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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최정, 황재균, 허경민 등이 주도하던 KBO 리그 3루수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화 노시환, 롯데 한동희 두 20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세대교체의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시즌 초반 성적도 각 부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유망주를 넘어 팀 주축 선수로 자리하고 있다. 

노시환과 한동희는 모두 경남중, 경남고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다. 프로 데뷔는 한동희가 먼저였다. 한동희는 2018 시즌을 앞두고 연고지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롯데가 신인 선수 지명에서 투수를 우선 고려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롯데가 한동희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1년 뒤 2019 시즌을 앞두고 노시환은 한화에 2차 1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어쩌면 그들은 연고지 팀 롯데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었지만, 롯데는 노시환 대신 150킬로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을 연고지 1차 지명에서 택했다. 하지만 한화는 노시환의 잠재력을 믿었다. 롯데에는 포지션이 겹치는 한동희가 있었다. 노시환은 롯데의 미래가 되진 못했지만, 한화의 미래로 선택받았다.  

노시환과 한동희는 거포형의 내야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노시환은 유격수로 입단했지만, 타격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3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이로써 두 선수는 3루수라는 공통점을 더 공유했다. 이들은 모두 신인 때부터 소속팀의 1군에서 중용됐다. 노시환의 소속팀 한화는 리빌딩에 중점을 두는 팀 분위기와 기존 주력 타자들의 노쇠화 속에 새로운 거포가 절실했다. 노시환으로서는 큰 기회였다. 한동희는 그가 입단할 당시 롯데의 중심 타자 겸 3루수 황재균의 FA 이적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롯데는 황재균을 대신할 1순위 후보로 한동희를 택했다. 

 

노시환



하지만 이런 소속팀 기대는 바로 충족되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신인 선수에 대한 큰 기대감도 그들에게는 부담이었다. 노시환 보다 한 시즌 먼저 프로에 데뷔한 한동희의 부담이 더했다. 리빌딩보다는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큰 구단의 상황에서 한동희는 천천히 기량을 발전시킬 여건이 아니었다. 당장 가능성을 보여야 했고 성적이 필요했다. 이런 환경은 한동희를 움츠려 들게 했다. 2군에서는 펄펄 날던 그였지만, 1군에서 한동희는 작아졌다. 흔들리는 수비는 타격에도 영향을 주었다. 롯데 팬들의 그에 대한 기대가 비난으로 바뀌는 상황도 한동희를 어렵게 했다. 프로 데뷔 1, 2년 차 한동희는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유망주였다. 

2019 시즌 이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군 입대까지 고려했던 한동희는 2020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롯데는 우직하게 한동희에게 주전 3루수로 기회를 주었고 한동희는 세 번째 시즌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한동희는 2할대 후반의 타율에 17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도 크게 향상됐다. 롯데가 기대하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동희는 타석에서의 부담을 크게 덜고 한층 여유를 가지는 모습이었다. 이는 변화구 공략과 함께 투수와의 수 싸움도 가능하게 했다. 타격의 정확도가 더해졌고 타고난 힘이 빛을 발했다. 17개의 실책으로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수비 능력도 한결 나아졌다. 2020 시즌은 한동희가 롯데의 진정한 주전 3루수로 자리한 시즌이었다. 롯데는 황재균 이후 3루수 고민을 덜게 됐다. 한동희는 그 흐름을 올  시즌에도 이어가고 있다. 

한동희가 롯데의 주전 3루수로 자리 잡는 사이 노시환도 입단 3년 차인 올 시즌 거포 3루수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노시환은 입단 이후 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군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 역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파워는 뛰어나지만 정확도가 문제였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한 한화에서 거침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지만, 지나치게 높은 삼진 비율로 아직은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원석이었다. 

