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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프로야구 경기가 단 한 경기만 정상적으로 치러진 5월 20일 야구 관련 뉴스를 채울 소식이 전해졌다. 미계약 FA 선수였던 전 두산 투수 이용찬과 NC의 계약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NC는 이용찬과 4년간 총액 27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에 상당 부분은 일정 성적 달성 시 받을 수 있는 옵션 계약이고 마지막 4년 차 계약은 상호 합의로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NC는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자칫 FA 미아가 될 수 있었던 이용찬은 소속팀을 찾게 됐다. 

NC의 결정은 전격적이었다. 이용찬은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투수다. 두산 시절 세이브왕에 오르기도 했고 2018 시즌에는 선발 투수로 15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용찬은 국가 대표의 경력과 함께 두산이 2020 시즌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왕조 시대를 여는 데 있어 큰 힘이 됐던 투수이기도 했다. 이런 이용찬이 FA 자격을 얻는다면 충분히 여러 팀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용찬은 FA 자격 획득을 앞둔 2020 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이용찬은 팔꿈치 수술과 재활로 2020 시즌을 보냈다. 이에 이용찬이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30대 나이에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는 건 재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용찬은 과감히 FA 권리를 행사했다. 그는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2021 시즌 중 복귀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용찬의 자신감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의 누적된 기록은 충분히 가치고 있지만, 최근 FA 시장의 분위기를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큰 수술을 한 이용찬이 앞으로 활약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FA A 등급으로 분류된 이용찬을 영입할 경우 20인 보호선수 외 한 명을 내줘야 했다. 즉시 전력감이 될지도 미지수인 베테랑 투수를 영입하면서 1군 엔트리에 들어갈 선수를 내주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에 이용찬에 대한 시장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원 소속팀 두산 역시 이용찬과의 FA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다수의 주전 선수가 FA 자격을 얻은 두산으로서는 이용찬과의 협상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뒤늦게 협상이 이루어졌지만, 두산의 제안은 이용찬의 눈높이와 거리가 있었다. 두산은 이용찬에게 장기 계약을 안겨주기 어려웠다. 그와 함께 FA 자격을 얻었던 베테랑 좌완 유희관이 긴 협상 끝에 1년 단기 계약으로 사실상 구단 안을 따르게 된 상황은 이용찬과 두산의 FA 협상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이용찬으로서는 두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였다. 이용찬은 과감한 결정을 했다. 이용찬은 두산과 계약을 하지 않고 기다림을 택했다. 그는 스스로 재활을 했다. 부상 선수가 구단의 조력 없이 재활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용찬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 했다. 시간이 흘러 이용찬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쇼케이스를 스스로 자처하며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임을 보여주었다. 실제 쇼케이스에서 그의 구속은 전성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투구수도 크게 늘었다. 당장 실전이 가능한 투구 내용이었다. 

이에 이용찬에 대한 프로야구 각 구단들은 이용찬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시즌 개막 후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큰 구단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이용찬에게 협상의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한 그의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과 보상 선수가 문제가 협상에 걸림돌이 됐다. 각 구단들은 관심은 있지만,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FA 협상이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활용되는 싸인 앤 트레이드 방식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원 소속팀 두산은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두산은 이용찬의 몸 상태를 완벽히 확인 후 새로운 제안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두산은 여전히 그들의 협상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이용찬 역시 두산과의 협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두산 역시 마운드에 아쉬움이 있었다. 두산은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2명의 기량이 지난 시즌 알칸타라, 플렉센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4, 5 선발 투수가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불펜진의 과부하를 가속화했다. 여기에 선발과 불펜에서 활약할 수 있는 좌완 함덕주와 전천후 불펜 투수 채지선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면서 마운드의 경우의 수가 줄었다. 건강한 이용찬이라면 두산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이용찬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 이에 NC가 이용찬과 접촉했고 빠르게 합의에 이르렀다. 이용찬은 두산과의 계약을 우선 고려했겠지만, 당장 그의 영입을 원하는 NC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이용찬으로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하루빨리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고자 했을 마음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이런 이용찬의 마음을 그들 편으로 붙들어주지 못했다. 두산은 이용찬의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언론을 통해 내비치면서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다른 제안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두산은 이용찬이 당연히 두산 선수라 여겼겠지만, 이용찬은 FA 선수로 어느 구단과도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NC는 보호선수 외 선수 유출을 감수하고 이용찬을 영입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 NC에 이용찬이 마음이 움직였다. 

