징시리즈의 고리를 끊게 됐다.
이렇게 경기는 짜릿한 타격전이었다. 롯데는 최근 다소 주춤했던 4번 타자 이대호가 5타점 경기를 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타선의 집중력이 연 이틀 발휘되며 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불펜진 불안이 여전했다. 여기에 신인 김진욱이 아직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그의 선발 로테이션 잔류를 고민하게 하고 있다. 김진욱은 이전 2경기보다 나아진 내용이었지만, 위기관리 능력에는 여전히 문제를 노출했다. 한 타순 이후 두 번째 대결에서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여전했다. 이 문제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선발 등판을 기약하기 어렵다. 여기에 좌완 투수임에도 좌타자에 오히려 더 약점을 보이는 부분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두산은 믿었던 불펜진의 무너졌다는 점이 큰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보다 약해진 선발 마운드의 문제를 불펜진의 호투로 메워왔던 두산이었지만, 불펜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롯데전에서 불펜진의 부진은 불펜 의존도가 큰 두산에게는 앞으로 마운드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할 수 있다. 여기에 두산은 세 번째 선발 등판한 베테랑 유희관이 믿음을 주는 투구를 하지 못하면서 그의 활용과 선발 투수진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부진했던 4번 타자 김재환이 타격감을 회복했다는 점은 큰 위안이었다.
롯데와 두산의 첫 맞대결에서 두 팀은 모두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그 고민을 덜어줘야 할 김진욱, 유희관 두 선발 투수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도 두 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김진욱과 유희관의 정상 로테이션으로 4번째 등판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아직은 불투명해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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