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 반전에 고심하고 있는 롯데에 대형 악재가 추가됐다. 중심 타자 이대호의 부상과 엔트리 말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5월 18일 한화전에서 홈런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그 과정에서 옆구리 쪽에 통증을 호소했다. 담 증세로 보였지만, 통증이 지속하면서 롯데는 그에게 회복을 시간을 주는 선택을 했다.
이대호의 팀 내 비중을 매우 크다. 한, 미, 일 리그를 두루 경험했고 각 리그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남긴 그는 팀 레전드로 롯데는 대표하는 선수다. 올 시즌 우리 나이로 40세에 접어들었지만,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추신수, 또 다른 레전드인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과 함께 우리 프로야구의 황금 세대로 기억되는 1982년생을 대표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에이징 커브를 겪고도 남을 나이지만, 이대호는 올 시즌 성적에서도 롯데 타자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대호는 35경기 출전에 규정 타석을 채운 롯데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과 가장 많은 8개의 홈런, 가장 많은 28타점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나이에 따라 점점 내림세를 보였던 장타율도 5할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출루율도 4할을 넘어서고 있다. 포수 엔트리가 다 소진된 경기에서 포수로 나서 팀 승리를 지키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롯데가 비록 최하권에 머물러 있지만, 이대호는 침체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중이었다.
이런 이대호의 부상 이탈은 선수단 전체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경기중은 물론이고 경기 외적으로도 팀을 하나로 묶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올 시즌 초반 감독이 교체되는 등 어수선할 수 있는 팀 분위기에서 이대호는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선수였다.
현실적인 면에서도 이대호 이상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는 타자도 없다. 중심 타자 중 한 명인 손아섭이 여전히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전준우와 안치홍의 타격 페이스로 다소 떨어진 요즘이다. 하위 타선에서 새롭게 주전 포수로 자리하고 있는 지시완이 분전하고 신인 나승엽 등이 활력소가 되고 있지만, 타선의 흐름 전체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마운드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롯데로서는 팀 타선이 더 힘을 내야 하지만, 이대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경기 운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롯데는 자의반 타의 반 이대호 없는 라인업으로 당분간 나서야 하고 새로운 시험을 하게 됐다. 롯데는 이대호에 대한 절대적인 비중을 낮추는 일이 시급했다. 롯데는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이대호에게 언제까지 의존할 수 없기도 하고 베테랑 비중이 높은 라인업을 젊게 할 필요도 있었다.
롯데는 서튼 감독 체제가 들어서면서 젊은 선수들을 1군에 콜업하고 그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면서 1군에서의 경쟁력을 시험하는 한편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일일 진행 중에 있었다. 기존의 고정적인 라인업에 변화를 주면서 최적의 라인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4번 타자 이대호라는 절대적인 위치에도 변화가 있었다. 최근 경기에서 이대호는 4번이 아닌 3번 타순에 자주 들어섰다. 팀 공격 생산력을 보다 더 높이기 위한 일이었다. 3번 타순에서 이대호는 여전한 활약을 했다. 4번 타순에는 전준우, 안치홍 등이 자리했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이대호가 사라졌다. 롯데는 이대호가 주로 나섰던 지명타자 자리에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라인업의 변화를 더 활발히 하려 하고 있다. 당장 2군에서 콜업한 좌타자 김주현이 5월 19일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김주현은 지시완을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할 당시 함께 영입한 선수다.
김주현은 롯데에 부족한 좌타자에 장타력이 기대되는 거포형 선수로 주 포지션이 1루수다. 아직 20대에 병역의무도 마쳤다. 그동안 2군에 머물렀던 김주현은 이대호의 부상으로 롯데에서 첫 1군 경기 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김주현은 힘 있는 타격으로 롯데 선수로 첫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는 김주현 외에 수비 포지션 문제로 경기 출전에 제한이 생기도 있는 대형 신인 나승엽에게도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줄 수 있다. 롯데는 2군에서 콜업한 나승엽은 짧게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나승엽은 만만치 않은 타격감으로 1군에서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 포지션 1루와 3루는 나승엽이 상시 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대호가 부상 공백은 나승엽의 활용폭을 더 넓힐 수 있다. 이 외에도 주력 타자들을 지명타자로 활용하면서 체력 안배를 할 수도 있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충분한 회복 기간을 주면서 유연한 라인업 운영을 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대호의 부상 부위는 이상이 없다 해도 재발의 가능성이 크다. 옆구리는 타격 시 힘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타격 시 항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는 선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대호가 나이는 부상 회복의 시간을 길게 할 수 있다. 당장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한 롯데지만, 이대호를 무리시키다 더 큰 부상이 온다면 시즌 전체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롯데는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올 시즌 FA 재계약을 하면서 이대호는 우승 옵션을 계약 조건에 추가했다. 최근 수년간 롯데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그 역시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의 레전드고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이대호는 그에 따른 부담 또한 컸다. 롯데 팬들은 이대호에 대한 절대적인 응원을 하지만, 최근 기류는 다소 변화가 있었다. 이대호의 큰 존재감이 선수 운영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그의 높은 연봉 대비 활약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일어났다. 하지만 이대호는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자신이 존재감을 다시 끌어올렸고 롯데의 재건에 힘을 보태는 중이었다.
당분간 이대호 없는 롯데의 라인업은 현실이 됐다. 사실 팀의 미래를 위해 이대호 없는 롯데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이제 롯데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리빌딩이 대한 비중을 높은 팀 상황은 이런 기조를 더 가속화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회를 잡은 젊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기존 베테랑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이대호의 공백만 크게 느껴진다면 분위기 반전이 아닌 팀이 더 큰 침체기로 빠져들 수 있다.
이대호 없이 치러진 첫 경기였던 5월 19일 한화전에서 롯데는 투. 타의 부진이 겹치면서 2 : 12로 완패했다. 선발 투수 노경은이 경기 초반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등 부진하면서 대량 실점했고 롯데는 이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화 선발 투수 킹험의 구위가 뛰어나기도 했지만,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기운 탓인지 팀 타선은 힘을 내지 못했다. 타선의 부진과 함께 이대호의 부재가 실감 나는 경기였다. 이대호 없는 타선은 첫 시험에서 낙제점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당분간 이 시험을 계속 치러야 한다.
핵심 불펜 투수 최준용에 이은 중심 타자 이대호의 부상, 롯데에게는 큰 악재의 연속이다. 이대호의, 부상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앞으로 10여 일 롯데가 이대호 부재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이대호 없는 어색함을 덜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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