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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가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5월 29일 NC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스트레일리, 박세웅까지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 2명을 모두 등판시키고도 1무 1패를 기록했다. 롯데는 그들의 연패를 끊지 못했고 5연패 늪에 빠졌다. 결과도 문제였지만, 경기 내용도 아쉬움이 많았다. 

앞권은 더블헤더 1차전이었다. 그 경기에서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는 선발 투수로 앞세워 연패 탈출의 의지를 보였다. 롯데는 전날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진행된 더블헤더를 앞두고 로테이션 순서를 변경했다. 롯데는 스트레일리는 1차전, 박세웅을 2차전으로 예정했다. 롯데의 결정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롯데는 NC 선발 투수 송명기를 초반부터 연이은 장타로 공략하며 여유 있게 앞서나갔다. 최근 경기에서 득점 지원 부재로 잘 던지고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던 스트레일리는 모처럼 타선의 넉넉한 지원을 받았다. 5회 말 마차도의 솔로 홈런까지 롯데는 9득점했고 9 : 0의  리드를 유지했다. NC는 초반부터 난타당하는 선발 투수 송명기를 내리지 않고 5회까지 던지게 했다. 더블헤더 경기에서 마운드 소모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롯데 선발 투수가 에이스 스트레일리였고 스트레일리는 완벽한 투구로 5회까지 무실점 경기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NC는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6회 초 NC 공격에서 이상 조짐이 보였다. 호투하던 스트레일리가 갑자가 흔들렸다. 5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던 스트레일리는 6회 초 4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그 사이 실점은 3점으로 늘었다. 올 시즌 그를 괴롭히는 손가락 물집이 원인으로 보였지만, 스트레일리는 6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3실점했지만, 롯데는 여전히 9 : 3 리드를 유지했다. 그때까지는 6회 초 상황이 더 큰 반전의 서막임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 

 



롯데는 6점 차 리드에 2군에서 최근 콜업한 젊은 투수들로 불펜진을 가동했다. NC 역시 주전 선수들을 교체하며 2차전을 대비하는 경기 운영을 했다. 보통의 경기 흐름이었다. 문제는 롯데 불펜진에 6점 차 리드는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도규는 7회 초 자신의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3실점했다. 그를 이어 등판한 송재영도 버티지 못했다. 롯데는 서준원으로 마운드를 교체하며 어렵게 7회 초 수비를 마쳤다. 그 사이 점수 차는 9 : 7, 2점 차로 좁혀졌다. 경기는 순간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설마 하는 불안감이 롯데 선수들과 홈 관중들의 머릿속을 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예상치 못했던 필승 불펜진 가동을 해야 했다. 구승민과 마무리 김원중으로 이어진 필승 불펜진은 크게 뒤바뀐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8회 초 구승민은 NC 김태군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고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은 양의지에게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했다. 2개의 홈런을 롯데 선수들과 팬들에게 망연자실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양의지의 홈런은 올 시즌 결정적인 홈런포로 팀을 구했던 그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김원중 지시완 배터리는 장타를 잔뜩 노리고 들어온 양의지에게 변화구로 초구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2구에서 선택한 변화구가 통타 당하며 홈런과 연결됐다. 양의지는 롯데 배터리의 수를 읽고 있었다. 보다 신중한 승부가 필요했다. 이 홈런으로 롯데는 9 : 0 리그가 10 : 9로 뒤집히는 시즌 중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상황에 직면했다. 

허무한 역전패가 예상되는 순간, 롯데는 9회 말 마지막 경기에서 NC 마무리 원종현을 상대로 득점 기회를 잡았고 대타 김준태의 적시 안타로 10 : 10 동점에 성공했고 패배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연장전이 없는 더블헤더 1차전은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분명 최악은 면했지만, 롯데에게는 패한 것과 같은 결과였다. 만약, 연장전으로 경기가 이어졌다면 결과는 더 암담할 수 있었다. 

