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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4할 타율은 꿈의 기록이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4번의 4할 달성 기록이 있지만, 마지막 4할 기록은 1941년 메이저리그의 전설인 테드 윌리엄스가 마지막이다. 까마득한 먼 기억 속의 이야기로 현대 야구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아직 없다. 일본 리그에서도 정규리그 4할 타율은 아직 달성한 선수가 없다. 그만큼 어려운 기록이다.

최근 우리 프로야구가 타고 투저 현상이 심해지고 타율 인플레 현상이 극심해졌지만, 4할 타율은 여전히 꿈의 기록이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서 지금은 사라진 프로야구단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이 4할 타율을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긴 했지만, 당시 경기 수는 100경기를 넘지 않았다. 프로 원년은 선수들의 수준이나 시스템도 아마 야구의 티를 벗지 못했다. 분명 대단한 기록이었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백인천 이후 프로야구가 자리를 잡고 경기 수가 현재 144경기 체제로 변화하는 동안 4할 타율을 도달하기 힘든 기록이 됐다. 시즌 3할만 기록해도 큰 박수를 받는 현실에서 4할 타율은 시즌 내내 고감도 타격감을 유지해야 하고 부상 등 변수와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 꽤 오랜 기간 4할 타율을 유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그 기세가 꺾이곤 했다.

가장 아쉬웠던 4할 도전은 1994 시즌 이종범이었다. 1993 시즌 입단 때부터 야구 천재로 불리며 큰 주목을 받았던 이종범은 1994 시즌 타격 각 부분에서 상위권을 점하며 놀라운 활약을 했다. 체력 소모가 큰 유격수를 하면서도 이종범은 리그 최고 타자로서의 능력을 선보였다. 그 해 이종범은 104경기를 치르는 동안 4할 이상을 타율을 유지했고 4할 타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강백호

 


하지만 이종범은 시즌 막바지 타율이 하락하며 0.393의 타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대신 이종범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인 8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대 기록의 주인공이 되긴 했다. 만약 그가 시즌 후반기 도루를 줄이고 타격에 보다 집중했다면 4할 타율이 가능했을 거라는 의견은 지금도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야구 천재의 아쉬움을 또 다른 야구 천재가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KT의 중심 타자 강백호가 그 주인공이다. 강백호는 올 시즌 75경기에 출전해 0.395의 타율을 기록했다. 7월 들어 다소 주춤했지만, 강백호는 최근까지 4할 타율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4할 도전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그의 4할 타율 달성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올 시즌 강백호의 타격감은 희망을 버리기 어렵게 할 만큼 놀랍다. 

강백호는 올 시즌 좀처럼 약점이 없는 타격을 하고 있다. 코스에 따라 당겨치고 밀어치는 능력이 탁월하고 강력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홈런이 10개로 상위권과 거리가 있지만, 61타점으로 높은 타점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강백호는 득점권에서 0.392의 고타율이다. 강백호는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거포형의 타자였지만, 올 시즌은 볼넷이 삼진보다 많고 높은 출루율을 유지 중이다. 강백의 전반기 출루율은 0.492에 이른다. 0.579의 장타율을 더해 강백호는 1.071의 리그 최고 수준의 OPS를 기록하고 있다. 

세부적인 지표에서도 강백호는 좌타자지만, 좌투수에 약점이 없고 이닝별, 볼 카운트 별, 상황별 타율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한 마디로 완벽한 타자의 모습이다. 그의 타격을 견제하기 위해 상대 팀들은 당겨치는 타격이 많은 강백호에 대비해 1, 2간을 촘촘히 지키는 지키는 수비 시프트를 가동하고 있다. 강백호는 기습 번트를 감행해 안타를 만들어내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강백호에게 장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위안을 가지는 팀들도 있지만, KT 타선은 강백호만을 집중 견제해서 막아낼 수 있는 타선이 아니다. 강백호의 출루는 많은 득점과 연결되고 있다.

