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주전 중견수 민병헌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민병헌은 롯데 홈구장에서 열린 5월 26일 LG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중견수 겸 5번 타자로 출전했다. 올 시즌 첫 1군 경기 출전이었다. 민병헌은 첫 타석에서 내야 안타로 1타점을 기록했고 중견수로 교체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그의 복귀 경기에서 롯데는 LG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3 : 3 동점에서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2실점하면서 3 : 5로 패했다. 롯데는 3연패 늪에 빠졌고 순위는 최하위를 유지했다. 지난 준 SSG와의 주말 3연전에서 황당한 끝내기 패배와 함께 시리즈를 모두 내주며 4연패의 부진을 보였던 LG는 이 승리로 연패를 끊고 한숨을 돌렸다.
LG는 선발 로테이션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대체 선발 투수 이상영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의 승리로 그 의미가 더했다. 이상영은 초반 3실점했지만, 5이닝을 버티며 팀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 선발 투구 나균안은 초반 타선이 3득점하며 그를 지원했지만, 3회부터 5회까지 각각 1실점하며 승리 투수의 요건을 만들지 못했다. 나균안은 거듭된 위기를 대량 실점 없이 버티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었지만, 5회 초 동점 홈런을 내주고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다. 나균안의 프로 데뷔 첫 승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이런 경기 내용과 결과와 별개로 민병헌의 복귀와 그의 플레이는 큰 주목을 받았다. 민병헌은 오프시즌 기간 뇌동맥류라는 무서운 병으로 수술을 받았고 긴 재활 기간을 거쳤기 때문이다. 뇌동맥류는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후유증의 우려도 크다.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민병헌은 지난 시즌부터 이를 감지했고 치료와 경기 출전을 병행했지만, 경기력에 영향이 있었다.
민병헌이 지난 시즌 부진했던 큰 이유였다. 지난 시즌 민병헌은 109경기 출전에 타율 0.233, 2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2018 시즌 롯데와 4년간 80억 원의 대형 FA 계약을 체결하고 롯데에 영입된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이를 두고 그의 에이징 커브 우려와 실패한 FA 계약이라는 비난 여론도 있었다. 민병헌은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시즌 중 경기력 회복을 위해 고심했고 2군행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팀 주장으로 2019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의 반등을 위해 그의 책임을 다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 달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결국, 2020 시즌 후반기 민병헌은 벤치 멤버로 시즌을 보내야 했다.
2021 시즌 민병헌은 주장의 부담을 덜고 재도약을 기대했다. 4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라는 점은 큰 동기부여 요소였다. 하지만 민병헌은 스프링캠프가 열릴 시점에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리고 수술을 받았다. 이후 민병헌은 긴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최소 전반기 복귀는 어려울 수 있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재발의 위험이 상존하는 탓에 관리가 필수적이고 무엇보다 건강 회복이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개막 후 롯데는 민병헌의 중견수 자리에 내. 외야가 모두 가능한 베테랑 정훈, 민병헌 다음으로 많은 중견수 출전 경험이 있는 김재유,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유망주 추재현, 또 다른 유틸리티 플레이어 신용수, 차세대 중심 타자로 육성하고 있는 대형 신인 나승엽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훈은 중견수로도 준수한 수비 능력이 있지만, 내야수 출신으로 중견수 상시 출전은 수비와 체력 부담이 크다. 전문 외야수가 아닌 탓에 수비 범위도 제한이 있다. 김재유는 타격에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추재현과 신용수는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한 경기력이었다. 나승엽은 주 포지션이 3루수로 외야 수비가 낯설었다. 롯데는 나승엽을 다시 내야수로 복귀토록 했다. 롯데의 중견수 자리는 어려 선수들이 나눠 맡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그 사이 중견수 자리는 롯데의 또 다른 고민이 됐다.
그 사이 롯데의 성적도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감독이 교체되고 2군 선수들의 과감히 콜업하는 등의 라인업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롯데의 경기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해 중심 타자 이대호 마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는 악재가 터졌다. 이에 시즌 초반 뜨거웠던 팀 타선의 분기기도 내림세로 돌아섰고 마운드 불안은 선발과 불펜진 모두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어느새 롯데는 패배가 익숙한 팀이 됐다. 롯데는 리빌딩 비중을 더 높인다고 했지만, 지난 시즌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던 사실과 비교하면 최하위 성적은 분명 문제가 있다.
롯데로서는 경기력을 끌어올린 방법을 찾아야 했다. 트레이드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 올 시즌 트레이드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병헌이 건강을 회복하고 엔트리에 복귀했다. 민병헌은 빠르게 경기 감각을 다시 찾고 2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최근 많은 잔류 양산과 함께 타격의 집중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롯데로서는 팀 공격력에 활로를 열어줄 대안이 필요했다. 그의 건강과 경기력을 확인한 롯데는 민병헌을 전격 1군으로 콜업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군 복귀였다.
그 첫 경기에서 민병헌은 첫 타석에서 전력 질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3타선은 모두 범타와 삼진이었다. 만화와 같이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가 안타와 홈런을 작렬하며 팀을 패배에서 구하는 멋진 장면은 아니었다. 롯데는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민병헌은 여전히 관리가 필요하고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가 다소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크게 비난받을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민병헌은 온 힘을 다한 플레이로 큰 울림을 주었다. 민병헌이 복귀한 경기에서 롯데가 승리를 가져왔다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롯데는 프로 데뷔 후 처음 포수로 나선 이대호의 투혼에 이어 민병헌의 투혼까지 더해졌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런 롯데의 아쉬움에도 민병헌의 복귀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혹자는 올 시즌 후 FA 자격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복귀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만, 민병헌은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로 접어들었고 롯데에서 3년간의 FA 시즌이 성공적이지 않았다.
롯데는 두산 시절 3할 타율에 정상급 수비 능력, 두자릿 수 홈런을 꾸준히 기록했던 민병헌이 타자에 보다 유리한 롯데 홈구장에서 20홈런 80타점 수준을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롯데와의 두 번째 FA 계약을 거부하고 삼성과 계약한 프랜차이즈 포수 강민호의 빈자리를 최소한 공격에서는 메워줄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이에 롯데는 강민호의 삼성행 이후 패닉바잉이라는 우려에도 그를 영입했다. 하지만 민병헌은 그 기대치를 충족했다 하기 어렵다. 매 시즌 부상으로 풀 타임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올 시즌 반등한다 해도 그의 최근 성적과 그의 건강 문제는 FA 자격을 다시 얻는다 해도 중요한 마이너스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대형 계약을 다시 이끌어내기는 무리가 있다. 민병헌으로서는 건강을 더 관리하며서 시즌 후반기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매 경기 출선이 어렵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가 그의 몸 상태를 노출하는 건 민병헌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민병헌은 빠른 복귀로 최하위로 쳐진 팀에 하루라도 빨리 보탬이 되는 길을 택했다. 그가 더해진 롯데 라인업은 무게감이 더해진 건 분명하다. 다소 헐거워진 외야 수비라인 강화도 기대된다. 민병헌은 풍부한 경험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멘토 역할도 가능하다. 리빌딩도 중요하지만, 리빌딩도 선수들에 귀감이 될 베테랑의 존재와 함께 일정 경기력을 유지하는 기반에서 이루어져야 더 효과적이다.
민병헌의 복귀는 롯데는 물론이고 그의 건강을 걱정했던 팬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이런 투혼이 더해졌음에도 반등하지 못하는 롯데의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다만,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민병헌의 날갯짓이 큰 파장이 될 시간은 남아있다. 팀을 위한 민병헌의 투혼이 올 시즌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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