이 분위기는 더블헤더 2차전으로 이어졌다. 1차전에서 9득점했던 롯데 타선은 NC 에이스 루친스키에 꽁꽁 묶이며 무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선발 투수 박세웅은 2회 초 집중 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하며 불안한 초반을 보냈다. NC는 패색이 짙던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면서 기세가 올라있었다. 박세웅은 이후 안정감을 되찾으며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긴 했지만, 1차전 충격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무겁게 했다.

롯데는 8회까지 NC 선발 투수 루친스키에 삼진 10개를 당하며 무기력했다. 마운드 역시 박세웅이 마운드를 물러난 7회부터 추가 3실점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롯데는 9회 말 2점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롯데는 2 : 6으로 패했다. 더블헤더 1무 1패였지만, 2패 이상의 결과였다. 

롯데는 더블헤더는 통해 마운드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무엇보다 불펜진의 불안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하위 탈출이 요원함을 보여주었다. 롯데는 서튼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불안한 불펜진에 새로운 얼굴들을 다수 2군에서 불러올리며 변화를 주고 있지만,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젊은 불펜 투수들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리드하는 경기에서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필승 불펜진의 한 축인 구승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마무리 김원중도 기복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필승 불펜진으로 위치가 격상된 베테랑 김대우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친 필승 불펜 박진형도 시즌 초반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 누구도 리드하는 상황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불펜진은 팀 전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기복이 심하고 분위기에 크게 좌우되는 롯데 타선을 고려하면 마운드의 안정이 더 중요하지만, 마운드가 더 불안하다. 타자들은 더 많은 득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이는 타선의 슬럼프를 가져올 수 있다. 불펜진의 문제는 선수단 내에서 야수들과 투수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또한, 이런 상황은 최근 자리를 잡아가는 롯데 선발 마운드를 다시 흔들리게 할 수 있다. 롯데는 스트레일리, 박세웅, 프랑코에 나균안으로 로테이션을 다시 정리했다. 여기에 2군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신인 김진욱이 5선발로 다시 들어왔다. 노경은, 이승헌의 예비 자원도 있다. 최근 롯데 선발진은 시즌 초반보다 나아진 투구 내용이다. 그들의 투구가 승리로 연결된다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불펜진이 그 기회를 계속 날리고 있다. 이는 선발 투수들에게도 또 다른 부담이 된다. 

문제는 이런 불펜진 문제에 대한 해법이 마땅히 않다는 점이다. 롯데는 2군에서 가용한 자원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2군에서 콜업한 투수들 중 상당수는 아직 경험 부족이나 함량 미달의 투구를 하고 있다. 몇몇 가능성 있는 투수들은 지속력에 아직 의문이 있다. 기존 투수들의 회복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수혈도 가능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믿을만한 불펜 자원을 트레이드할 팀은 없다. 있다 해도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하다. 

롯데로서는 뭔가 회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령 선발 투수로 이닝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외국인 투수 프랑코를 불펜으로 활용하거나 신인 투수 김진욱의 불펜 활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프랑코는 뛰어난 구위가 있지만, 5회를 넘기기 버거운 투구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수를 불펜으로 활용하는 게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프랑코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낮은 연봉 수준이다.

김진욱 역시 투구 수가 많아지면 흔들리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2군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낙관할 수 없다. 이런 두 투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불펜으로 활용하거나 불펜 투수를 짧게 선발 투수로 활용하는 오프너 전략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정공법만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해결하지 어려워 보이는 롯데 상황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에 롯데는 마운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마운드의 자원이 늘었고 기존 투수들의 지난 시즌 성적도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 시작 후 롯데 마운드는 그 구상에서 크게 어긋났다. 도저히 계산이 서지 않고 있다. 그 어느 구단에도 없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투수들을 육성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효과를 느낄 수 없다. 어느 누구의 책임을 묻기 이전에 시즌 준비과정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롯데는 시행착오를 통해 해법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하지만, 인내심을 얼마나 더 가져야 할지 알 수 없다. 2021 시즌 희망 가득했던 롯데였다. 하지만 마운드의 붕괴와 함께 그 희망을 절망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과연 롯데가 반등할 수 있을지 지금의 마운드로는 과감한 리빌딩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려운 롯데의 상황이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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