KT는 공격에서 강백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승부를 하면 4할대의 고감도 타격으로 안타와 홈런을 때려내고 그와의 승부를 피하면 실점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 시즌 KT는 강백호를 중심으로 한 팀 타선의 응집력과 강력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단단한 마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 입단 4년 차인 강백호는 이제 KT의 간판선수가 됐다. 

강백호의 활약은 이번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에서도 그의 역할 비중을 높이고 있다. 대표팀은 그를 지명타자로 기용해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강백호는 외야수로 입단했지만, 보다 타격에 집중토록 하기 위해 소속팀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기대대로 타격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지만, 수비에서는 실책 11개로 다소 아쉬움이 있다. 수비에 대한 비중이 큰 대표팀이지만, 강백호는 당당히 선발됐다. 1루 수비 보강을 위해 수비 능력이 뛰어난 전문 1루수 오재일을 선발했다는 건 강백호의 타격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는 걸 의미하는 일이다. 강백호는 이정후와 함께 대표팀 타선의 핵심이고 세대교체의 중심 선수이기도 하다. 

이렇게 입단 4년 차에 팀을 뛰어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강백호는 입단 당시부터 4억 5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을 정도로 대형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강백호는 150킬로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이기도 했다. KT는 그의 투수로서의 재능도 지켜봤지만, 타자로서의 재능을 살리는 결정을 했다. 강백호는 입단한 이후 중심 타자로 중용됐다. 신인 선수가 입단 첫해 주전으로 발탁되는 건 최근 프로야구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강백호가 입단한 2018 시즌 KT는 아직 제10 구단으로 선수층이 두껍지 않았고 팀을 대표할 프랜차이즈 스타도 없었다. 강백호는 투. 타 모든 면에서 수준급 활약을 할 수 있는 천재성을 갖춘 선수였다. KT의 팀 상황과 맞물리면서 강백호는 구단의 무한 신뢰 속에 충분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 천재성을 경기력으로 발휘했다. 

 



2018 시즌 28홈런 84타점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강백호는 2019 시즌 공인구 반발력 조정 등의 여파로 홈런수는 13개로 줄었지만, 0.336의 고타율로 정교함을 더했다. 2020 시즌에는 0.330의 고타율에 23홈런 89타점으로 장타율까지 겸비한 선수로 거듭났다. 강백호에 대한 상대 팀의 철저한 분석과 견제가 있었지만, 강백호는 자신 앞에 놓인 벽을 하나하나 허물어 가고 있다. 올 시즌에는 4할 타자로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4할 타율은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다. 강백호는 올림픽 국가대표로 경기를 나서야 하고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에서 휴식이 없다.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올림픽은 긴장감이 매우 큰 경기다. 까다로운 투수들과의 거듭된 승부가 타격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얻는다면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 어느 쪽이든 체력적인 부담이 커지는 건 분명하다. 

리그 복귀 후에도 한층 치열해질 순위 경쟁 속에서 더 강해질 상대팀들의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그의 주변에 있는 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백호는 전반기 KT 외국인 타자의 부진과 중심 타자들의 부상 악재에도 이를 이겨내며 고타율을 유지했다. 후반기에는 교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된 호잉과 함께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 집중 견제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올 시즌 강백호는 4할 타율에서 밀려난 이후 멀티히트 경기를 통해 수차례 4할 타율에 복귀하는 끈기를 보였다. 4할 타율을 위식하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강백호는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 시프트에 대응하는 영리함도 보여주고 있고 나쁜 공에 속지 않는 눈 야구도 더해졌다. 강백호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면 고타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강백호는 올 시즌 완벽함을 유지 중이다. 

강백호의 활약은 올 시즌 악재가 끊이지 않는 프로야구에 몇 안 되는 흥행의 긍정요소다. 소속팀 KT 역시 강백호가 있어 우승의 꿈을 유지할 수 있다. 리그 최고 타자로 자리를 잡은 강백호의 4할 도전은 큰 의미가 있다. 강백호가 만들어갈 남은 시즌 스토리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 KT 위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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