2021 시즌 노시환은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중심 타자로 완전히 변신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타격 코치의 지도가 노시환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타지 힐리가 아직 기대만큼의 활약을 못하는 사이 노시환은 그를 대신해 팀 4번 타자로 자리했다. 성적도 리그 상위권 타자로 손색이 없다. 지난 2시즌 동안 삼진이 많은 공갈포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3할을 넘어서는 타율로 정확도가 더해졌다 

 

노시환 타격 성적 (4월 28일 현재)

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장타율 출루율 OPS 득점권
타율
0.329 6 24 17 23 0.671 0.397 1.068 0.550

 

노시환은 타점과 장타율에서 리그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 장타율과 출루율을 더한 OPS는 1.0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본다면 리그 최상위권 타자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에 더해 득점권에서 5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놀라온 해결 능력도 보이고 있다. 타격의 발사각을 높이면서 땅볼 타구가 줄었고 이는 병살타 개수를 크게 감소하게 했다. 또한 타고난 힘이 결합되어 장타 생산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는 팀의 정책적 배려가 아닌 실력으로 4번 타자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는 성적이다. 노시환은 약점이던 수비에서도 실책 1개만을 기록하며 공. 수 양면에서 놀라온 발전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한동희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한동희는 팀 내에서 높은 타점 생산력과 장타율, 출루율을 유지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로 준수하다. 그의 진가는 4월 28일 LG전에서 드러났다. 한동희는 롯데 스트레일리, LG 켈리 두 외국인 에이스의 맞대결 경기에서 홀로 3타점을 책임지며 팀의 3 : 0 승리를 이끌었다. LG 선발 투수 켈리는 호투했지만, 한동희에 허용한 2점 홈런이 결국, 그의 패전과 연결됐다. 한동희의 활약으로 롯데는 3연패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한동희 타격 성적 (4월 28일 현재)

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장타율 출루율 OPS 득점권
타율
0.306 4 18 12 22 0.528 0.438 0.966 0.381

 

현재까지 기록은 노시환이 앞서가는 건 분명하다.  노시환은 팀 4번 타자의 중책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동희는 아직 하위타선에서 활약 중이다. 이대호라는 간판타자가 있긴 하지만, 중심 타선에 가까워질수록 타격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을 아직 보이고 있는 한동희다. 수비에서도 5개의 실책으로 노시환보다는 안정감이 떨어진다.  베테랑 타자들이 대거 팀을 떠난 한화와 달리 롯데는 베테랑 타자들이 많은 환경도 한동희에게는 아직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동희는 공. 수비에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동희



노시환, 한동희가 성장은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분명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스타가 절실한 프로야구 현실에서 팀에 대한 열성적인 응원을 하는 한화, 롯데의 새로운 스타는 프로야구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리그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리그에서 최정, 황재균, 허경민 등 리그 최고 3루수의 그림자가 짙은 건 사실이다. 성적에서 노시환과 한동희가 이들보다 앞서있다고 하지만, 기존 선수들의 누적된 커리어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성적이 지속력을 보일지는 아직 지켜볼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상대팀들의 분석이 확실히 이루어진 상황에서 기량 발전을 보이고 성적을 끌어올리는다는 건 지속적인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소속팀의 이들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도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시환과 한동희는 같은 경남고 출신으로 한. 미. 일 리그를 모두 경험한 리그 최고 타자 이대호라는 롤 모델이 있다. 이대호 역시 거포 3루수로 리그를 이미 평정한 이력이 있다. 노시환과 한동희는 이대호에 이어 경남고 출신 거포 3루수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시환과 한동희는 프로에서 경험을 축적했고 적응기를 거쳤다. 그 과정을 거치며 두 선수는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더 갖게 하고 있다.

이제는 리그 최고 3루수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런 라이벌의 존재는 1982년 동갑 나이로 리그 강타자로 라이벌 관계를 구축했던 롯데 이대호, 한화 김태균의 관계를 연상하고 하기도 하다. 마침 두 선수는 롯데와 한화의 간판타자로서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여러 가지 공통점이 많은 라이벌이다.

한화와 롯데를 대표하는 20대 두 젊은 거포 3루수들은 새로운 라이벌로 자리했다. 앞으로 두 선수의 라이벌 관계는 프로야구에서 큰 관심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리그 3루수 경쟁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올 시즌 노시환, 한동희의 3루에서의 활약과 앞으로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건 두 팀 팬들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팬 모두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한화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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