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최하위 순위 탈출을 위한 반전의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5월 22일 두산전에서 3 : 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 : 4로 패했다. 리드를 지키지 못한 부분도 아쉬웠지만, 9회 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는 점이 더 아프게 다가온 경기였다. 올 시즌 접전의 경기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롯데의 약점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경기였다. 무엇보다 롯데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필요한 연승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롯데는 거의 한 달간 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3연전 시리즈에서 위닝 시리즈의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1승 2패의 시리즈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연승의 부재는 그들을 순위표 가장 아래로 향하게 하고 있다. 감독을 시즌 초반 교체하고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는 등 팀을 새롭게 하는 과정에 있다고 하지만, 아쉬운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 흐름이라면 올 시즌 유난히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구경꾼이 될 수도 있는 롯데의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운드 불안이다. 마운드가 버티지 못하면 승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5월 22일 현재 롯데의 팀 방어율은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이는 순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팀 공격력은 많은 잔루를 남기 등 응집력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팀 타율은 여전히 상위권이다. 팀 수비도 나쁘지 않다. 마운드만 안정된다면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롯데의 전력이다.
하지만 팀 마운드는 시즌 전 구상이 완전히 어긋났다. 선발은 물론이고 불펜진도 불안하다. 선발 마운드는 에이스 스트레일리는 제외하고 모두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원투 펀치를 구성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프랑코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지만, 그 장점이 결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제구가 일정하지 않고 이닝 소화 능력도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프랑코는 올 시즌 KBO 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에 대한 기치치가 낮고 가성비를 고려한 영입이라 하지만, 현재 롯데의 상황은 그의 성장을 기다릴 만큼 여유가 없다.
여기에 롯데는 4, 5선발 자리가 불확실성에 속에 놓여있다. 롯데는 이승헌과 김진욱 두 영건들에 기대를 했지만. 이들은 모두 제구 불안에 시달리며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이승헌과 김진욱은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베테랑 노경은이 대안이었지만, 노경은 역시 부진한 투구로 2군으로 내려갔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이후 2번째 시즌을 맞이한 나균안이 선발 마운드에 새롭게 가세했지만, 시즌 내내 그에게 선발 투수의 역할을 맡기기에는 아직 경험과 체력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
불펜진도 상황이 좋지 않다. 마무리 김원중은 나름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지만, 그의 앞을 책임질 셋업맨들이 불안하다. 기존의 구승민, 박진형은 계속된 부진으로 그 위치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박진형은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고 구승민은 여전히 등판이 불안하다. 롯데가 기대했던 젊은 불펜 최준용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장기간 전력에 가세하기 어렵다. 2군에서 불러올린 신예 투수들도 아직은 설익은 투구 내용이다. 30대 후반 나이에 불펜 투수로 기량을 뒤늦게 꽃피우고 있는 김대우는 등판을 거듭할수록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이런 마운드 사정은 리그를 한 경기를 항상 불안하게 하고 이는 야수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일 미칠 수밖에 없다. 기존 마운드 상황을 긍정 분위기로 바꿀 누군가가 절실한 롯데의 상황이다. 이 점에서 3선발 역할을 하고 있는 박세웅의 더 큰 역할을 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박세웅은 5월 22일 두산전에서 6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상황을 유지하며 올 시즌 최고 투구를 보였다. 투구수도 적절히 조절이 됐고 포수 김준태와의 호흡도 완벽했다.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는 투구고 효과적이었다. 롯데 타선이 득점 기회에서 많은 잔루를 남기며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박세웅의 호투는 롯데의 3 : 0 리드를 여유 있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7회 말 박세웅은 첫 타자에서 경기 첫 안타를 내준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롯데 벤치는 첫 안타를 내준 이후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그를 다독였지만, 박세웅은 이후 안타와 볼넷을 연거푸 허용하며 실점했다. 투구 수의 여유도 충분했지만, 완벽했던 흐름이 끊어진 이후 박세웅은 자신의 투구 리듬을 찾지 못했다. 롯데는 불펜진을 가동하며 추가 실점을 막으려 했지만, 박세웅이 남겨둔 주자가 모두 득점하면서 3 : 3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조심스럽게 퍼펙트, 노히트 경기의 가능성까지 말할 수 있는 박세웅은 단 한 번의 흔들림으로 승리 투수의 기회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경기 흐름을 내준 롯데는 9회 말 두산에 끝내기 실점을 했고 그들에게 짜릿한 역전승의 기쁨을 안겨줬다.