NC는 과감했고 빨랐다. 이용찬의 재활이 잘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실전 감각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부상 재발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옵션을 포함하며 리스크를 줄였지만, 그의 영입은 1군 엔트리 선수를 보상 선수로 내줘야 하는 아픔도 있다. NC로서는 큰 도박이 될 수 있지만, FA 선수 영입에 있어 과감하게 움직였던 NC는 또 한 번 큰 결정을 했다. 

NC는 이용찬의 영입으로 마운드 강화를 위한 중요한 카드를 손에 넣었다. NC는 현재 선발과 불펜진 모두가 불안하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발 마운드는 에이스 루친스키가 시즌 초반 페이스가 올라오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있었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파슨스는 압도적인 모습이 아니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좌완 에이스 구창모는 긴 재활 중이다. 복귀한다 해도 관리가 필요하다. 올 시즌 큰 기대를 모았던 영건 송명기도 초반 제구 불안에 시달렸고 컨디션을 회복한 시점에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이재학도 기량 저하가 뚜렷하다. 이재학은 현재 2군에 머물러 있다. 

NC는 3선발부터 5선발 투수까지 모두 시즌 전 계획과는 다른 로테이션이다. 신예 신민혁과 김영규와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박정수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속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선발 마운드의 불안은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NC의 불펜진은 지난 시즌에도 불안했다. 게다가 NC 불펜진은 베테랑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불펜진에 있어야 할 투수들이 대체 선발투수로 활용되면서 불펜진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 이에 NC 불펜진은 타 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이용찬은 큰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NC는 이용찬에 대한 부정적 요소보다는 긍정적인 요소에 주목했다. 또한, 이용찬의 영입은 경쟁팀들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다. NC와 순위 경쟁을 할 팀들 모두 마운드에 대한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강한 이용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영입을 두고 타 팀들이 고심하고 있을 때 NC는 그 가능성을 사라지게 했다. 

이렇게 NC는 이용찬 영입의 마지막 승자가 됐다. 물론, 보상 선수 유출을 피할 수 없다. 현재 1군 엔트리가 28명임을 고려하면 20인 보호선수를 제외하면 1군 선수를 떠나보내야 한다. 상대 팀 두산은 보상 선수 선택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두산은 투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지만, NC는 이런 두산의 전략에 따라 보호선수를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두산은 가장 뛰어난 기량의 선수를 선택해 상대팀의 전략을 무력화하는 역선택을 하기도 했다. NC로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 또한, 시즌 중 선수 이동이라는 이전에 없었던 일이 발생한다는 점도 NC에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NC는 이러한 고려를 모두 한 선택을 했다. 그동안 NC는 두산 출신 FA 선수들이 전력에 큰 보탬이 됐다. 당장 포수 양의지는 두산 출신으로 리그 최고 포수로 지금도 활약하고 있고 팀 창단 시기 두산에서 영입한 FA 손시헌과 이종욱은 내야와 외야의 중심으로 신생팀의 구심점이 됐다. 창단 감독으로 팀 기틀을 다진 김경문 감독도 두산 출신이다.

NC는 두산 출신 선수들에 대한 긍정의 기억이 이용찬을 통해서도 재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용찬 역시 FA 미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이제 남은 건 이용찬이 건강하게 팀에 합류하고 기대했던 역할을 해주는 일이다. NC의 이러한 선택이 그들의 챔피언 자리를 지키는 데 있어 신의 한 수로 작용할지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사진 : NC 다이노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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