롯데로서는 아픈 패배였다. 선발 투수 박세웅에게도 아쉬운 경기였다. 그 경기는 올 시즌 박세웅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경기이기도 했다. 박세웅은 올 시즌 긴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2017 시즌 선발 12승 당시의 구위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세웅은 부상 재활 기간 변화구를 추가하며 더 발전을 모습을 보였다. 완벽한 몸 상태로 시작하는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개인적으로 이제 20대 후반의 나이로 프로 입단 8년 차의 투수인 박세웅으로서는 잠재력 있는 유망주가 아닌 에이스로 거듭나야 하는 시즌이기도 했다. 또한, 박세웅은 코로나 사태로 개최가 불투명하지만,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라는 큰 목표도 있는 시즌이었다. 아직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한 그로서는 이번 국가대표 선발이 매우 중요하기도 했다.
또한, 박세웅은 최동원, 염종석 이후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가는 투수로 롯데에서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KT에 지명되어 프로에 데뷔한 박세웅은 KT의 미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2016 시즌 롯데와의 트레이드로 롯데의 미래 에이스가 됐다. 롯데는 박세웅을 영입하기 위해 강민호 이후 롯데 포수진의 중심이 될 장성우를 내줬다. 당시 트레이드는 큰 주목을 받는 대형 거래였다. 귀한 포수 자원을 내주고 영입한 박세웅에 대한 롯데의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었다.
2021 시즌 박세웅은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시즌이었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5월 22일 경기까지 박세웅은 8경기 선발 투수로 나섰고 2승 2패 방어율 5.05를 기록하고 있다. 스트레일리와 함께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고 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나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대치를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내용에서도 박세웅은 아쉬움이 있다. 피홈런이 8개로 많은 편이다. 이닝 소화에 있어서도 한 번도 7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제구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피안타율로 수준급이지만, 위기에서 피 안타율이 3할을 넘기며 위기관리 능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한 번 무너지면 이를 제어하는 능력에서 부족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의 방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세웅은 올 시즌 직구의 위력을 되찾았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추가하는 등 포크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데도 성공했다.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투구 내용은 가지고 있는 구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외국인 투수의 한 축인 프랑코가 타 팀 외국인 투수보다 비교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세웅의 비중이 크지만, 박세웅은 그의 비슷한 3선발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선발 투수들과 비교해 그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부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를 둘 수 없는 그의 올 시즌이다. 이는 롯데가 예상했던 박세웅의 모습이 아니다.
그 점에서 5월 22일 두산전 미완의 호투는 박세웅과 롯데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박세웅이 7회 고비를 넘겼다면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투구할 수 있었고 롯데는 오랜만에 연승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박세웅은 그의 단점이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롯데 역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접전에서의 취약점을 다시 노출했다. 롯데는 박세웅이 보다 나은 컨디션으로 투구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 순서를 조정하는 등의 배려를 했지만,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다만, 박세웅이 6회까지 투구는 그가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다. 남은 건 더 높은 비중의 투수가 되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위기에서 보다 냉철하고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할 수 있을 때 박세웅은 한 단 계 더 발전할 수 있다. 박세웅이 자리를 잡는다면 롯데 선발 마운드는 보다 젊고 힘 있게 변모할 수 있다. 이제 박세웅은 성장통을 경험하면서 발전하는 단계는 지났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 아닌 더는 실패하지 않는 투수가 돼야 한다. 하위권 탈출이 시급한 롯데에게 박세웅은 더는 실패의 기억을 쌓아서는 안되는 투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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